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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택근 Aug 12. 2023

Life in Leeds, UK

Episode 5 <학교 생활>


학교 생활


2023년 1월 -  3월

영국 리즈 음악원 (Leeds Conservatoire)



<Collaboration>

MA Musical Theatre Creatives (뮤지컬 창작) 전공 중이다. 누구는 이야기를 쓰고 누구는 가사. 또 누구는 음악 혹은 안무로 하나의 뮤지컬을 같이 만든다. 혼자서 모든 걸 다 할 수 있는 이도 있겠지만 리즈 음악원에서는 협업을 중요하게 여긴다. 예를 들어 작곡가로서 내가 쓴 곡은 내가 음악 감독도 같이 할 수 있겠지만(그리고 실제로 창작뮤지컬에서는 그런 경우가 대다수다) 다른 음악 감독과도 같이 일을 해보며 같이 무언가를 만들어가도록 권한다.

곡을 쓰는 경우에 가사를 전달받으면 혼자서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가끔씩 작사가가 같이 곡을 쓰길 원하는 경우도 있다. 가사를 쓰면서 떠오른 멜로디가 있기에 그걸 녹음해서 보내주는 경우도 있으며 위 사진처럼 직접 만나서 서로 아이디어를 주고받으며 곡을 쓴다. 

음악적인 부분에서 결정을 스스로 하며 홀로 곡을 쓸 때의 좋은 점은 나만의 작곡 스타일이 음악에 고스란히 담긴다는 점. 음악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뮤지컬에서는 특히 그 구조와 틀을 내 해석에 맞게 짤 수 있다는 재미가 있다.

누군가와 같이 곡을 쓸 때의 좋은 점과 가장 바라는 점은, 노란색과 파란색이 섞이면 초록색이 생기지만 초록색이 아닌 뭔가 다른 색깔이 나오길 바란다는 것. 서로 전혀 생각해보지도 못한 것들이 같이 있을 때 나오는 경우에는 정말 신비롭기까지 하다.



<Research and Development>

리즈음악원에서는 Research and Development Week가 있다. 일주일 동안 수업 없이 외부의 뮤지컬 창작팀이 와서 학교 학생들과 워크샵을 하는 것이다. 매 학기마다 있는데 이번 학기에는 'Steadfast Tin Soldier'라는 작품에 참여했다.

극 중 주인공인 '장난감 병정'을 청각 장애가 있는 캐릭터로 만들어서 이 작품을 통해 '장애를 가진 분들도 어떻게 하면 뮤지컬을 즐기고 또한 직접 연기를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를 같이 고민하며 하루는 오로지 '수화'에 관해 배우며 앞이 보이지 않는다면 소리를 들을 수가 없다면 내 몸이 어떻게 반응하며 행동할까에 대한 연구를 했다. 

뮤지컬이 하나의 예술 형식뿐만이 아닌 하나의 교육과정이 될 수도 있겠다 생각을 해본다. 직접 극에 참여함으로써 극 중 인물에 대해 연구를 하다 보면 그 인물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가지게 되며 또한 그런 인생을 살아온 실제 사람들에 대한 인식이 변하게 된다. 꼭 화려하고 웅장한 것만이 뮤지컬이 아니다. 작고 소소한 누군가의 이야기를 작고 소소하게 표현할 수도 있는,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서 인간에 대한 '공감'이 뮤지컬 창작에 있어서 목적이 아닌가 싶다. 



