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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골교사 Jun 24. 2018

참고서가 필요 없는 학교공부

독일에서는 아이들의 학습과정과 결과에 크게 연연해하지 않았다. 가끔씩 책가방에서 아이들의 노트를 살펴보는 정도. 수업시간에 무엇을 배우는지, 어떻게 배우는지, 혹시 어려워서 해매는 내용은 없는지… 딱 그 정도다. 사실 그건 직업상의 호기심 때문이기도 하다. 독일 초등학교에서 어떤 내용을 어떻게 가르치는지 탐색하고 싶었던 게다.


 그 확인과정에서 알게 된 것 하나. 독일에는 학교에서 가르치는 것 외에 따로 부교재나 참고서가 전혀 (필요)없다는 사실!


수업시간, 특히 수학과, 국어인 독일어 과목은 수업시간 내에 충분한 학습과 연습이 이뤄진다. 해당 과목 내용을 따로 보충할 필요가 없을 만큼 말이다. 1학년 수학교과서엔 깨알 같은 글씨(A4크기에 10포인트 정도)로 연습문제가 빼곡히 적혀있고, 그 문제에 대한 학생들의 풀이와 교사의 확인채점이 수업시간마다 꼼꼼히 이루어지고 있었다. 부족한 연습은 매시간 별도로 나눠주는 학습지를 통해 다시 한 번 이뤄졌다.


교실 안에서 교과서와 학습지를 통해 충분한 연습이 이뤄진다는 걸 확인하고 나니, 학교에만 맡겨도 교육과정에 맞는 학습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신뢰감이 생기고 마음이 놓였다.


국어, 수학 같은 과목이 이러할 진데, 다른 교과는 말할 것도 없다. 수업과 직접 관련된 자습서 내지는 참고서 같은 건 아예 구경도 못한다. 거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일단 교과 내용이 교사재량이다. 교사가 재량껏 짜는 커리큘럼에 참고서가 있을 리 만무하다. 그래서 시험 전에 문제를 풀어본다? 상상도 못한다. 시험방식도 객관식은 아예 없다. 모든 과목시험이 100% 단답형 내지는 서술형이다. 거기다 중학교부터는 구두시험이 추가되어 문제풀이 식 공부와 그에 필요한 참고서가 더더욱 필요치 않다. 또한 중‧고등학교가 통합되어 있어 고등학교 입학시험이 따로 없고, 대학입학 시험도  없다. 대학입학은 각 고등학교에서 자체적으로 치르는 아비투어(Abitur,졸 업시험) 성적과 고등학교 내신으로 결정된다. ‘모의고사’ 문제집 같은 게 존재할 이유가 없다.


이런 시험방식과 진학제도 덕분에 학생들은 빨리, 많이, 그리고 먼저 상급학년의 내용들을 익힐 필요가 없다. 그저 부담 없이 당해 학년의 내용에 충실하면 그만이다.


 ‘넓게 보단 좁고 깊게’


독일 교육은 친구를 사귀는 것과 비슷하다. 넓게 보단 좁고 깊게 가르친다. 자연수업을 예로 들어보면? 초등학교 자연시간은 교과서가 따로 없다. 교사 재량으로, 학습 주제를 교사가 정한다. 그렇게 정해진 주제에 대해 학습지가 준비되고, 학생들은 한 달 가량 정해진 주제만 공부하게 된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나면 해당하는 주제에 관한 40~50장의 학습지가 아이들의 파일철에 차곡차곡 쌓이게 된다. 어느 날, 큰 아이가 자연시간에 곡물에 대해 배우기 시작했다. 가지각색의 곡물을 그리는가 싶더니, 씨 뿌림, 성장, 수확 등을 배우고, 그 곡물로 만들 수 있는 음식과 곡물에 포함된 영양소까지 학습지의 빈 공란을 채워가며 꼼꼼하게 배워나갔다. 마지막 시간엔 배운 곡물을 이용한 샐러드를 만들며 ‘곡물’을 주제로 한 수업을 마무리하였다. 

교사는 한 달간 나눠준 프린트물의 정리 상태를 점검하여 채점하고, 잘된 것은 학부모 모임 때 공개하기도 한다. 그렇게 한 가지 내용에 대해 지독하게 배우고 나면 아이들은 모두 곡물 박사가 된다.


※ 이 글은 더퍼스트미디어와 오마이뉴스에 연재된 내용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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