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어떻게든 비대면 선거를 진행했던 일
비대면 선거 개봉박두! 사실 1학기 임원진들이 코로나 방역 수칙 영상 제작 외에는 한 것이 없어서, 다시 뽑는다는 게 조금 우습기도 하고 의미 없는 일 같았다. 하지만 안 뽑으려면 학교규칙을 재개정해야 했다. (여담으로 말하자면 학교 규칙 재개정은 생각보다 굉장히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우선 선거의 과정을 쭉 써보고 그것들을 어떻게 비대면으로 할 수 있을지 고민을 해보았다. 1. 선거 안내 및 입후보자 등록 2. 후보자 소견 발표 및 포스터 부착 3. 토론회를 위한 유권자 질문받기 4. 회장, 부회장 토론회 5. 선거
1번인 선거 안내 및 입후보자 등록은 아이들이 이제 e학습터에 익숙해져 있었고, 구글 설문지, 네이버 폼 등의 양식을 잘 사용할 수 있게 된 상태였기 때문에 그것을 이용하였다. 선거를 각 학급 e학습터에 올려두고, 네이버 폼을 제작하여 학생들 중 후보로 입후보하고 싶은 사람은 네이버 폼을 이용해서 등록하라고 했다. 의외로 별문제 없이 시간 안에 후보들이 자신들의 공약과 함께 후보자 등록을 했다.
2번인 후보자 소견발표에는 조금 문제가 있었다. 지금까지는 소견발표를 학교 방송실에서 하거나 내가 직접 찍어서 편집 후에 공개했는데, 아이들이 학교에 들쑥날쑥 오고 있는 상황이라 소견발표를 일괄 촬영하거나 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처음으로 집에서 직접 촬영한 소견발표를 받았다. 시간은 3분 이내. 편집하지 말고 낼 것 정도의 룰을 만들어서 제시했는데, 후보자들마다 촬영의 정도가 너무 차이가 많이 났다. 그래서 아차 싶었다. 편집은 하지 않았지만, 자막을 넣은 경우, 화려한 배경 아래에서 현란한 옷을 입고 춤을 추며 찍은 경우, 마구 흔들리는 영상을 제출한 아이 등 아이들마다 소견발표 영상이 차이가 커서 이대로 이어 붙였을 경우 가정에서 신경을 많이 쓴 아이가 당연히 당선이 되는 일이 벌어질 듯했다. 후보자가 공약을 세우고 예산과 계획성이 있는 공약을 수립한 친구를 유권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과정을 경험해보는 게 이 선거의 교육목표인데, 재미있는 영상 콘테스트가 될까 봐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우선 영상 촬영으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너무 흔들리거나 가정에서 도움을 줄 수 없는 아이들은 학교에서 촬영을 도와주었다.
3번 토론회를 위한 유권자의 질문받기도 1번과 비슷하게 구글 설문지를 이용하여 진행하였다. 2019년엔 초등학생이다 보니 종이로 질문을 받았는데, 구글 설문지로 받으니 이런 신세계가 따로 없었다. 후보자별로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질문들이라니.. 이런 부분은 비대면 선거의 장점이었다.
4번인 선거 토론회가 가장 문제였다. 2019년엔 300명의 아이들이 함께 강당에 모여서 토론회를 지켜봤다면, 이번엔 비대면으로 진행을 해야 했다.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은 300명을 줌에 초대하는 방법과 줌에서 토론회를 진행하고, 유튜브로 송출을 해서 학생들을 유튜브 실시간 댓글로 참여하는 방법이었다.
사실 300명을 줌으로 초대하는 행동을 하지 않은 것은 너무 잘 한 행동이었다. 5학년 교담이었던 나는 코로나 스트레스였는지 크리스마스쯤 흥이 넘쳐서 5학년 학생 100명을 모두 초대해서 줌에서 크리스마스 댄스파티를 열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왜 그랬나 모르겠다.) 유료계정이었고 150명까지 들어올 수 있는 계정이었음에도 엄청나게 끊겼다. 아이들은 선생님이 뚝뚝 끊어대며 춤을 춘다며 매우 웃겨하긴 했지만, 아무튼 그때의 경험을 생각하면 300명 줌 대잔치는 안 하길 잘했다.
