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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young Aug 17. 2022

5년간 경영 실패를 선샤이닝하다


지난 6월 끝자락 금요일, 셋이서 워크샵을 열고 가장 먼저 한 일은 팀원들에게 그동안의 경영 실패를 선샤이닝 한 것이다.

(선샤이닝 : 넷플릭스 '규칙없음'에서 처음 마주한 단어로 자신의 실패를 햇볕에 쪼이듯 공개적인 자리에서 모두에게 긍정적으로 노출하는 것)


지난 5년간 주어진 일을 잘하고만 싶어했던 나의 모습은 조직을 만든 리더로서 최악이었다. 리더가 가장 중요하게 해야 하는 경영의 책임에서 무지했다. 이로 인해 이전에 함께해준 소중한 팀원들을 잃었음에도 남아준 팀원과 새로 온 팀원에게 방향 없이 표류해있는 배의 노를 죽어라 저으라는 괴로움만 똑같이 안겨준 거다.


선샤이닝을 하기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선언함으로써 더 이상 물러나고 싶지 않았다.

생각보다 내 실패를 드러내는 건 두려워한 것에 비해 아프지 않았다. 오히려 진지하게 이야기를 들은 둘이 전하는 격려의 말들이 퍽 아렸다.

선샤이닝 후, 조금은 후련한 마음으로 준비한 자료를 켰다.


이어서 앞으로의 BM에 대한 설명과 현재 모아의 SWOT 분석을 했다.

우리는 적은 예산에서도 제품과 콘텐츠를 보다 완성도 있게 만들 수 있는 팀이지만(S), 우리가 제품을 왜 정성스레 만들고 있는지를 알리지 않았다.(W)


우리에게 기회는 많다. 알리지 않음에도 먼저 우리 제품을 알아봐 주었고, 기업들에서는 제품을 기반으로 한 프로젝트를 제안하기도 하고, 협업을 요청하기도 했다. 인테리어 붐이 절정인 지금, 디자인 제품에 대한 수요도 함께 커지고 있다. 특히 디자인 제품은 언어의 장벽이 없어 글로벌 시장에서도 유리하게 수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꾸준히 수출을 하고 있다. 우리가 만드는 제품의 가치를 알아봐 주시고, 끝까지 응원해주는 찐팬도 있다.(작고 소중한, 소심한 우리의 소통력에도 먼저 나서서 꾸준히 우리를 알리고 제품을 구매해주신다) (O)


그럼에도 제조는 큰돈이 초반에 들어가고, 대량으로 생산해야만 유리해지는 규모의 경제이기에 우리 같은 작은 브랜드들이 선택하면 쥐약이다. 게다가 3명이서 디자인부터 공장 컨트롤, 판매까지 모두 직접 해서 전자제품을 만든다. 이 이야기만 들어도 듣던 사람들은 혀를 내두르며 도망간다.(T)


금요일 워크샵 결말로 우리는 모바일아일랜드에서 탈출하기로 했다.

모바일아일랜드라는 이름이 제품을 기획하는데 방해가 되었다는 판단이다. 무엇보다 너무 구체적인 단어 두 개라서 도전해보고 싶은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제품과 매칭이 잘 되지 않는다. 아직도 우리가 모바일 액세서리를 판매하는 곳으로 아시는 경우가 허다하다. 무엇보다도 우리가 항상 '모바일'이라는 단어 갇힌다. 작은 제품만 고민하게 되고, 무선 충전이라는 기술에 매여있게 되는 건 이름의 영향이 컸다.

앞으로는 '만들고 판다'가 아닌, '알리고 만든다'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브랜드 방향이 필요했다.


새로운 브랜드는 모아 팀의 존재 이유가 무엇인지, 근본적인 질문에서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퍼스널 브랜딩으로 유명한 드로우 마이 브랜드 영상을 수없이 돌려보았다. 일을 마치고 돌아온 집에서 늦은 밤 내내 '나'를 고민하고, 우리를 고민했다. 나를 고민하는 게 쉽지는 않아 좌절도 많이 했다. 아, 회사를 만들기 전에 이미 고민했어야 할 것을 5년이 흐르고 나서 하는 내 모습이 싫어 고생도 많이 했다. 좌절되는 순간에는 몇 발자국 앞서 해결해 나간 대표님들의 이야기를 읽었다. 특히 롤리 대표님 책을 읽으면 다시 용기를 채울 수 있었다.


워크샵 이후 대관과 드로우 마이 브랜드 영상을 다시 한번 보며 우리 이야기를 정리해갔다.

긴 토론 끝에 대관의 한 질문에서 드디어 브랜드 존재 이유가 나왔다.

"너는 지금까지 제품을 만들며 가장 성취했던 순간이 언제야?"


가장 기억에 남는 성취 순간.

라이트하우스 조명을 구매해주신 고객분이 인스타그램에 남겨주신 글을 본 순간이다.

잠깐 살고 나갈, 캄캄했던 자신의 작은 공간이 너무 차가워 라이트하우스를 들여놓았다는 담담한 글이었다. 마지막 문장에 "앞으로 공들여 살고 싶다."라는 문장을 본 순간 아, 이게 내가 제품을 만드는 이유구나를 깨달았다.


우리의 방향은 이거야.

좋은 제품은 나 자신을 사랑하게 만드는 수단이다.




모아는 디자인 기반으로 제조업에 뛰어든 밀레니얼 세대 디자이너 팀입니다.

다음 편에서는 '좋은'을 정의하는 모아의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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