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연출이었던 한 드라마의 배우가 드라마 촬영을 위해 촬영장을 단장하며 한탄하듯 말했다.
"야 나는 피디가 풀이나 뽑는 건 줄 몰랐어."
그는 사내의 위치상 온갖 궂은일을 담당하는 눈치 없는 캐릭터로 나온다.
앞으로도 숱한 떠밀려하는 조연출의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드라마에서 그는 눈치 없지만 열 일하는 일꾼으로 나온다.
실력이 부족해서 선배의 팀에 들어가긴 하지만 남들이 꺼려하는 궂은일만 거의 맡아서 한다.
그 드라마는 2008년도에 제작되었지만 10년이 넘은 2019년 현재도 별반 다르지 않다.
산업 시계를 돌리기 위해 누군가는 위험하고 험한 일, 남들이 기피하는 일을 하여야 한다.
먹고살기 위해서 어둠 속의 미로를 걸어야 한다.
그 어둠 속의 미로를 비정규직과 하청업체에 떠맡긴다는 것이 현실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아무리 많은 손전등과 안전장치를 그들의 손에 들려주어도 본질적인 위험구조를 바꾸려 하지 않고서는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안도의 한숨은 소리 없이 줄어들어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