줌 유료버전은 유튜브 스트리밍 기능을 제공해서 그걸 사용했다. 후보자들에게 링크를 주고 들어오게 한 후 배경화면을 깔끔하게 통일했다. 유권자들은 자신들의 의견이나 질문을 실시간 채팅으로 의사소통했고, 선관위 학생들은 채팅에서 후보자 비방이나 쓸데없는 이야기를 하는 아이들에게 경고 주의를 주는 역할을 하였다. 하지만 대부분 아이들은 정말 성숙된 토론회 방청 자세로 임했고, 후보자들도 어른 선거의 그런 토론회처럼 서로를 비방하거나 혐오적인 발언을 하는 등의 그런 일이 전혀 없이 정말 아름다운 토론 자세를 보여주었다. 아이들에게는 모두 문제당 2분의 시간을 주었는데, 해당 후보자의 답변이 끝나면, 다른 후보자들이 그 답변에 대해서 추가 질문을 하게 함으로써 후보자가 정말 그 공약에 대해서 깊이 있게 생각했는지 알 수 있게 하였다.
마지막으로 선거는 e알리미와 학급에서 진행했는데, e알리미는 부모님의 도움이 필요한 터라 그런 점이 조금 불편했고 (핸드폰 사용이 편하지 않는 가정에서는 참여가 어려워서 종이로 받아야 했다.) 예전처럼 강당에 투표소를 설치해놓고 하진 못했지만, 그래도 선거를 했다는 데에 큰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코로나 시대에 이렇게 비대면 토론회와 비접촉 선거를 진행해보면서, 사실하려면 뭐든 할 수 있구나. 라는걸 새삼 더 느꼈었다. 당시 교감선생님께서는 전체 대면 토론회보다는 저렇게 영상으로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토론회가 더 깔끔하고 아이들이 하는 이야기도 잘 전달되어서 좋았다는 이야기도 하셨다. 토론회라는 문화를 어떻게든 이어가고자 했다는 마음이 없었다면 나도 단순히 후보자 접수만 받고 선거만 비대면으로 진행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과정을 통해서 후보자로 아이들도 확실히 성장하였고, 유권자인 아이들도 선거가 왜 중요한지, 왜 후보자의 공약을 알아봐야 하는지, 후보자가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가 왜 중요한지에 대해서 배운 시간이 되었다. 민주주의 꽃인 선거를 꽃봉오리부터 만져보면서 앞으로 성인이 되었을 때 좀 더 선거와 정치에 관심을 갖는 사람으로 성장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사실 1학기 임원진들이 코로나 방역 수칙 영상 제작 외에는 한 것이 없어서, 다시 뽑는다는 게 조금 우습기도 하고 의미 없는 일 같았다. 하지만 안 뽑으려면 학교규칙을 재개정해야 했다. (여담으로 말하자면 학교 규칙 재개정은 생각보다 굉장히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우선 선거의 과정을 쭉 써보고 그것들을 어떻게 비대면으로 할 수 있을지 고민을 해보았다.
1. 선거 안내 및 입후보자 등록
2. 후보자 소견 발표 및 포스터 부착
3. 토론회를 위한 유권자 질문받기
4. 회장, 부회장 토론회
5. 선거
1번인 선거 안내 및 입후보자 등록은 아이들이 이제 e학습터에 익숙해져 있었고, 구글 설문지, 네이버 폼 등의 양식을 잘 사용할 수 있게 된 상태였기 때문에 그것을 이용하였다. 선거를 각 학급 e학습터에 올려두고, 네이버 폼을 제작하여 학생들 중 후보로 입후보하고 싶은 사람은 네이버 폼을 이용해서 등록하라고 했다. 의외로 별문제 없이 시간 안에 후보들이 자신들의 공약과 함께 후보자 등록을 했다.
2번인 후보자 소견발표에는 조금 문제가 있었다. 지금까지는 소견발표를 학교 방송실에서 하거나 내가 직접 찍어서 편집 후에 공개했는데, 아이들이 학교에 들쑥날쑥 오고 있는 상황이라 소견발표를 일괄 촬영하거나 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처음으로 집에서 직접 촬영한 소견발표를 받았다. 시간은 3분 이내. 편집하지 말고 낼 것 정도의 룰을 만들어서 제시했는데, 후보자들마다 촬영의 정도가 너무 차이가 많이 났다. 그래서 아차 싶었다. 편집은 하지 않았지만, 자막을 넣은 경우, 화려한 배경 아래에서 현란한 옷을 입고 춤을 추며 찍은 경우, 마구 흔들리는 영상을 제출한 아이 등 아이들마다 소견발표 영상이 차이가 커서 이대로 이어 붙였을 경우 가정에서 신경을 많이 쓴 아이가 당연히 당선이 되는 일이 벌어질 듯했다. 후보자가 공약을 세우고 예산과 계획성이 있는 공약을 수립한 친구를 유권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과정을 경험해보는 게 이 선거의 교육목표인데, 재미있는 영상 콘테스트가 될까 봐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우선 영상 촬영으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너무 흔들리거나 가정에서 도움을 줄 수 없는 아이들은 학교에서 촬영을 도와주었다.
