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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택근 Dec 20. 2022

Life in Leeds, UK

Episode 3 <일상> 


일상


12월이다. 작년 9월 스코틀랜드에 왔으니 이곳에서의 생활이 어느덧 1년 3개월이 지나간다.

겨울이 되니 하루가 짧아지고 햇빛보다는 달빛을 받으며 산다.


평소에 아침을 거하게 챙겨 먹기보다는 커피 한잔을 마시는 편이다. 저 날따라 아침에 무슨 여유가 있었는지 학교 근처 카페에 들어가 영국식 아침식사를 먹었었다. 저기에 빠삭하게 구운 토스트 2개와 커피까지. £6~7 정도 한다. 오랜만에 아침에 몸속으로 들어오는 짠맛에 하루 종일 든든했던 것 같다. (해장의 민족이기에 아침에는 얼큰한 국물의 음식이 땡기지만...) 이따금씩 이렇게 챙겨 먹어야겠다.


성탄절이 다가오니 교회도 예수님의 오심을 기념하는 분위기가 풍긴다. 교회에 동물들도 있는데 그들도 같이 예배를 드리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같은 공간에서 예배를 드린다. 

'예배의 형식'에 대해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된다. 교회마다 교단마다 예배의 형식이 다르기에 이곳의 교회는 어떤 형식으로 예배를 드릴까 궁금하기도 했다. 한국에 있을 때 화, 수, 목, 금 그리고 주일까지 각각 다른 교회에서 찬양팀에 속해 예배를 드렸었기에 각기 다른 예배의 형식에 혼란스러운 적도 있다. 

이곳은 꽤 자유롭다. 주일 오전 9시 45분 즈음되면 성도들이 교회에 모이기 시작한다. 교회 카페에서 커피와 핫초코 그리고 쿠키를 받아와 교제를 나눈다. 오랜 시간 이 교회를 다녀 서로를 너무나 잘 아는 어르신들의 모습도 보이고 나처럼 쭈뼛쭈뼛하는 사람들도 보인다. 10시 즈음되면 찬양이 시작된다. 찬양을 하는 그 순간까지도 성도들이 계속 교회 안으로 들어오며 교제를 나눈다. 찬양이 끝난 후에는 목사님이 나오셔서 환영의 인사를 하신다. 그 후에는 매주 형식이 다르다. 다시 찬양을 하기도 하고 성찬식을 하기도 하며 기도의 시간을 갖기도 하며 간증의 시간을 갖기도 한다. 어린아이들의 소리와 어수선한 분위기에 어찌 보면 질서가 없어 보이기도 하지만 이것 또한 예배가 아닐까.

'무엇이 과연 예배인 것일까? 하나님께서는 어떤 예배를 받으실까?' 하는 고민도 오래전부터 해왔었다. 예배는 '거룩'하게 드려야 한다는 오랜 전통 때문에 예배를 '드리는 것'보다 '형식'과 '보이는 것'에 너무 집중하게 되는 건 아닐까. 조금은 어수선하고 시끄럽지만 어린아이들과 청년들 그리고 어르신들까지 한 공간에서 같이 예배를 드리는 이 예배가 참 귀하다고 느낀다.

많은 분들이 '영국교회는 무너졌다'라고들 하지만 내가 지금 겪는 영국교회는, 물론 모든 교회가 아닐지라도, 여전히 굳건히 하나님을 예배드리고 있다. 이 교회에 계신 어르신들의 예배드리는 모습을 보면 '그래. 이 나라가 한국으로 선교사들을 보내던 나라였지'라는 생각을 하게 되며 인정을 하게 된다. 이들의 믿음의 전통이 다음 세대까지도 이어내려 오길 바랄 뿐이다.    


Term 1 단체 프로젝트로 뮤지컬을 창작하는 것이 있다. 배우 전공 친구들과 창작 전공 친구들끼리 팀을 짜서 뮤지컬 하나를 만드는 것이다. 10월에는 '12 Angry Men' 이라는 영화를 뮤지컬로 만들었고 이번 12월에는 'The Perks of Being a Wallflower'를 뮤지컬화했다.

뮤지컬 하나 만드는 데에 8~10년 정도의 시간이 걸린 뮤지컬들이 이해가 가기 시작한다. 이야기를 짜고 곡들을 쓰고 모든 것이 완벽하게 정리됐다 싶다가도 배우들의 연기를 보며 그리고 무대에서 펼쳐지는 것을 보며 수정할 부분들이 계속 계속해서 생긴다. 이 과정을 3~4주 안에 해야 했으니 엄청 바쁜 한 달을 보냈다. 12월 초 즈음되니 다들 '나 도망갈래'하는 눈빛이 대신 말해주고 있었다.

1주일 혹은 1달 만에 음원을 찍어내는 것과는 확연히 다르기에 이 작업을 하면서 '기다림'을 배우기도 한다. 음식을 먹은 후에 몸이 그 영양분들을 흡수하기까지 소화의 과정이 필요하듯이 무언가를 만든 후에 그것이 제 자리를 찾기까지의 기다리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낀다.

앞으로 8~9개월 정도 이곳에서 계속 이 작업을 하게 될 테니 침착하게 기다리는 과정을 즐기길 바란다.


사실 바닷가 근처에서 온 친구들의 '육지의 피시 앤 칩스는 맛이 없다'는 말을 듣고는 나중에 바닷가 근처로 여행 가서 사 먹으려 했었다. 하지만 영화 본 후 집에 오면서 매일 지나다니는 피시 앤 칩스 가게에 아무 생각 없이 들렸다. 오랜만에 먹은 피시 앤 칩스였기에 맛이 있었다. 특히 저 포장지가 맘에 들었던. 곧 바닷가 마을에 놀러 가 피시 앤 칩스를 먹어봐야겠다. 얼마나 맛이 있을지?


Life in Leeds, UK Episode 3

https://youtu.be/j0y-QadvRP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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