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어떻게 하면 오래 다닐 수 있어요? 존경스러워요.”
6개월 차 신입 직원이 16년 차인 나에게 물었다.
이 아이도 참 짠하다. 최고의 학교를 나오고, 남들이 말하는 ‘수재’의 길을 걸어온 어린 친구가, 평범한 선배에게 오죽 말 걸 게 없으면, 오죽 칭찬할 게 없으면 이런 걸로 말을 거나 싶어 웃어넘겼다.
그런데 이 친구, 기회가 될 때마다 같은 질문을 던진다.
처음에는 “어떻게 하면 나이가 그렇게 많아요?”라는 말처럼 들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다니다 보면 시간이 흘러.”라고 무심히 답했다.
그런데 뭔가 시원치 않았는지, 또다시 같은 말을 한다.
그러다 어느 날, 그 친구가 심한 무기력에 시달리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아… 그렇지. 내가 잊고 있었다.
나도 처음 회사 생활을 시작할 때, 나나 가족 모두 “3년을 다닐 수 있을까?”가 가장 큰 걱정거리였다. 주변에는 건강이나 스트레스 문제로 중도 포기한 사람들이 많았고, 체력이 약한 나는 어릴 때부터 늘 한계를 걱정하며 살아왔다.
결국 첫 직장을 4년 가까이 버텼지만, 퇴사할 즈음엔 생기가 사라진 창백한 얼굴로 만신창이가 되어 고향집에 내려갔다. 부모님은 회사를 떠나 다른 먹고살 길을 찾아보자며 나를 다독였다.
그 이후 찾아온 공황장애는 10여 년간 들쑥날쑥하며 나를 주저앉히곤 했다. 동시에 나를 겸손하게 만들었다.
16년 동안 회사에서 만난 수많은 사람들은 때때로 밤잠을 설치게 하며 나의 세계를 잠식했다.
내가 세운 계획과 목표들은 반드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란 사실을, 직장이라는 공간에서 압축적으로 배웠다.
그저 ‘평범한 직장인’이라고 스스로를 폄하했지만, 어느새 16년을 돌아보게 됐다.
그때마다, 한 걸음씩이라도 내딛으려 했던 나 자신이 보였다.
예전의 나는 패기 넘치고 해맑았다. 하지만 이제는, 때로는 지더라도 묵묵히 기다릴 줄 아는 어른이 되어가는 중이다.
그리고 언젠가 그 친구가 나에게 다시 묻는다면, 질문에 답하고 싶다.
“지금 네가 보는 세상이 영원히 그렇게 굳어 있는 건 아니야.”
직장을 오래 다니는 게 꼭 좋은 건 아니다. 사람마다 각자의 길이 있으니까.
하지만 무엇이든 오래 지속하고 싶다면, 세상은 변하고, 우리도 변한다는 것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지금의 힘듦이 영원히 너를 가두지는 않아.
그러니 16년 뒤를 걱정하기보다, 오늘 하루, 그리고 내일 하루를 살아보라고.
그러다 보면, 언젠가 너도 문득 “어떻게 이렇게 오래 다녔지?” 하고 돌아보는 날이 올 거라고 얘기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