3번 토론회를 위한 유권자의 질문받기도 1번과 비슷하게 구글 설문지를 이용하여 진행하였다. 2019년엔 초등학생이다 보니 종이로 질문을 받았는데, 구글 설문지로 받으니 이런 신세계가 따로 없었다. 후보자별로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질문들이라니.. 이런 부분은 비대면 선거의 장점이었다.
4번인 선거 토론회가 가장 문제였다. 2019년엔 300명의 아이들이 함께 강당에 모여서 토론회를 지켜봤다면, 이번엔 비대면으로 진행을 해야 했다.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은 300명을 줌에 초대하는 방법과 줌에서 토론회를 진행하고, 유튜브로 송출을 해서 학생들을 유튜브 실시간 댓글로 참여하는 방법이었다.
사실 300명을 줌으로 초대하는 행동을 하지 않은 것은 너무 잘 한 행동이었다. 5학년 교담이었던 나는 코로나 스트레스였는지 크리스마스쯤 흥이 넘쳐서 5학년 학생 100명을 모두 초대해서 줌에서 크리스마스 댄스파티를 열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왜 그랬나 모르겠다.) 유료계정이었고 150명까지 들어올 수 있는 계정이었음에도 엄청나게 끊겼다. 아이들은 선생님이 뚝뚝 끊어대며 춤을 춘다며 매우 웃겨하긴 했지만, 아무튼 그때의 경험을 생각하면 300명 줌 대잔치는 안 하길 잘했다.
줌 유료버전은 유튜브 스트리밍 기능을 제공해서 그걸 사용했다. 후보자들에게 링크를 주고 들어오게 한 후 배경화면을 깔끔하게 통일했다. 유권자들은 자신들의 의견이나 질문을 실시간 채팅으로 의사소통했고, 선관위 학생들은 채팅에서 후보자 비방이나 쓸데없는 이야기를 하는 아이들에게 경고 주의를 주는 역할을 하였다. 하지만 대부분 아이들은 정말 성숙된 토론회 방청 자세로 임했고, 후보자들도 어른 선거의 그런 토론회처럼 서로를 비방하거나 혐오적인 발언을 하는 등의 그런 일이 전혀 없이 정말 아름다운 토론 자세를 보여주었다. 아이들에게는 모두 문제당 2분의 시간을 주었는데, 해당 후보자의 답변이 끝나면, 다른 후보자들이 그 답변에 대해서 추가 질문을 하게 함으로써 후보자가 정말 그 공약에 대해서 깊이 있게 생각했는지 알 수 있게 하였다.
마지막으로 선거는 e알리미와 학급에서 진행했는데, e알리미는 부모님의 도움이 필요한 터라 그런 점이 조금 불편했고 (핸드폰 사용이 편하지 않는 가정에서는 참여가 어려워서 종이로 받아야 했다.) 예전처럼 강당에 투표소를 설치해놓고 하진 못했지만, 그래도 선거를 했다는 데에 큰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코로나 시대에 이렇게 비대면 토론회와 비접촉 선거를 진행해보면서, 사실하려면 뭐든 할 수 있구나. 라는걸 새삼 더 느꼈었다. 당시 교감선생님께서는 전체 대면 토론회보다는 저렇게 영상으로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토론회가 더 깔끔하고 아이들이 하는 이야기도 잘 전달되어서 좋았다는 이야기도 하셨다. 토론회라는 문화를 어떻게든 이어가고자 했다는 마음이 없었다면 나도 단순히 후보자 접수만 받고 선거만 비대면으로 진행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과정을 통해서 후보자로 아이들도 확실히 성장하였고, 유권자인 아이들도 선거가 왜 중요한지, 왜 후보자의 공약을 알아봐야 하는지, 후보자가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가 왜 중요한지에 대해서 배운 시간이 되었다. 민주주의 꽃인 선거를 꽃봉오리부터 만져보면서 앞으로 성인이 되었을 때 좀 더 선거와 정치에 관심을 갖는 사람으로 성장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