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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골교사 Aug 17. 2019

감기로 병원에 갈 이유가 그닥 없다.


아이를 키우며 병원을 드나드는 이유 중 대부분은 감기 때문일 게다. 우리 가족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우리가 살던 지역은 독일 북부여서 짧은 여름과 긴 겨울, 거기다 비바람까지 잦아 아이 둘이 감기를 달고 살다시피 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아이들이 감기에 걸리면 병원에 가도 소용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특별한 약도, 주사도 없기 때문이다. 항생제는 먹여본 적이 없다. 감기가 쉽게 낫질 않아 좀 센(?) 처방을 원해도 같은 약에 대해 용량을 더해줄 뿐, 약을 여간해서 바꿔주지 않았다. 대신, 의사선생님은 효과 없어 보이는 이 정도의 말만 반복할 뿐이었다.     

 ‘물을 자주 먹이세요.’

 ‘기침할 때는 창문을 열고 재우세요.’     

아무리 되물어도 돌아오는 답은 늘 똑같고, 처방약으로는 빠른 시간 내에 큰 차도를 기대하기 어려워 나중에는 약국으로 직행했다. 의사처방 없이 살 수 있는 정도의 약으로 때우기 위해서이다.       

감기 때문에 맞춘 주사도 아이 둘을 키우면서 단 한 번도 없었다. 아예 주사약이 없는 것 같았다. 대신 늘 강조하는 우선순위는 쉼과 몸의 자연치유력이었다. 아프면 유치원이고 학교고 보내지 말고 본인과 남을 위해 쉬게 하는 것과, 몸이 갖고 있는 자연치유력이 있으니 버틸 수 있는 데까지 버티도록 하라는 것이다. 
 

병원비걱정 없습니다.(약값 공짜병원비 공짜!)     

“여보, 나 안되겠어. 병원에 데려다 줘.”     

한밤중, 갑작스럽게 남편이 가슴통증을 호소했다. 집근처 주립 병원 응급실을 찾아 여러 검사를 하며 며칠 밤을 입원실에서 보냈다. 검사결과가 가장 큰 걱정이긴 하지만, 병원비 역시 적잖이 걱정되었다. 감사하게도 결과에는 아무 이상이 없었고, 크게 걱정했던 검사비 또한 한 푼도 내지 않았다. 퇴원할 때 병원에서 먹은 밥값은 물론이고, 입원에 따른 일체의 경비를 지불하지 않았다. 모든 게 공짜였다. 여기서 공짜라는 말은 매달 내는 보험료 외에 추가 비용이 안든다는 말이다. 


독일의 의료보험체계는 크게 사보험(Private Versicherung)과 국민보험(Gesetzliche Versicherung)으로 나뉘어지며, 전 국민의 80% 이상이 국민보험에 가입되어 있다. 물론 고소득자(’13년 기준, 연소득 52,200 유로 이상)나 자영업자의 경우 사보험 가입이 가능하고, 공무원은 국민보험 또는 사보험 중 선택권이 있다. 대학생의 경우에는 국민보험 대상자이며, 보험료는 30세 이전에는 10만 원, 30세가 넘으면 25만 원 정도를 세대주가 내면 전 가족이 모두 보험혜택을 받게 된다.      

이미 알려진 것처럼 독일 보험은 비급여항목이 적고, 보험료 외에는 본인부담금이 일반 진료의 경우 전혀 없다. 하지만 독일도 2000년 중반부터 의료보험체계에 문제가 제기되면서 이전에 없던 본인부담금이 새롭게 만들어졌다. 즉, 병원을 방문할 경우 10유로(15,000원)의 비용이 발생하며 이 비용은 1분기(3개월)안에만 적용된다. 즉, 3개월 안에 같은 사유로 병원을 갈 경우 10유로 비용으로 3개월 동안 병원진료를 받을 수 있다는 의미이다. 종합병원도 마찬가지이다. 병원에 입원할 경우 그 전에 없던 하루당 10유로의 본인 부담금이 발생한다. 하지만 진료비에 본인부담 상한제가 적용되며, 암과 같은 중증 질환이나 만성 질환자의 경우에도 1년에 소득의 1%까지만 내면 되며 18살 미만과 임신부, 저소득층은 모든 비용면에서 전액 무료이다.      

비용청구 방식은 보험에 따라 상이하다. 국민보험에 가입되어 있는 경우 보험회사에서 발행하는 카드로 병원을 이용하고, 이용 후 청구서는 병원을 통해 보험회사로 직접 보내진다. 사보험의 경우는 선계산 후지불 방식이 적용된다. 즉, 진료를 받으면서 먼저 계산하고, 나중에 보험회사에 진료비와 약값을 청구하게 되어 있다.


이렇게 독일 국민은 매달 내는 보험료만으로 병원비와 약값 걱정 없이 살아간다. 어떤 병이든 돈이 없어 치료를 못 받는 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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