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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야 Jan 20. 2023

캠핑카 여행을 통해 깨달은 것

두번 다시는

작년 이맘때쯤이었다. 싱거운 연말을 보내고 남편의 갑작스러운 휴가를 맞아 어디론가 떠날 계획을 하고 있었다. 호텔은 비싸고 펜션은 식상하고 캠핑족에겐 너무 추운 겨울이었다. 캠핑을 하면서 항상 카라반이나 캠핑카에 대한 환상이 있었던 와중 남편은 번쩍이는 아이디어를 내민다. 


"캠핑카 대여해서 여행해보는게 어때?


 실행력 하나는 끝내주는 남편은 순식간에 검색을 통해 인근 대도시 캠핑카 대여점을 물색하고 짐을 싸서 바로 대여에 나섰다. 한창 코로나가 성행할때라 신혼여행으로도 캠핑카 여행을 많이 떠난다는 캠핑카 사장의 솔깃하는 말은 우리의 결정을 좀더 지지해주는듯 했다. 그동안 꿈꿔왔던 환상적인 캠핑카. 엉덩이를 들썩이며 노래를 부르며 미지의 세계로 향하는듯 했다.


책자 하나만 덜렁 믿고 7번 국도를 타고 강원도를 향해 달렸다. 예약한 숙소도 캠핑카 지도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캠핑카를 주차하고 첫날밤을 묵을 숙소를 찾아야 한다. 어두워질때쯤 가까워 지는 해변데 도착했다. 어렵사리 찾은 해변주차장을 통과하는 순간 캠핑카의 천장이 긁히는 기분나쁜 소리와 마찰이 느껴졌다. 그렇다. 속도제한도 아닌 캠핑카의 볼록한 천장에 높이제한에 걸린것이다. 이를 어쩐다. 캠핑카 손해에 대한 보증금도 만만치 않게 지불한지라 우리는 당황함을 감추지 못하고 천장을 한번 더 긁고 그 해변을 도망치듯 나왔다. 첫날밤부터 녹록치 않다. 그렇게 해서 도착한 해변. 이미 깜깜한 밤에 접어들었기에 어둠만이 우리를 반겼다. 그래도 가게들도 몇몇 보이고 근처 편의점에서 요깃거리를 한 다음 잠을 청했다.


다음날 아침 눈을 떴을때 캠핑카 창문너머로 보이는 해변은 광활했고 반짝였다. 강원도 바다를 처음본 풍경은 캠핑카 창문이 만들어주는 액자안의 모습이었다. 일출에 반사되어 아름답고 따뜻한 색감을 지닌 바다였다. 한참 동안을 바라보고 있으니 지난밤의 아찔했던 순간들을 잊을 수 있었다. 


망상해변의 아침


그렇게 둘째날의 여정이 시작되었다. 강원도 여행은 처음이어라. 강원도의 대명사만 익히 아는대로 움직였다. 초당순두부를 먹고 히슬라아트월드에서 바다와 한몸이 되었으며 주문진 시장에서 동해의 마른 오징어를 잔뜩 샀다. 강릉의 커피거리는 번잡한 탓에 미처 가지 못했다. 캠핑카 운전과 주차는 결코 쉬운 행위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평소 안전운전 방어운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남편은 집채만한 캠핑카를 운전하느라 심장이 수천번은 벌렁거렸던 걸로 기억한다. 


 한창을 순조롭게 달리는 도중 차 계기판에 점검표시가 뜨는 것이었다. 난생 처음 보는 표시였다. 검색할 틈도 없이 캠핑카 대여 사장님께 연락을 하니 문제는 요소수가 부족했던 것이다. 직전에 뉴스에서나 떠들던 화물차 요소수 사태의 그 요소수란 말인가. 당황함과 동시에 헛웃음이 나왔다. 주유소에 들려서 일반 휘발유나 경유가 아닌 요소수를 보충하는 경험은 신랑에게도 꽤나 특별했던 경험이 되었다. 그렇게 한고비를 또 넘겼다.


이번에는 대관령 고개를 넘었다. 바람이 매우 거셌다. 운전하는 남편도 지켜보는 나도 살얼음판을 달리는듯했다. 바람에 두렵다가도 스릴을 느끼기도 하고 그랬다.  반면 아이는 캠핑카 꼬리칸에서 들썩이는 침대에서도 곤히 자고 있었다. 남편과 나는 우리 하와이 신혼여행보다 재미있지 않냐며 어느새 사이좋은 동지가 되어 있었다. 두번째 밤은 대관령 고개를 넘어 강원도를 벗어났다. 캠핑카족들에게난 꽤나 알려진 암묵의 숙소에 도착했다. 마치 같은 숙소에 묵는 것처럼 동질감과 안도감이 들었다. 하지만 워낙 추운 날씨 탓에 화장실은 동파되어 있었고 여전히 캠핑카 안에서 모든것을 해결해야만 했다.


캠핑카의 또 특별한 경험인. 바로 오줌통 비우기를 빼놓을수 없다. 첫날에는 약품으로 덮여서 할말했다고 한다. 그러나 날이 갈수록 약품의 약발이 떨어지고 남편은 점점 재래식 화장실의 똥통을 비우는 역할을 기꺼이 해냈다. 캠핑카 안에서는 물도 아껴써야만 했다. 물을 받으려면 공중화장실에서 긴 호수로. 그나저나 캠핑카 안에서는 왜 그리 오줌이 마렵던지. 소변을 눌때도 물이 필요하기에 샤워도 설거지도 배터리처럼 표시되는 눈금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마지막 묵은 장소는 비용을 지불한 캠핑장이었다. 배설물을 마음껏 비워낼수도 있고 물도 가득 채울수 있을 것이다. 마음의 평온을 되찾았다. 마침내 캠핑카가 있어야 할 자리를 찾은 듯 했다. 예전에 오토캠핑을 하던 곳이었는데 캠핑카 안에서 보는 풍경은 다르게 느껴졌다. 


캠핑카가 담은 풍경은 사뭇 다르다


우리는 그렇게 캠핑카에 대한 환상을 현실로 만들었고 현실은 말그대로 현실이었다. 추운 날씨 탓도 있지만 캠핑카를 자유롭게 주차하며 낭만적인 캠핑을 할 수 있는 곳이 그리 많아 보이지 않았다. 캠핑카가 입장할 수 있는 캠핑장은 이미 만석이었으며 간혹 캠핑카카 줄지어져 있는 곳에 주차하여 멋진 바다 풍경을 감상하고 있노라면 반대쪽에는 쓰레기가 널부러져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해변은 캠핑카를 반기지 않는듯 했다.


캠핑카 안에서 바라보는 세상은 분명 존재했고 아름다웠다. 결론은 캠핑카 여행은 우리에게 둘도없는 여행의 기억이자 도전이었고 두번다시는 없을 경험이 되었다. 시간이 지나 캠핑카 경험을 지인들에게 이야기하며 꼭 이렇게 덧붙인다.


"캠핑카 여행은 정말 색다르고 특별한 경험이었지. 하지만 딱 한번뿐일거야."


가장 기억에 남았던 힘찬 파도해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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