가장 나에게 필요한 스토리텔링을 해준 책
만삭인 임산부의 일상은 아주 단조롭다. 먹고, 쉬고, 집안일하고, 필수로 산책을 해주고 - 코로나 사회적 거리두기 상황과 조금은 모든 지인들의 거점과 동떨어져있는 거리상, 모든 외부인(?)과의 일상이 차단된...
한 번씩 거리 구경, 사람 구경 가는 산책길이 나에게 유일한 세상을 보는 시간인데, 종종 아주 작지만 목적지나 할 일을 정해놓고 움직이는 것은, 단조로운 산책길에 약간의 조미료를 뿌리는 역할을 해 주며 즐거움을 준다.
그 목적지 중, 종종 잘 선택이 되는 곳은 오산시내에 작은 서점. 주로 아이들 학습지 및 수험서가 많이 있지만, 그래도 서점에 충실하게 그 외 다양한 도서들도 구비되어 있다. 이 만삭 임산부는 또 어슬렁어슬렁 경제경영 및 딴짓 프로젝트를 할 게 없는지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 쪽에 서성이고 있다.
그러다가 제목 보고, 그냥 집어 들 수밖에 없던 책.
'하루 5시간 일하고 연 10억 버는 엄마 사장입니다'
사실, 육아휴직 이후 회사로 돌아가는 것이 최선이고 우리 회사는 많은 배려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머리로 알고 있다. 이상하게 요새 아기도 아기지만, 돈과 수입에 대한 생각이 머리를 자꾸 지배한다. 한 번은 남편한테 우리 앞으로 먹고살게 너무 걱정된다, 돈을 너무 막 쓰는 것 아닐까 하면서 혼자 주룩주룩 울기도 했다. 남편은 내가 항상 일을 하며 경제활동을 하다가, 지금 일을 쉬면서 (물론 출산휴가 기간으로 월급을 들어오지만, 곧 끊길) 지내는 기간이 처음이라 더 불안할 수도 있다고 이야기했다.
물론, 틀린 이야기는 아니지만 나의 불안은 지금 일을 쉬는 기간 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나는 너무 잘 알고 있다. 아이를 양육하면서, 내가 십여 년 넘게 직장생활 및 다음 단계를 그리던 상황과 똑같이 돌아갈 수 없으리라는 것, 그리고 그런 고민은 더 깊어지면 깊어졌지, 절대 아이가 조금 큰다고 드라마틱하게 해결될 수 없으리라는 것도...
지은이는 어쩜 나와 너무 비슷한 상황에 비슷한 고민을 갖고 있었다. 그리고 그걸 해결해 나갔던 방법, 그리고 지금 본인의 사업까지 아주 대단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무나 할 수 없는, 본인의 신념과 뚜벅뚜벅 걸어가는 실행력이 있어야지 해 낼 수 있는 그런 이야기를 들려준다.
나는 처음에는 책이 가벼워서 '휘리릭 깨끗하게 내용을 읽고, 다시 중고서적에 팔까?'라는 생각도 했다. 그러나 읽어 가면서 지금 나에게 가장 가깝고 현실적인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책, 그리고 내가 앞으로 무엇을 한다고 해도 이 사장님 정도의 스토리텔링을 할 수 있다면, 정말 성공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앞으로 나의 여정의 벤치마킹 스토리텔링으로 남겨두기로 했다.
언젠가 - 무언가를 시작하는 날, 나는 여기 나온 사장님과 글 속에서 이야기하고, 같이 고민하며 다시 한 장 한 장 챕터를 넘겨 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