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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치카치카 Jan 15. 2022

El Caserio



*Caserio : 스페인 북쪽 바스크 지방에서 기원된 전통가옥

 



스페인의 긴 연휴가 끝나고 올해 첫 리프레쉬로 스페인 북부의 전통가옥인 카세리오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왔다.  


어릴 적 명절은 바구니 가득한 명절 음식을 오며 가며 주워 먹고 사촌들과 깔깔거리고 뛰어놀기 바쁜 날이었지만, 어른의 명절은 아이들과 가족이 먹을 음식을 하고 치우기를 반복기가 포함되는 조금 피로한 날들이기도 하다.

사람 사는 곳 다 그렇듯 스페인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보다 더 긴긴 연휴를 보내는 이곳에서도 어른들은 내내 명절 음식을 하고 치우기를 반복한다. 연휴의 행복한 순간도 있지만 당연히 매일이 조금 더 피곤하기도 하다.


명절을 치르고 리프레시가 필요했던 우리는 빌바오에서는 차로 30분 정도 가면 나오는 Álava지역의 카세리오에서의 하루를 예약했다. 밤늦게나 도착한 터라 우리는 저녁을 기다리는 동안 1층의 벽난로 앞 소파에 앉아 장작이 타는 소리를 들으며 와인을 마셨다. 몇 분이 지나지 않아 난로의 열기 때문인지 와인의 알코올 때문이지 양 볼이 벌겋게 달아오른다.


'나는 어릴 때부터 아늑한 집을 떠올리면 항상 벽난로가 있었어. 이상하지? 한국 집엔 벽난로가 없거든. 왜 그럴까 생각해보니까 어릴 때 동화책을 읽으면 그렇게 벽난로가 많이 등장했어. 외국동화여서 그랬나 봐. 봐봐 나한테 피노키오! 하면 떠오르는 장면은 제페토 할아버지와 피노키오가 벽난로 앞에 앉아있는 장면이야. 어릴 적 내가 읽은 동화책들이 만들어준 이미지인가 봐. 어찌 됐든 나는 언젠가 벽난로에 있는 집에 살고 싶어'


겨울을 지독히도 싫어하는 나에게 벽난로가 있는 집이라면 겨울이 조금 기다려질 것 같다. 그 밤 나는 벽난로가 있는 집에 살고 싶다는 말을 몇 번이고 더 반복하며 저녁을 먹고 나서도, 호텔 직원이 퇴근을 하고 나서도 한참을 벽난로 앞에서 떠나지 못했다.


지난밤 가로등도 몇 없는 어두운 밤길을 지나 이곳에 도착했을 땐 그저 불 켜진 호텔의 건물만 보일 뿐이었는데 다음날 아침 창문 밖에는 이슬을 잔뜩 머금은 초록한 들판과 푸른 하늘이 내 눈앞에 펼쳐져있었다. 겨울의 아침엔 유난히 일어나지 못하는 내가 창문을 열고 새들의 지저귐을 들으며 숨을 한번 크게 들이키니 단박에 잠이 절로 깨고 정신이 맑아졌다. 도심에서 30분만 벗어나면 이런 시골의 자연이 펼쳐져있다니, 이건 정말 스페인의 매력 아니 바스크의 매력이다.

며칠간 비가 내렸던 터라 온 주변이 비 냄새를 머금고 파릇하다. 푸르고 넓은 하늘은 초록 들판과 함께 내 눈을 가득 채운다. 드넓은 초원에서는 구름 같은 양 떼들이 목에 달린 종소리를 내며 아침을 먹고 있다.다시금 자연 앞에 눈을 감고 숨을 깊게 들이쉬며 얼굴로 떨어지는 햇살의 따뜻한 온기를 느껴본다.

꿈속인 것 같은 현실. 자연은 이렇게 사람을 행복하게 한다. 그리고 언제나 자연은 나에게 많은 영감을 준다.

아이가 되어 자연을 바라보고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생각을했다.

그리고 나는 상상한다.아침엔 햇살을 가득 품고 겨울 밤엔 벽난로가 있는 집, 상쾌한 공기와 초록빛을 느끼며 하루를 시작할수있는집. 언젠간 그런 집에서 살고 있는 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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