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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야 Jan 26. 2023

나의 세 번째 명품가방

명품에 대한 지극히 개인적인 견해

얼마 전, 브런치 메인 화면에 뜬 글을 보고 뜨끔했다.


https://brunch.co.kr/@vivianjane0228/13


나에게는 두 개의 명품가방이 있다. 사실 명품이라고 진짜 불릴만한 가치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통념적으로 명품이라고 불리는 P사와 L사 가방이다. 나는 이 가방을 내 손에 넣기까지의 과정이 얼마나 명품답지 못했는가를 밝히고자 한다. 


때는 바야흐로 3년 전, 육아에 한창 지쳐 있을 때쯤이었다. 아이는 낮잠을 자고 주말특근을 하고 온 남편을 기다리고 있었다. 소파에 앉아서 우연히 튼 티브이 속 홈쇼핑 광고에서 명품가방들이 나를 유혹하기 시작했다. 사실 결혼전이나 결혼예물로 로도 명품가방에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기에 그냥 넋을 놓고 바라보고 있었다. 저게 진짜 이쁜 걸까? 그만한 가치가 있을까? 내 형편에 지금 저것을 가질 수 있을까? 그 모습을 본 남편이 물었다


"갖고 싶어?"

"응? 아니, 그냥 보고 있는데.."

"갖고 싶으면 사"

"됐어, 너무 비싸고 필요도 없을 것 같아'

"사고 싶은 것 같은데.."


그렇게 남편은 생활비도 빠듯한데 24개월 신용카드 무이자로 나에게 생애 첫 명품 가방 선물의 주인공이 되어 주었다. 한 달에 꼬박꼬박 할부금이 청구되었고 나는 한 달에 한 번도 가방을 들고나가지 않는 날들이 수두룩했다.


두 번째 명품가방을 득한 계기는 더욱더 명품답지 못했다. 남편이 주식으로 번 돈을 내 생일과 결혼기념일을 퉁치자고 갖고 싶은 것을 사라며 액수까지 정해주었다. 때는 코로나가 가장 왕성했던 시기. 부동산과 주식, 코인이 치솟아 오르고 돈의 유동성이 아주 활발했던 돈을 주고도 구하기 힘들었던 기간을 아마 다들 기억할 것이다. 지방 소도시에 사는지라 백화점 오픈런을 맨날 나갈 수도 없고 공홈(공식홈피)을 노렸다. 밤 10시가 넘어서 재고가 풀린다는 팁을 어디선가 듣고 밤 10시 30분 전부터 비장한 각오로 잠복해 있다 클릭직을 마구 해댔다. 며칠 시도 끝에 재고 있음을 확인하고 대기해 있던 남편 카드로 결제를 무사히 마쳤다. 주문이 정상적으로 접수되었다는 메일도 받았다. 그런데 이게 웬 개떡 같은 경우인가.


하루 뒤, 날벼락같은 주문취소 메일을 받았다.

"아쉽게도 고객님의 주문이 접수되지 않았습니다. 고객님의 결제내역이 안전하게 취소되었습니다" 

'안전'이라는 말이 꽤나 거슬렸다. 일방적으로 취소가 된 것이었다. 이게 말이나 되는 것인가?? 결제까지 간 상태에서 취소가 되다니. 나는 분을 참을 수 없어 본사에 전화를 걸어 따지기 시작했다. 고객 응대원은 흥분한 내가 가소롭다는 듯 차분한 어조로 시스템이 완벽하지 못하므로 오류가 날 수도 있다고 이해하란 식이다. 


에라 하고 포기했을 법 하지만 두고 보자 오기가 생겼다. 이후 다시 며칠간 잠복하여 결제까지 성공했고 이번에는 완벽한 주문이 이루어졌다. 


"고객님의 주문이 정상적으로 접수되어 배송 준비 중에 있습니다. 예상배송기간은 2주에서 3달로 지연될 수 있음을 양해 바랍니다." 날뛸 듯이 기뻤고 남편은 이상한 여자처럼 바라보았다.


다행히 상품이 일주일 내에 배송되었다. 이렇게나 제법 빨리 배송된 걸 보니 재고가 없는 것이 아니라 수요만큼 공급전략을 조절하는 전략인 듯했다. 전략에 놀아났다는 찝찝함을 지울 수가 없었다. 가방에도 미세한 자국 같은 것이 보였다. 교환법칙도 없었다. 환불하고 다시 험난한 결제에 성공해야 한다. 그들의 말을 빌리자면, 숙련된 장인들이 고도의 집중력으로 한 땀 한 땀 만든 제품이라고 홍보하는 문구도 거슬렸다. 


"장난감 같이 생겼네." 남편이 말했다.

"몇백짜리 장난감이야 그럼 이게?" 나는 받아쳤다.

여하튼 이 장난감도 결혼식 때만 들고나가는 장난감이 되어버렸다. 




나는 명품가방이 좋은가? 나 자신에게 물었다.

그렇다. 욕심이 불어났다. 사실 그전에 몇십만 원 가방을 몇 개 사봤지만 가방도 옷만큼 유행을 많이 타는지라 일이 년 지나면 구석에 처박히곤 했다. 명품은 그러면에서 유행을 타지 않은지라 어쩌면 몇십만 원짜리 몇 개 살 돈으로 한 개 사서 오래 가지고 다니는 것이 더 낫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같은 가죽으로 새로운 가방을 수선해서 만들기도 하고 중고로 팔아도 최소한의 이익은 남기더랬다. 심지어 내가 산 가방은 1년이 지난 지금 몇십만 원이 인상되어 있었다.


다시 세 번째 명품가방을 겟할 기회가 왔다. 하지만 상황은 더 급변해 있었다. 그사이 가방의 가격들은 더 올랐다. 이번에는 심플하면서도 휘뚜루마뚜루 매고 다닐 수 있는 것을 고르려고 하니 예산을 훨씬 초과했다. 이번에도 폭풍검색으로 삼일을 밤낮으로 가방 검색에 돌입했다. 항상 그렇다. 예쁘면서 실용적이고 예산에 맞는 경우는 존재하지 않는다.


나는 사지 않기로 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세 번째 명품가방은 아직 미정이다. 하지만 여전히 가지고 싶은 마음은 현재진행형이며 그 탐욕에도 절정이 있으리라 본다. 그럼 나는 이미 여러 개의 가방을 가지고 있을 것이고 값어치를 할지는 그때 가서 냉정한 판단과 함께 구매 지속여부도 결정될 것이다.


세 번째 가방을 손에 쥐게 될 장면을 상상해 본다. 


매장에 느긋하게 들어간다. 

가장 마음에 드는 가방을 발견한다. 

그리고 가격에 구애받지 않고 결제까지 마친다. 그제야 나는 진정한 명품을 손에 쥐게 된다.





사진출처 upf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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