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 엄마 맞아?’
독일 시내에선 아주 앳된 모습의 소녀들이 유모차에 아기를 태우고 다니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된다. 어림잡아 15,16세 남짓이나 되었을까? 사실, '저 나이에 어쩜 저렇게 당당하게 아이를 낳아 기를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 들기도 한다.
이곳에서 어린 나이에 부모가 되는 걸 그나마 덜 두렵게 하는 건, 바로 킨더겔트(Kindergeld,자녀 양육비) 지원 때문이다. 당장의 분유 값과 기저귀 값을 걱정한다면, 경제력 없는 어린 부모들이 선뜻 아이를 낳지 않을 테니 말이다. 낙태가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어서도 그럴 게다.(독일은 다른 유럽 국가와 비교해 엄격하게 낙태법을 적용하되, 임신 초기인 12주까지만 낙태를 허용한다.)
킨더겔트는 출산 직후부터 아이가 만 18세가 될 때까지 지급된다. 여기에는 사실혼이든, 법률혼이든, 비혼이든 구분이 없다.
액수는 자녀 순위에 따라 다르다. 2017년 기준으로 첫째와 둘째는 192유로(25만원), 셋째는 198유로, 넷째 이상에게는 223유로(29만원)이며, 18세 이상인 미혼 자녀에게 학업, 직업 교육 등의 사유가 발생할 경우 25세까지 연장하여 지급한다.
지원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여기에 한 가지가 더해지는데, 그것은 바로 엘테른겔트(Elterngeld,부모수당)이다. 이것은 자녀 출산 후, 육아로 휴직하는 부모의 가계수입을 정부에서 보상하는 제도다. 이 수당은 부모가 아이를 집에서 직접 양육한다는 전제하에 부부가 최대 14개월 간 신청할 수 있다. 부모수당은 세후 급여의 65%, 최대 1800유로(239만원)까지, 수입이 없는 구성원에게도 최저 기준을 적용해 월 300유로(40만원)를 지급한다. 또 자녀수에 따라 세금감면은 물론이고 집을 지을 때의 국가보조금도 달라진다.
이쯤 되니, 아이가 없는 가정은 억울할 밖에. 수업 시간에 한 교수님도 "독일에서는 아이를 낳아 기르는 것이 아이 없는 가정보다 훨씬 경제적이다."라고 말할 정도이다.
이렇게 독일은 육아에 대한 경제적 부담을 사회가 함께 나누어지고 있다.
동거와 결혼, 그리고 양육
독일은 결혼보다 동거를 쉽게 선택한다. 그래서 비혼모 가족이 흔한 가족의 형태이다.
작은 아이가 대학교 안에 있는 유치원에 다닐 때, 반 정원 15명 중에 비혼모가 절반 이상이었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큰 아이의 반도 미혼모 가족을 포함한 한부모 가정 비율이 매우 높았다.
이 중에는 의도적으로 결혼을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런 가족형태가 누리는 법적, 내지는 사회적 혜택 때문이다. 자녀양육비의 내용은 동일하지만 사회보장혜택은 일반 가정보다 더 많다.
독일 사람들이 결혼을 꺼리는 이유 중 하나는 이혼 후 안게 되는 경제적 부담 때문이기도 하다. 이혼을 하면 양육권을 부모 양쪽에게 주지만 자녀양육비와 생활비는 양육을 포기하는 쪽이 매달 자녀를 위한 양육비를 지급해야 한다. 자녀를 위한 양육비 외에도 수입이 많은 배우자는 수입이 없는 쪽을 위해 매달 생계비도 지불해야 한다.
비혼모의 경우, 자녀양육비와 생활비 등 모든 경제적 책임은 일차적으로 부(父)가 부담해야 한다. 만약 부양의무자인 부(父)가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정부가 자녀에게 우선 돈을 지급하고, 나중에 부(父)의 소득과 재산을 조회해 지급한 생계비를 회수해간다.
이렇게 부모들은 자녀에 대한 기본 책임을 나름 철저하게 나눠지고, 국가는 나눠지도록 법률로 지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