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중고등학생들은 대학입시 부담을 상대적으로 적게 안고 생활한다. 대학의 평준화가 그런 과열을 부추기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이고, 대학에서도 표준화된 교육의 양을 요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 대학입학은 어떻게 결정될까? 그것은 각 학교마다 치르는 아비투어(Abitur,졸업시험) 성적(7,80% 반영)과 내신 성적(2,30%의 반영)에 의해 결정된다. 여기서 아비투어란, 고등학교 내신반영 9개 교과 중 4개를 선택하되, 언어, 사회, 과학영역에서 각각 한 과목씩, 그 외에 본인이 추가하고 싶은 한 과목을 더하여 치르는 졸업시험이다.(시험 교과목수와 시험형식은 주마다 다르다.) 시험은 보통 하루에 한 과목씩, 4~5시간에 걸쳐 본다. 시험형식은 논술과 구두시험이며 과목당 할애된 시간 안에 주어진 문제에 대한 답을 답안지에 채워야 하니, 그걸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해야 할지 어림짐작할 수 있다.
학생들은 학교에서 치른 시험의 결과를 가지고 대학과 학과를 선택한다. 물론 독일에도 ‘인기학과’(Numerus-Clausus-Fächer)가 있다. 이 학과들은 입학 정원제를 채택하고 있으며, 주로 법학, 의학, 수의학, 건축, 생명공학 등이 이에 해당한다. 아비투어 점수가 대입의 당락을 결정하다보니 ‘인기학과’의 경쟁률은 상당히 치열한 편이다.(참고로, 외국인 학생들의 입학여부는 그 해의 외국인 지원자 수에 따라 결정된다. 어떤 학과든 학과 정원의 10% 정도의 외국인 할당비율이 있다. 만약 당해 연도 외국인 지원자 수가 적으면 입학이 바로 가능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몇 학기를 기다려야 한다.)
학년 전체 졸업식보다 의미 있는 반별 졸업식
‘졸업식인데 어떻게 입고 가지?’
‘꽃다발은?’
아이의 초등학교 졸업식을 앞두고 아침부터 마음이 분주했다. 하지만 입학식만큼 유난하지도 않았다.
초등학교의 졸업식 풍경도 ‘올 타임’ 담임제도의 또 다른 유산이다. 사실 독일 초등학교에선 전교생을 대상으로 한 행사가 별로 없다. 전교생이 모이는 경우는 체육대회, 입학식, 그리고 졸업식 뿐이다. 그 외에 행사들은 주로 학급 단위로 돌아간다. 그러다보니 졸업식도 반별 졸업식이 먼저고, 내용도 실하다. 바뀌지 않은 담임교사와 학생, 그리고 학부모 상호간의 유대감이 돈독하기 때문에 이 반별 졸업행사가 더 큰 의미로 다가오는지도 모르겠다.
큰아이의 학급 졸업식엔 교감, 그리고 교과 담임교사들도 함께 참석했다. 먼저 담임교사가 4년 동안의 아이들의 학교생활을 정리해 주고나면, 아이들은 이 날을 위해 준비한 장기자랑, 댄스, 연극, 합창 등을 부모들이 지켜보는 가운데서 펼쳤다. 준비한 내용 하나 하나에는 아이들마다의 개성과 끼가 잔뜩 배어있었다.
‘우리는 이 학교와 친구들을 잊지 못할 것’이라는 주제의 합창을 하며 아직 서로 헤어진다는 사실을 실감하지 못한 채 서로를 보며 겸연쩍게 웃음을 짓기도 했다. 그 노래를 들으며, 언젠가는 떠나 온 독일과 독일 친구들을 그리워할 큰아이를 생각하니 가슴이 아파왔다. 합창 후에 학부모, 교사, 그리고 아이들이 하나가 되어 춤을 추고, 학부모 대표가 4년 동안 수고한 담임교사에게 꽃다발로 감사의 뜻을 전달하며 공식행사를 마쳤다.
이런 행사 후에 빠지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파티! 학급 정원에서 각자 준비한 음식을 꺼내 놓고 여름 해가 다 지도록 함께 시간을 보냈다. 터키 출신 학부모들은 그동안 독일에서 살면서 느낀 어려움과 서러움들을 곧 떠날 나에게 진솔하게 털어놓기도 했다.
파티가 끝나고 집에 돌아갈 시간이 되어서야 각자 다른 환경으로 떠난다는 사실을 실감했는지, 이메일 주소를 주고받으며 아쉬움을 달랬다. 집으로 가는 길에 몇 번씩 뒤를 돌아보며 친구의 이름을 부르는 아이들을 보면, 이별은 그 누구에게도 쉽지 않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