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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택근 Dec 27. 2022

Life in Leeds, UK

Episode 4 <뮤지컬 여행>


여행


2022년 12월. 

리즈(Leeds)에서 런던(London).

여행.


뮤지컬 <The Book of Mormon>

극장은 Prince of Wales Theatre; 극장 안 벽이 붉은색인 아주 매력적인 극장이었다.

몰몬교 선교사들이 아프리카 우간다로 가면서 벌여지는 이야기를 담은 뮤지컬이다. 코미디적인 부분과 여러 풍자들이 있어서 민감한 부분에 웃으면서 넘길 수 있는 요소들이 많다. 특히 오프닝 곡인 'Hello'는 이 뮤지컬의 전체적인 색깔을 함축한 곡이라 할 수 있는데 몰몬교 선교사들에게 전도를 당해본(?) 사람들은 이해할 수 있는 이유 모를 웃김과 섬뜩함이 느껴진다.

사람들이 이토록 이 뮤지컬을 좋아하는 이유는 '풍자'를 통한 '공감'을 이끌어내기 때문인 것 같다. 또한 옛날이야기가 아닌 현대 시대의 이야기이며 극 중간중간 다른 뮤지컬 혹은 유명 대중문화의 요소들을 빌려와서 코미디 적으로 표현을 하기에 그 패러디한 것들을 알고 있다면 피식할 수 있는 부분들이 정말 많다. (요즘 방영하고 있는 '금혼령'이라는 웹툰 원작 드라마에서 '누가 소리를 내었는가'와 같은 패러디를 한 것이 시청자들에게 즐거움을 주듯이 말이다.)

분명 코미디가 주는 '농담이잖아. 웃으면서 넘길 수 있지 않아?'식의 허용이 있다. 또한 아무리 코미디라도 넘기면 안 되는 선이 있기도 하다. 한국에 이 작품이 들어오면 관객들 반응이 어떨지 궁금해진다. 아직 유교문화가 남아있는 나라가, '몰몬교'라는 종교에 부정적인 인식이 많은 나라가, 이 작품을 어떻게 평가할지 궁금해진다.


다음 뮤지컬은 '린 마누엘 미란다'의 <Hamilton>

극장은 Victoria Palace Theatre; 서양식의 아웃테리어와 인테리어의 '고급스러움'이 고스란히 담긴 곳이다.

아마 현재 가장 '힙'하다는 뮤지컬이 아닐까 싶다. '알렉산더 해밀턴'이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가 된다. 미국 건국의 역사와 함께한 인물이기에 미국인들에게 특히 사랑받는 뮤지컬일 듯싶다. 확실히 이 인물과 미국 건국의 역사를 어느 정도 공부를 하고 가서 본다면 재미가 배가 될 듯싶다.

이 뮤지컬을 이야기할 때 힙합 음악을 빼놓을 수가 없는데 생각해보면 정말 엉뚱한 설정이다. 미국이 건립된 1700년대 말 당시에는 힙합이라는 장르가 없었을뿐더러 랩배틀과 비트박스를 하는 인물들을 보면 혼란스럽기도 하다. 학교에서 배우는 '극의 배경에 맞는 음악을 사용해야 한다'는 법칙(?)을 따른다면 틀린 뮤지컬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당시 인물들의 태도와 서로 간의 관계가 '힙합'이라는 장르와 찰떡이기에 린 마누엘 미란다가 사용한 듯 보인다.

극 중간 영국 왕도 간간이 나오셔서 비틀즈스러운 음악과 함께 광기를 보여준다. 이것 또한 음악적 개연성에 맞지 않은 스타일이다. 꽤 긴 러닝타임을 가지고 있기에 부분 부분 지루하거나 집중이 흐려질 수 있는 구간들이 있으나 그럴 때마다 영국 왕이 나오셔서 큰 재미를 선사해 주신다. 미국 브로드웨이에서는 어떻게 연출하는지 모르겠으나 영국 웨스트엔드 버전의 해밀턴에서는 영국에 위치한 극장이고 주로 영국인들을 대상으로 올려지는 공연이라는 것을 고려한 것인지 영국 왕을 더 도드라지게 연출을 한 것 같다. 극 시작 전 안내사항 방송이 나올 때 왕의 목소리로 '이것은 내 이야기다'와 같이 참 영국스러운 농담을 던지기도 한다. 

'해밀턴'이 한국에서 크게 성행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아마 미국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이해 그리고 랩가사를 번역하면서 한국어로는 다 담기 힘든 가사의 기발함 때문이 아닐까 싶다. 영국에서 올려지는 '해밀턴'에서의 영국 왕처럼 한국에서도 외국에 어느 유명한 작품을 올릴 때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이고 따라 하는 것이 아닌 한국 정서에 맞게 어느 정도 허용되는 선에서 한국 관객들을 위한 연출을 조금씩 바꾸는 것도 좋은 생각이다.


