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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JIN Oct 05. 2022

드디어, 찬 바람


바쁘다는 핑계로 오랜만에 쓴다. 사실 계속 무엇인가 갈망하고 욕망하고 생각하고 지냈는데 글을 쓸 마음의 여유가 없다는 핑계로 그동안 나는 아무것도 쓰지 못했다. 뜨겁고 지루한 여름이 가고, 아침저녁으로 서늘하기 시작하더니 곧 패딩을 꺼내야 할지도 모르겠다.

올해 초부터 다양하고 자유로운 연애를 하고, 많은 사람을 만나고, 때로는 무겁고 또 가벼운 여러 관계를 맺으면서 인간의 삶과 그 속에서 나는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지 항상 생각했다. 최근 나의 가장 큰 화두는 공동체였는데, 나의 행복과 공동체의 행복이 무관하지 않다는 내 스승님의 말씀에는 동의하지만 이를 실천하려면 우선, 나라는 객체가 사회와 국가라는 집단 속에서 무엇인가 특출 난 성공이라는 것을 거머쥐어야만 가능하다는 결론에 더더욱 다다르고 있다. 이해관계에 얽힌 사람들을 많이 만나서인지, 나이가 들어가서인지.


내 나이가 많지는 않지만 나이가 들면 들 수록, 남자인 친구들은 이성적인 사고와 능력을 거머쥐는 일에 몰두하고, 여자인 친구들은 안정적이고 좋은 사람을 만나 결혼하는 일들이 많아진다. 이런 현상을 비판하고자 하는 말이 아니라 그냥 내 나이와 주변의 때가 그런 것 같다. 물론 끝까지 자기 꿈을 향해 나아가는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친구들도 많지만, 어디까지나 통상적인 추세가 그렇다는 것.

문제는 이런 현상 속에서 나는 나의 몇몇 주변 사람들이 자신을 잃어가고 있다는 생각을 가끔 하는데, 그래서인지 나는 공허하다. 언젠가 내 꿈을 향해 돌아가겠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돈 먼저 벌자고 생각했던 나의 계획이 문제가 있던 걸까? 인간이 먼저인지 돈이 먼저인지, 나는 잘 모르겠다. 일터가 있고, 꿈이 있고, 친구들을 만나고,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들도 있고, 1억짜리 차를 몰고 다녀도 지금 이 계절처럼 쓸쓸하고 공허한 마음은 커져만 간다.


나의 꿈을 통해 공동체와 대의를 향한 삶을 살겠다는 나의 목표를, 어째서인지 요즘에는 내가 죽기 전에 이루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인간의 삶은 원래 허무하고 의미도 없고 공허한 것이지만. 얼마 전 물리학자 김상욱 교수님을 뵌 적이 있는데 어차피 앞으로의 미래는 이 우주에서 아무도 알지 못하니, 앞으로 무엇이 변할지에 집중하기보다 무엇이 변하지 않을지 집중하면 좋겠다는 말씀을 들었다. 삶의 의미라는 것은 원래 없는 것이지만, 의미는 충분히 인간의 힘으로 만들어 나갈 수 있다는 것.


무릎을 탁 치고 나왔는데, 글쎄. 폭발적인 물가상승과 금리인상, 정치싸움으로 인해 어지러운 시국에 얼마 전 뉴스에 나왔던 세 모녀 기사를 보며 나는 우리 사회와 공동체에 대해 생각했다. 아직 이 화두에 대해 답을 내리지 못했으므로 이 글도 결론 없이 끝날 것이고. 미세먼지도 없으니까, 찬 바람으로 환기를 시키면서 와인이나 한 잔 마셔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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