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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쟁이 Aug 06. 2019

[두부] 너의 악몽에게, 할시(Halsey)

※이 글은 할시를 소개하기 위한 글이 아닙니다. 그의 멋짐을 일목요연하게 보고 싶다면 아래 링크로.

http://izm.co.kr/contentRead.asp?idx=29678&bigcateidx=19&subcateidx=69&cTp=1


너 말야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니. 도무지 알 수 없는 표정이네. 그렇게 갇힌 표정으로, 갇힌 얼굴로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 있잖아. 물론 내 앞에서 다 보여줄 필요는 없어. 그런데 뭐 때문에 피부 아래로 미간을 그리 찌푸리고 있는지 조금 궁금하다. 혹시 우리 같은 악몽 속에 있는 건 아닌가 해서 말야.

Everything is blue, his pills, his hands, his jeans. - Halsey, Colors


악몽의 이유

    우린 매일을 살며 많은 꿈 속들을 거쳐. 방금 전은 무슨 꿈을 꿨더라. 길을 걷고 있는데 이게 모두 꿈만 같아. 어쩌면 현실은 연속된 꿈의 나열들이 아닐까. 기억이라는 고리로 서로를 연결하고 있는. 아니 이건 어쩌면 일부러 현실감을 지우고 싶어하는 내 시도일지도 몰라. 도대체 뭔지를 모르겠네. 현실을 부유하고 있는 기분을 어떻게 말을 해야할 지를 모르겠어.

    매일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힘듦을 고백해. 내가 내 현실에서 감각을 느끼고 싶지 않다/느끼고 있지 못하다는 건 그 누구보다도 힘들어서는 아냐. 그냥 조금 숨이 막힐 뿐이야. 세상 사람들의 힘든 사정들 가운데서 나의 이야기는 딱히 힘이 없거든. 자신의 비극과 삶의 팍팍함을 이유로 갈수록 힘을 잃어가는 것들이 있어. 나의 이야기가 피곤하대. 머리가 아프대. 신나고 상쾌한, 청량한 것들이 필요하다고들 그래. 사람들은 꿈을 꾸고 있으면서도 또다른 꿈을 필요로 해. 그게 얼마나 편견 덩어리인지는 관심 없지. 그저 마음을 편하게만 해주면 되는 거야.





나의 꿈

날 버린 겨울 호수 위호/두꺼운 얼음이 얼었네/잠시 들어간 꿈 속에도/나를 괴롭히는 환상통은 여전해 - 방탄소년단, Singularity


    그가 떠나더라고. 지치고 힘들다, 라는 말을 내뱉으며 잔인하게 나를 즈려밟고 가더라. 그건 어릴 적 악쓰며 부르던 노래말을 넘어서는 표현이었어. 길고 긴 꿈을 꾸고 난 후 기지개를 켜는데 그만 담이 들어버리고 말았어. 차마 저주는 못 퍼붓겠는데, 좋은 기억으로 남기고 싶었지만 일단은 그의 부재가 납득이 되지 않아. 그래서 이 꿈을 조금 연장해보고 싶어서 어떻게든 잡아보는데 말야. 그 끝에는 어떻게든 가버리려는 그가 있네. 무대를 내려찍으며 절규하는 여가수의 모습이 떠올라. 나는 덩달아 무너지는데, 아니 사실 기억이 잘 나지는 않아. 얼마나 아팠는지보단 이젠 어떤 문장들만 남아있는 것 같아. 네가 잘 되나 보자, 라고 생각하는 것이 나에게 편하다, 혹은 그는 나쁜 사람이니까 좋게 기억해서는 안된다, 라는 말들 말야. 이젠 별달리 남은 감정들은 없는데 그냥 관성처럼 또 그렇게 생각하는 거야. 이제 슬슬 이번 꿈도 끝나가는 것 같아, 그렇지?



    아니 근데 이 이야기를 하는데 너는 왜 하품을 하니. 얼마나 악을 쓰면서 얘기해야 듣는다니. 아, 아니다. 지루하구나 그저. 나는 너도 같은 생각을 하는 줄 알았지. 세상의 노래들이 다 이런 이야기를 하길래 많이들 공감하는 줄 알았어. 공감은 하지만 또 이런 이야기를 듣는게 지치는 거구나. 모두들 같은 꿈들을 꾸면서 만들어내는 것들은 새롭길 바라네. 그럼 그냥 내 다음 이야기는 좀 새롭게 전달할 수 있길 혼자 소망할게.





악몽의 현현


착각하지 마/ 쉽게 웃어주는 건 날 위한 거야 - 블랙핑크, 뚜두뚜두


"Come on, little lady, give us a smile"
No, I ain't got nothin' to smile about
I got no one to smile for, I waited a while for
A moment to say I don't owe you a goddamn thing
...
I'm no sweet dream, but I'm a hell of a night


    내가 아까 말한 것 기억 나? 사람들은 피곤한 이야기보단 시원하고 청량한 걸 원한다는 것 말야. 지끈거리는 그 이야기들 중엔 우리가 옳음, 이라고 부르는 것들도 있구 그래. 각자의 사정으로 우리는 놓치면 안되는 것들을 덮어. 그들의 청량함과 유쾌함을 위해 웃지 마. 웃으라고 하지 마. 웃을 일이 하나도 없는데? 어디까지의 꿈들이 내가 생각하는 옳음인지 나는 알지 못해. 나도 나의 사정으로 진실을 덮곤 해. 서로 배려하고 살자는 이야기가 아니야. 떠다니는 이 모든 것들 속에서 놓지 말아야할 것들이 있다는 말이야. 난, 넌, 그리고 우리는 말야. 그들의 단 꿈이 아니야. 그래서 나는 그냥 악몽이 되기로 결심했어. 나를 이용해 꿈을 꾸고 싶다면, 이번 악몽부터 통과해야할 거야. 입맛에 맞았다면 다행히 너에게 나는 악몽이 아닌 거겠지. 말이 어려웠다면 미안해. 근데 좀 어렵게 말해야 멋지다고 해주는 사람들이 있어서 말이지.





언젠가 무언가의 제작노트가 되길 바라며

비 내리는 오후

두부 談




++ 명색이 듣담이니만큼 급하게 남기는 추천곡들

 - Nightmare, Eastside(with Benny Blanco & Khalid), Gasoline, Ghost, Bad at love, 11 minutes(with Yungblud), Closer(by Chainsmokers), 작은 것들을 위한 시(by 방탄소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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