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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야 Dec 18. 2023

동생의 존재.

되돌릴 수 없는 후회

2살터울인 남동생에 대한 어린시절의 기억이 거의 없다. 무뚝뚝하고 큰소리 치면서 밖에서는 양반같이 구는 아버지와 한없이 여리고 순종적인 엄마 사이에서 태어난 나와 동생. 물려받은 유전자와 더불어 결핍이 한두가지는 아니었을 것이다. 


한번도 도란도란한 가족여행을 가본 기억이 없다. 방학일기에 여행 다녀온 이야기를 써야 했기에 부모님을 조르고 졸라 근처 계곡에 조그마한 텐트를 가지고 아버지가 마지못해 나섰던 기억이 난다. 


한번도 부모님께 공부하란 소리를 들은적이 없다. 그것은 나에 대한 믿음 저 반대편에 있는 무관심처럼 느껴졌다. 반에서 1등을 해도 상을 수없이 받아와도 "아이고, 우리 딸 잘했네.' 칭찬 한마디를 들어본 적이 없다. 


한번도 부모님께 동생을 잘 챙겨주어라 소리를 들은적이 없다. 그래서 동생을 심부름꾼 마냥 이것저것 갖다달라 시키고 수학문제를 가르쳐줄때면 이해력이 느린 동생에게 손찌검도 하고 력과 호통을 치곤 했다.


엄마는 임신을 했을때 큰집에서 아빠와 함께 쫓겨났다고 한다. 그것이 동생에게 영향을 미쳤을까. 엄마는 외갓집이 가난하지도 않았는데 중학교때 학교에 적응을 못해서 중퇴하였다고 한다. 그것도 영향이 있었을까.


엄마도 남아선호사상에 세뇌를 당했을 것이다. 내가 태어났을때는 할아버지가 오시지 않았는데 남동생이 태어났을때는 할아버지가 한걸음에 달려오셨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굳이 나에게 할 필요가 있었을까. 엄마는 동생이 아들인데다 너무 순하고 약하게 태어난지라 아들아들 하며 나를 무의식적으로 차별했다. 나는 거기서 엄청난 서러움과 상처를 받았더랬다. 그것이 내가 동생에게 살가운 누나가 되지 못한 핑계일까. 


아니, 나는 그냥 못되먹은 여자아이었을지도 모른다. 


지난 오랜 세월 누나노릇 못한죄. 무관심으로 일관한 죄. 방관한 죄. 

나도 가해자임이 틀림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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