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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설명하지 않아도 괜찮아.

"남자친구는 있니?"

"왜 아직 결혼을 안 했어요?"

"대학(회사) 어디 다녀요?"

"애는 왜 안 낳니?"

"승진은 했구?"

사람들의 호기심 어린 질문들. 그 안에 스며든 기대와 판단이 나를 설명해야만 할 것 같은 압박감으로 다가온다.

특히 ‘평균적인 삶’에서 벗어날수록, 나의 선택이 ‘주류’에서 비껴날수록, 이 압박감은 더 커진다.

그런데 안타까운 건, 이 질문들이 나이가 들어도 끊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혼을 해도, 아이를 낳아도, 승진을 해도, 또 다른 질문들이 이어질 뿐이다.


얼마 전, 즐겨보던 크리에이터 랄랄이 연기한 ‘이명화’ 쇼츠를 보고 한참 생각에 잠겼다.

명절마다 어른들이 무례할지도 모를 질문을 던지는 건, 그저 안부 인사라고.

어릴 때부터 봐오던 정이 있기에, 1년에 한 번 보는 서먹함을 깨려는 방식일 뿐이라고.

그 질문을 가슴에 담아두는 건, 결국 우리의 자격지심 때문이라고.

사실, 한국 사회에서 예상치 못한 순간에 깊숙이 파고드는 질문들을 받으면 깜짝 놀라곤 한다. 하지만 좋게 바라보면, 이것도 우리가 살아가는 관계의 한 모습일지도 모른다.


그러고 보니, 나에게 너무나 당연한 것들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괜찮지 않은가?

"왜 아직 운전 안 해요?"

"전 운전할 필요를 못 느끼거든요."

혹은

"차에 관심이 없어서요."

그냥 이렇게, 가볍게 넘길 수 있는 대화들.

그렇다면 내 인생의 다른 선택들도 마찬가지다. 내가 나의 선택에 자신이 있고, 나의 모습을 사랑한다면, 상대방이 이해하든, 이해하지 못하든,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니 누군가의 질문이 내 마음을 무겁게 한다면, 나의 삶과 선택을 더욱 소중하게 바라봐 주는 시간을 먼저 가져야겠다.

그리고 또 누군가가 깊숙한 질문을 던진다면, 자신 있게, 간결하게 대답한 후, 가벼운 대화로 바꿔보면 어떨까?

"남자친구요? 열심히 찾아보고 있어요."

"승진이요? 하루하루 살아남기 챌린지 중이죠."

내 삶에 대한 설명이 아니라, 여유를 채워가는 대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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