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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림공작소 Jun 24. 2020

코코에 이어 삶과 죽음에 대해 말하는 픽사

백 여섯 번째 영화, 온워드: 단 하루의 기적을 보고


무려 4개월 만에 찾은 극장. 그리고 약 3개월 정도 개봉이 밀린 픽사의 신작 온워드. 기다리던 영화였기 때문에 예정대로 3월에 개봉했다면 극장을 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꽤나 고민을 많이 했을 것 같은데, 요즘 다행히도 극장이 정상화되고 있는 분위기라 망설임 없이 향했다. 그것도 이유지만 사실, 1인당 1000원이라는 어마어마한 프로모션에 혹해서 봤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극장엔 우리 두 명밖에 없었다. 마스크를 끼고 봐야 하나 말아야 하나같은 걱정은 기우에 그쳤는데, 이러다 극장 다 없어지진 않을까 새로운 걱정이 생겼다.


온워드를 예전부터 기다렸고, 당연하게도 이 영화를 코로나 이후의 첫 영화로 정했지만, 사실 픽사의 작품이라는 점 외에는 딱히 땡기는 점은 없었다. 내용은 아무것도 몰랐고, 포스터에 나온 사람인 듯 사람 아닌 캐릭터는 어딘가 애들용이라는 편견을 갖게 한다. 애니메이션은 가리지 않고 다양하게 보는 편인데, 애들용은 보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불안하게도 영화 시작부터 뭔가 어수선하다. 문명의 편리함에 밀려 마법이 사라진 시대라는 설정은 재밌었지만, 형인 발리가 굉장히 오버스럽고 현실과 판타지를 구분 못 하는 캐릭터로 나와 ‘설마 애들용이려나’ 싶었다. 마치 ‘기묘한 이야기’ 처음 틀었을 때 애들이 D&D에 열중하던 모습을 본 느낌. 다행히 ‘기묘한 이야기’가 애들용이 아니었듯이, 이 영화 또한 그렇지 않았다.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셔서 아버지와의 추억이 없는 이안에게 딱 하루 동안 아버지와의 추억을 만들 기회가 생겼다. 그러나 아버지를 되살리는 도중 일이 잘못되어 하반신만 살아난 게 문제. 그래서 형과 함께 남은 상반신까지 되살리기 위한 모험을 떠나게 된다. 영화를 보던 중 픽사의 ‘업’이 떠올랐다. 평생 바랐던 일을 위해 모험을 떠난다는 점이 닮았고, 스토리에 탄력이 붙는 지점이 달랐다. 업은 오프닝 장면이 너무나 완벽한 탓에 후반부가 되레 심심해 보이는 부작용이 있었던 반면, 온워드는 초반의 산만함이 중반부터 바로 자리를 잡는다. 그리고 후반부는 예상과 달리 찡하게 마무리되어 여운이 오래 남는다. 즉, 초반 30분 정도의 오버스러운 분위기만 빼면 그 이후에는 재미있게 볼 수 있다.


최근의 픽사는 삶과 죽음에 대한 테마를 즐겨 다룬다. 속편이 아닌 오리지널 작품만 따진다면 2017년의 코코, 2020년의 온워드, 그리고 올해 말 개봉 예정이었던 소울까지. 픽사의 애니메이션은 개그와 기발한 표현 등도 장점이지만, 그게 메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최애 작품인 몬스터 주식회사처럼 특유의 따뜻한 시선과 표현을 좋아하는데, 그런 점이 잘 표현될 수 있는 삶과 죽음이라는 주제는 환영하는 바다.


비록 그런 점이 코코만큼 잘 그려지진 않았지만, 그래도 몇몇 장면은 감탄하면서 봤다. 하반신만 살아났기에 앞을 볼 수 없는 아버지는, 시각장애인처럼 한발씩 조심스레 옮기며 주변을 확인한다. 그리고 아들이 주변이 있는 것을 확인한 아버지는 발로 툭툭 치며 어렸을 때 자주 해주던 표현을 하는데, 그 부분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그저 구두가 한발씩 움직여 툭툭 건드렸을 뿐인데, 어떻게 그런 감정이 표현될 수 있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픽사 작품 중 베스트에 올리긴 어렵겠지만, 그래도 재개봉작만 넘치던 극장가에서 볼만한 영화임엔 틀림없다. 개봉한 지 1주일 정도 지났는데 아직 16만 명이라니. 좀 더 많은 사람이 봐서 가치가 인정받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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