다음은 <해리포터와 저주받은 아이>

극장은 Palace Theatre.

해리포터 세대와 그다음 세대로의 이어짐이라고 할까. 해리포터와 그의 친구들이 엄마 아빠가 되고 그들의 자식들이 호그와트로 가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연극이다.

정말 티켓값이 아깝지 않은 공연이라 생각했다. 총 4부로 6시간 정도의 러닝타임을 가지고 있지만 전혀 지루하지가 않았다. 해리포터 시리즈의 책과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연극에도 당연히 매료될 것이다. 전작들에 대한 향수를 일으키는 부분도 있고 볼거리와 들을 거리 등등 즐길거리들을 많이 선사한다. 

(스포일러 최대한 없이 이 글을 작성하려고 하지만) 디멘터들의 표현은 정말 놀랍다. 아마 1800년대에 이 같은 공연을 했다면 당시 사람들에게 '악마를 보았다'와 같은 트라우마를 아마 겪게 하지 않았었을까 싶다.

특히 음향적으로는 저음의 활용과 시각적으로 눈을 속이는 속임수에 굉장히 인상적이었는데 마법 세계관에 맞게 관객들에게 '어떻게 한 거지?'와 같이 놀라움들을 쉴 틈 없이 계속 선사를 한다.

이 작품이 한국에 올려지기 위해서는 극장 선택이 정말 중요할 것 같다. 극에서 펼쳐지는 온갖 효과들이 안전하게 그리고 제대로 표현되기 위해서는 특정 환경의 무대가 필요함을 느낀다. 개인적으로는 이 작품이 한국에서 제대로 무대에 올려진다면 한국인들이 n차 관람할 정도로 흥행할 작품이라 생각된다.


Cambridge Theatre에서 올려지고 있는 'Tim Minchin'의 <마틸다>

현재 뮤지컬 영화도 넷플릭스에서 개봉이 된 상태여서 영국에서 인기가 굉장히 많은 뮤지컬이다. 관객들은 대부분 어린아이들과 부모님들이다. 몇몇 노래를 어린아이 관객들이 따라 불러서 부모님들이 'Shusshh...' 했던 것이 기억이 난다.

마틸다와 친구들 특유의 안무가 굉장히 인상적이다. 저런 당당함이 안무로 표현이 된다는 것에 놀라웠다. 영어 버전의 가사를 이해 못 하더라도 음악과 안무만으로도 이야기가 전개될 수 있을 정도로 아주 잘 만든 작품이다.

원작 책과 1996년도에 나온 영화와 각각 어떻게 다른지 비교하며 보는 것도 재미이다. 마틸다에 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마틸다와 그의 부모님과의 관계, Miss Honey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Trunchball 교장선생님에 대한 다른 연출 방식들을 비교해서 보면 90년대 당시의 이야기 표현 방식과 2020년대 현재 만들어지는 이야기 표현 방식이 다름을 느낄 수 있다. 특히 Trunchball 교장선생님이 여장남자에 조금은 우스꽝스러운 캐릭터로 바뀐 것이 처음에는 익숙지가 않았다. 1996년도 영화 버전을 보면 Trunchball 선생님은 공포 그 자체이지만, 현재 버전에서는 '광대' 캐릭터로 변했음을 알 수가 있다.

어린아이들에 대한 이야기지만 동시에 어른들도 공감할 수 있는 최고의 가족 뮤지컬이다. 한국에서도 이미 크게 성행을 했다고 들었는데, 한국 버전의 '마틸다'는 어떨지 궁금해진다.


Adelphi Theatre에서 올리고 있는 <Back To The Future>

이 뮤지컬 역시 '백 투 더 퓨쳐' 영화를 좋아하신 분들이라면 재밌게 관람할 것이다. 극장 안을 또한 백 투 더 퓨쳐스럽게 꾸며놓았기에 실제로 시간여행을 한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티비 영화 채널에서 가끔씩 이 영화를 상영해주기도 해서 자주 보았던 기억이 있다. 어린 나이에 완전히 이해할 수 없는 설정들이 많았지만 '과거로의 시간여행' 그리고 '미래로의 시간여행'이라는 소재에 흥미롭게 보았던 것 같다. 

