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라야 제발 나타나 줘
빙하 보트체험을 끝낸 후 또 다른 투어인 'Northern light safari' 일명 오로라 사냥도 신청을 하였다. 특별한 활동은 없었고 (사실 오로라를 보는 것 자체만으로도 특별하지만) 단지 차를 타고 이곳저곳 오로라를 보기 좋은 포인트로 이동하는 것이었다. 벤을 타고 이동하면서 같이 투어에 참여한 친구들과 잠깐 동안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는데 덴마크에서 여행 온 친구도 있었고, 독일에서 온 노부부, 또 영국에서 유학 중이라는 내 또래의 중국 친구들과도 친해질 수 있었다.
그렇게 도착한 첫 오로라 포인트.
일단 오로라를 찍으려면 삼각대가 필수라는 정보를 미리 접수해 한국에서부터 가져간 상태였다. 3단 접이식 삼각대를 가지고 내렸건만 칠흑 같은 어둠 속에 어디가 앞이고 카메라는 어디다 고정시켜야 하는지 분간이 안 갔다. 그때 옆에 있던 중국인 친구가 완-타치 삼각대를 '착!' 하고 피는 소리가 들려왔고 그게 얼마나 부러웠는지 한 단 한 단씩 삼각대의 고정핀을 펴주던 내 모습이 약간 우습게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아쉬우면서 다행히도(?) 첫 번째 포인트에서는 오로라를 볼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 우주가 나를 온전히 둘러싸고 있는 그 느낌은 오로라에 버금가는 감동을 선사해주었다. 깜깜한 세상 속 빛나는 건 별천지였던 하늘밖에 없었다. 위를 바라봐야 하는 하늘이 아니라 그냥 정면 시선 끝부터 별이 시작되고 있었다. 인터스텔라, 정말 말 그대로 별 사이에 끼어있는 나 자신이 그냥 벅찼던 순간이었다.
첫 번째 포인트에서는 그렇게 오로라 사냥에 실패를 하고 다시 차로 돌아섰다. 이때 애석하게도 나의 3단 접이식 삼각대가 얼어버리는 바람에 억지로 1.9단으로 욱여넣어 겨우겨우 차에 들고 탈 수 있었다. 그나마 옆자리에 친구가 앉아서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안 그랬으면 비매너 여행객이 될 뻔했다.
두 번째, 세 번째 포인트까지 동해 번쩍 서해 번쩍 다녔지만 구름이 없었던 맑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낮은 오로라 수치에 오로라를 보기가 힘들었다. 그렇게 거의 자포자기 마음으로 마지막 포인트에 도착했을 때, "끝나도 끝난 게 아니야~" 하면서 우리를 반겨주는 오로라를 볼 수 있었다.
시작되는 오로라를 향해 가는 투어 사람들.
하지만 또 문제가 있었으니, 사실 오로라를 제대로 찍어 본 경험이 없어서 어떻게 찍어야 하는지를 몰랐다. 수동모드로 찍어야 한다는 것까지는 숙지했지만 계속된 시도에도 사진이 흐리멍덩하게 나오니 답답할 따름이었다.
그때, 완-타치 삼각대의 중국인 친구가 나의 고충을 알았는지 친절하게 초점을 무한대로 놓고 찍으라는 팁을 전수해주었고 그제야 나름의 오로라 사진을 건질 수 있었다.
하지만 계속된 포인트 이동에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기에 계속해서 흐르는 오로라를 눈앞에 두고 오로라 투어는 그렇게 끝이 났다. 아쉽지만 가이드님도 퇴근은 해야지.
늦은 시각에 진행된 투어인 만큼 가이드님이 참여자들의 각자 숙소 앞에 내려주셨는데 오로라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 게 마음에 걸리셨는지 내내 하늘을 확인하며 운전하셨다. 하나둘씩 작별인사를 하고 우연인지 필연인지 중국인 친구들과 나와 내 친구 이렇게 넷만 차에 남게 되었다. 숙소도 바로 옆이어서 잠깐의 스몰토크를 하다 보니 어느덧 숙소 앞, 다 같이 내리려고 준비를 하는 그때 친절한 가이드님께서 지금 오로라가 떴으니 사진 좀 찍다 들어가라며 가까운 스폿에 우리를 내려주고 가셨다.
옅은 만큼 금방 끝나버린 오로라였지만 그래도 계속해서 나타나 주는 오로라가 고마울 따름이었다. 중국인 친구들과 조금 친해져서 다음 일정들도 같이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서로 했지만 다음날 스케줄은 맞지 않았고 다다음날 그린란드를 떠난다고 해서 아쉽게도 그 자리에서 작별인사를 했다.
숙소로 돌아온 후, 오로라는 없었지만 계속해서 빛나 주는 별들과 끊임없이 부딪히는 파도소리를 배경음악으로 삼으면서 잠에 들었다.
오로라 투어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