<스티븐 손드하임의 컴퍼니>

Stephen Sondheim

뮤지컬을 처음 공부하기 시작했을 때 이 분의 곡들은 이해하기가 참 어려웠다. 엄청 난해한 화성들이 많기도 하고 수시로 바뀌는 박자표 때문에 이 분의 곡을 연주를 해야 할 때면 머리가 하얘지기도 했다. 하지만 뮤지컬 '음악'이 아닌 뮤지컬이라는 예술 형식에 대해서 배우기 시작하고 직접 뮤지컬을 만들기도 해 보니 이 분의 작품이 점점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한국에서는 손드하임의 작품 중에는 '스위니 토드'라는 작품이 아마 가장 유명하지 않을까 싶다. 손드하임의 커리어 중 가장 전성기 중 전성기 시절인 1970년대에 만들어진 작품이다. 그는 1970년대에 '할 프린스'라는 감독과 함께 여러 작품을 만들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스위니 토드'이다. 이 시절에 그는 또 다른 작품을 만들었는데 그것이 바로 '컴퍼니'이다.

학교에서 3학년 학사 친구들이 '컴퍼니'를 공연했다. 나는 조연출로 참여를 하게 되었는데 이 경험을 통해서 스티븐 손드하임의 작품에 더 깊이 빠지게 된 것 같다. 스코틀랜드에 있을 당시 피아노 선생님이셨던 Laura에게 '손드하임의 음악들은 너무 어려워요'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 당시 그녀는 나에게 이런 말을 하셨다. '나이가 들면서 손드하임의 음악들이 점점 이해가 자연스레 될 거야'. 그 때로부터 1년이 지난 지금, 나는 곡을 쓸 때 막히면 손드하임의 인터뷰를 영상들을 보고, 지치고 너무 힘들 때에는 이 분의 음악을 들으며, 무언가에 대한 정답이 필요할 때면 이 분의 글을 통해서 많이 배운다.  



<고양이>

작곡가로서 뿐만 아니라 이야기를 쓰는 사람으로서도 이야기를 써야만 했다. 1학기에는 황순원의 '소나기' 그리고 짐 캐리 주연의 '이터널 선샤인'을 뮤지컬로 만들기 위한 작업을 했었다. 그리고 이번 학기에는 고양이에 관한 뮤지컬 '미미'.

고양이 '미미'가 자신의 잃어버린 고양이 가족을 찾으러 떠나는 뻔한 이야기지만 계속 써 내려갈수록 가족 그리고 용서에 대한 이야기가 되고 있는 것 같다. 글을 쓸 때에 이 캐릭터가 앞으로 무슨 일을 겪을지 알기에 더 쓰기를 주저하는 경우가 많다. '이 캐릭터는 결국 자신의 두려움과 마주할 것이고 그것을 견뎌내야만 해.',  '이 캐릭터는 이 상황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가?'와 같은 혼잣말을 계속한다. 

하나님은 인간을 만들 때 계획이 다 있으셨던 걸까. 하나님은 이 모든 것에 대한 '끝'을 알고 계실까. 앞으로 우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를 다 알고 계실까. 직접 이야기를 쓰기 시작하면서 '신'과 그분의 '목적'에 대해서 생각을 하게 된다. 그분이 이 모든 것의 '글쓴이'라면, 왜 '선'과 '악'이 동시에 존재해서 혼란이 생기게끔 하셨을까에 대한 고민들.


2학기는 이렇게 끝이 났다.

무언가를 잘하기 위해서는 그것을 해봐야만 배울 수 있다는 말. 

'어떻게 하면 뮤지컬을 만들 수 있나요?'에 대한 대답은 '뮤지컬을 만들어보는 것'이었다.

뮤지컬을 계속 만들면서 느끼는 점은, 결과물에 대한 평가와 반응은 내 능력 밖이라는 것이다. 나 스스로 만족스러운 것을 만들기 위해서 시간과 힘이 허락하는 한 노력은 할 수 있겠지만 그것이 관객들에게 전해졌을 때 그들의 평가와 반응은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결과보다는 그 과정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며 같이 무언가를 만들어가는 과정. 그리고 작업실에서 홀로 견뎌내야만 하는 어찌 보면 고독한 과정. 이 모든 과정을 소중히 여기기 시작했다.


Life in Leeds, UK Episode 5

https://youtu.be/oAhNby_oBA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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