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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야 Feb 02. 2024

아빠에게 보내는 편지


 아빠, 저번에 아빠 찾아가서 난데없이 000 그만 믿었으면 좋겠다 그건 아니다 라고 딱 잘라서 내가 다 옳은 것처럼 이야기해서 미안해요. 이제까지 엄마아빠가 동생이랑 마음고생하는 동안 나는 내 하고 싶은거 다하면서 필요할때마다 가족 찾았으면서 이제와서 누나 노릇해보겠다고 아빠가 믿고 의지하는거 다 부정하고 멈추려고 하는 건 내가 잘한 행동은 아닌 것 같아요. 나도 이제 가정을 꾸리고 자식을 키우다 보니 아빠가 우리 가족을 평생 책임감으로 지탱해온게 얼마나 어려운 일이고 대단한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더군다가 자식을 키운다는건 기쁘지만 얼마나 마음 졸이는 일이라는 것을...


 아빠가 부모로서 동생한테 가지는 책임감과 희망이 아직 크다는 걸 잘 알기 때문에 아빠가 무얼 믿던지간에 내가 크게 간섭할 권리는 없지만, 나도 아빠의 딸이고 00이의 누나이기 때문에 그 책임감을 이제 조금은 나눠가질 마음의 준비가 되었어요. 이제까지 아빠의 책임감과 배려로 지금만큼 살아왔기에 아빠도 아주 약간은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00이에 관해 상의할 일이나 결정할 일이 있으면 나랑 같이 의논했으면 좋겠어요. 내가 지금 일주일에 두세번 정도 동생 병원에 데려다 주고 옷도 한번씩 사다주는건 이제라도 누나노릇을 하기로 마음먹은 거니까... 시간 날 때 낮병원 말고도 다른 데 다닐 곳은 없는지 장애인 복지에 관한 부분 만큼은 내가 발 벗고 알아볼게요.      

 

 그동안 이만큼 키워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내가 임용에 붙어서 정식 교사가 되었더라면 내가 더 자랑스러운 딸이 되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은 남지만 그래도 신랑 만나서 그 누구보다 가족이랑 잘 살고 있으니까.. 00이가 내 동생이지만 내 자식이라 생각하고 절대 아빠엄마만큼은 못되겠지만 마음쓰고 앞으로도 어려운 일 같이 헤쳐나갔으면 좋겠어요.    


                                                                                                                             딸 000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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