'시간 여행'이라는 소재가 요즘 유행이기도 하기에 이에 대한 뮤지컬을 무대에 올리는 것은 당연하리라 생각된다. 특히나 영화로써 이미 흥행을 한 작품이며 유명 작곡가가 참여했으니 이 뮤지컬의 성공은 어느 정도 보장된 것이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뮤지컬을 하는 작곡가 혹은 편곡자가 참여해서 뮤지컬 형식에 맞게 조금 더 손을 보았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시각적/사운드 적으로 너무나도 훌륭한 작품이지만 영화와 극에 대한 다름이 느껴지지 않았던 걸까. (3D/4D로 영화를 보는 느낌?) 영화는 영화대로, 극은 극대로만의 매력이 있는데 영화와 너무 똑같게 만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하지만 영화 버전 그대로 눈앞에서 실제 사람들과 물체들이 무대 위에서 움직인다 생각하면 정말 놀라운 구현이다. 이것들을 또한 선호하시는 분들도 분명 있을 것이기에 영화를 좋아하신 분들이라면 반드시 봐야만 하는 작품이다. 


마지막으로 본 뮤지컬은 Prince Edward Theatre에서 상영 중인 <Mary Poppins>

오래전에 영화로도 나왔지만 제대로 본 적이 없다. 음악 또한 몇 개의 유명한 곡들 빼고는 전혀 모르는 상태로 극장으로 향했다. 여행 마지막 날이었기에 조금 지친 상태이기도 했다. 기대를 안 하고 갔지만 3박 4일 동안 본 뮤지컬 중 가장 '뮤지컬'스러운 뮤지컬이지 않았을까 싶다.

'영국은 이 무대 극들을 참 잘 만든다'라는 생각을 하게 하는 작품이다. 관객들이 무엇을 보고 싶어 하는지, 무엇에 열광하는지 알며 그것을 어김없이 보여주는 작품이다. 작품을 만들다 보면 이야기의 개연성에 맞지 않기에 혹은 이야기 흐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것들이기에 자르고 버려여만 하는 것들이 많이 생긴다. 하지만 '즐길거리'로써 이 극을 생각한다면 조금은 흐름에 방해되거나 개연성에 어긋나더라도 관객들의 유흥을 위해 포함시켜야만 하는 장면들이 있다. 예를 들어 메리 포핀스에서는 'supercalifragilisticexpialidocious'라는 대표곡이 있는데 이곳 초등학교에서 가르칠 정도로 여기 문화에서는 다들 아는 곡이다. 그러기에 이 곡만큼은 사람들이 다 따라 부르고 싶을 것이니 따라 부르도록 유도를 하고 그에 맞게 엄청 시각적으로 그리고 청각적으로 화려하게 표현을 한다. 스코틀랜드에서 <Joseph and the Technicolor Dreamcoat>를 본 적이 있다. 이것 또한 너무나도 유명한 작품인데, 모든 관객들이 곡의 순서와 가사까지 알 정도다, 뮤지컬에서 관객들이 떼창을 하는 것을 본 건 처음이었다. 신기한 건 원래의 극장 에티켓은 관객들이 따라 부르지 않는 것인데 관객들이 따라 부를 것을 아는지 일부러 연출을 같이 따라 부르도록 하는 것이었다. <겨울왕국-뮤지컬> 음악감독님 하고 인터뷰를 한 적이 있는데 처음 무대에 올렸을 때에는 어린아이들이 하도 따라 불러서 시작할 때 안내사항으로 노래를 따라 부르지 못하도록 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제는 따라 부르던 지 말던지 신경을 안 쓴다고...   

한 작품을 만들면서 이야기에 충실할 것인가 아니면 관객들이 보고 싶어 하는 것들을 보여줄 것인가와의 고민을 계속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올리버 트위스트(Oliver Twist), 애니(Annie)와 같은 작품들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이 작품을 분명 좋아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메리 포핀스'라는 캐릭터가 매력이 넘치는 캐릭터기에 한국 무대에 올려진다면 성행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런던 길거리를 걷다 보면 잠시 걸음을 멈추고 바라보게 하는 것들이 있다. 그래서 더욱 사람들이 모이고 걷고 싶어 하는 거리이지 않을까 싶다. 극장 근처에 이런 작품들을 파는 상점이 있었는데 유리창으로 해서 사람들이 지나가면서 볼 수 있도록 해놓았다. 3박 4일 동안 매일 이곳을 지나쳤는데 출근 도장을 찍듯이 매일 마주치는 그림에 속으로 혼자 그림에게 인사를 하곤 했다. 자신의 작품을 사랑한 피그말리온처럼 예술가들이 자신의 작품과 사랑에 빠지는 이유를 알게 될 것 같다.


예술가들에게 작품은 마치 자신의 자식과도 같다고 한다. 자신이 만든 창조물이며 본인의 일부가 그 안에 들어있다고 믿는다고 한다. 우리가 어떤 예술 작품들을 바라볼 때 작품의 아름다움 뿐만 아니라 그것을 만든 창작자에게 또한 존경과 관심을 가지면 어떨까 생각을 해본다.


Life in Leeds, UK Episode 4

https://youtu.be/hjI6LLKf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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