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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야 Nov 02. 2023

잘못 꿰맨 단추(2)

 지금 생각하면 정말 이해가 안되는 대처이다. 동생이 학교 가기를 거부하는 것을 왜 귀신이 씌었다는 생각과 연결되어 아버지는 굿을 하고 돈을 갖다바쳤을까. 집터가 안좋다며 집에서 굿을 하고 굿당에서 악몽을 꾸며 그렇게 여러달을 지냈었다. 보다못한 아버지 회사 동료가 우리를 정식 절로 안내해주며 우리는 굿당을 도망치듯 나왔다. 그렇게 또 멀쩡한 집을 놔두고 벗어난 절 단칸방은 너무 안락하고 구세주 같았다. 하지만 거금을 주고 천도제며 공을 들이기전까지는 추운 겨울 보일러도 끊은채 우리 가족의 마음 뼛속까지 더 춥게 만들었다.


 그렇게 근본적인 이유도 모른채 굿당과 절에서 공을 들일만큼 들이고 난후 한동안 원래 집에 머무르던  중 동생은 자살시도를 감행했다. 어린 나이에 수면제 과다 복용이라는 방법은 어찌 알았는지 여러 약국을 돌며 수면제를 구입했고 고통스러워하며 우리에게 알렸고 응급실로 실려가게 되었다. 지금은 그런 행동을 할만큼의 지능도 의지도 없을만큼 몸과 마음이 약해졌지만.


 어쩌다 인근 대도시 대학병원의 정신병동에 입원하게 되었는지는 사실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책상 밑에서 머리를 움켜잡으며 고통스러워 하는 기억의 조각이랑 맞물리는 듯 하다. 면회를 갈때마다 동생은 내보내달라며 꽤 몸부리쳤던 것 같다. 폐쇄병동 생활이 동생에게 더 잔인한 상처가 되진 않았을까. 지금은 제발로 병동에 입원시켜달라고 하니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정말 모르겠다.


퇴원후,  대학진학 포기. 군대 면제. 평범한 사회구성인으로 살아가는 길을 잃었다. 벌써 20여년전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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