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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얄루루 Feb 01. 2022

어쩌다 그린란드(10) 빙하투어를 해보자

20시간을 날아 일루리사트까지 온 것은 좋았지만 유념해야 할 부분은 역시 겨울은 어딜 가나 비수기라는 점이었다. 그린란드 이미지를 검색하면 꼭 나오는 빙하 사이를 누비는 카누 체험, 빙하 위를 누비는 비행기 체험 등 정작 하고 싶었던 것들은 여름에만 할 수 있었다. (왜 겨울에 갔을까ㅋㅋ 그래도 오로라는 겨울에만 볼 수 있으니까!) 카누는 그렇다 치더라도 빙하 위 비행체험은 UNESCO 세계 자연유산으로 지정된 빙하지역을 한눈에 볼 수 있기에 기대를 많이 했건만 이를 진행하는 여행사가 겨울에 문을 닫아 허탈감이 컸다. 그래도 어찌하겠는가 가능한 투어를 알아보기 위해 또 다른 그린란드 대표 투어 사인 'world of greenland'를 방문했다.

들어가자마자 벽에 보이는 해당 주의 스케줄.  한눈에 볼 수 있게 투어들이 촤르륵 정리되어 있었다. 인터넷에서도 예약을 할 수 있지만 현장과 시간이 조금 다른 부분이 있었기에 현장에서 직접 정보를 얻는 것이 더 확실했다. 이 맘 때 가능했던 활동들은 개썰매, 오로라 투어, 빙하 보트 투어, 스노 모빌, 얼음낚시, 도시 투어, 문화체험 등이었다. 그중 Northern light Safari와 Iceberg Sightseeing 두 개를 선택하여 진행을 하였고 빙하투어가 먼저 진행되었다.


빙하투어 당일, 여행사에서 집합  차를 타고 5 거리에 있는 항구에 도착하였다.  사진을 찍지 못했지만 2 크기의 배였는데 탑승  걱정거리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먼저 2층에서 1층으로 사다리를 타고 내려가야 했는데 갑판 위가 얼어서 엄청나게 미끄러웠다. 난간이 있긴 했지만 넘어지면 그대로 미끄러져 바닷속으로 입수가 가능한, 그야말로 물아일체를 이룰  있던 곳이었다. 사다리쪽으로 겨우 움직여 조심조심 내려가다  친구의 머리를 밟는 실수도 잠깐 하였지만 너그러이 용서를 받았다.  안에서 간단한 안전교육을 받았는데 역시 추위의 나라이다 보니 구명조끼가 아닌  전체로 입는 점프슈트 구명복 사용법에 대해 배울  있었다. 그렇게 배가 출발한  제공되는 따뜻한 커피와 차를 마시며 빙하들 사이로 향했다.

미끌미끌 갑판 위
그래도 실내는 따뜻했다

출발 후 타임랩스 영상을 위해 고프로를 설치했는데 평소에도 한 시간도 잘 못 버티는 배터리가 추위를 만나니 금방 죽어버렸다. 너무 추워.


그 어떠한 표류물도 없었던 출발지점과 달리 빙하들과 가까워질수록 배가 빙하조각, 얼음들을 깨고 나아가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마주한 엄청난 크기의 빙하들

생각보다 더 멀리 깊숙한 곳까지 배가 들어갈 수 있었는데 가이드에 의하면 예전에는 배로 떠있는 이곳까지  개썰매로 올 수 있었다고 한다. 지구 온난화로 점점 썰매로 갈 수 있는 곳이 적어지니 주민들은 또 다른 생존수단으로 배들을 구입하기 시작했고 그 많던 썰매견들은 거의 무직 상태로 지내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여행 중 묶여있는 썰매견들을 볼 수 있었는데 예전 같으면 바쁘게 달렸을 친구들이 한 자리를 지키고 있는 모습을 보니 안타깝기도 했다. 사실 동물학대에 일조하는 기분이라 개썰매 투어는 선택하지 않았는데 또 한편으로는 차라리 달릴 수 있는 상황이 더 나은 건가..?라는 생각도 해보았다. 어찌 됐던 지구온난화로 인해 삶이 억지로 바뀌어버린 이들의 모습을 보니 비행기를 타고 여기까지 날아와 지구온난화에 일조한 나 또한 숙연해질 뿐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빙하들을 느끼다 볼과 귀를 쓰리는 칼바람에 배 안으로 들어올 수밖에 없었다.

근데 배 안 뷰도 꽤 좋았다. 미리 알았다면 밖에서 청승맞게 콧물 안 흘리고 있었을 텐데. 배 안에서도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빙하를 즐길 수 있어서 저절로 부르주아가 된 기분이었다.


그렇게 제대로 빙하체험을 끝낸 후 숙소로 돌아와 얼큰하게 라면 한 사발 해주었다는 k-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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