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희야 Sep 15. 2024

편지를 보내고... 그 후

그를 이해하는 시간들 

 엄마는 아빠가 편지를 읽고 나서 봉투에 넣고는 가지런히 한곳에 놓아두었다고 한다. 아빠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항상 그랬듯이 표현을 하는 사람이 아니니 마음속에서 모든 그 감정을 처리했을 것이다. 어찌됐든 편지 덕분에 아빠 얼굴을 다시 볼수 있게 되었다. 가족사이는 아무리 거센 바람이 지나가도 가족이라 했던가. 여전히 말이 없고 여전히 무표정이었지만 나의 식사초대에 와주었으니 아빠의 마음을 90도는 돌린것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그 뒤로 특별히 달라지거나 나아진건 없었다. 아빠는 여전히 자신이 믿는 존재를 위해 한달에 두번 먼길을 시간과 적지 않은 돈을 쓰신다. 아버지는 퇴직후 아파트 경비일을 하신다. 70을 앞둔 나이에 교대근무를 해가며 평생을 가장의 자리를 지키고 계신다. 건강만이 밑천이라며 집 근처 공원을 운동장 삼아 운동하고 근무하시는 아파트 계단을 일부러 걸어다니신다. 영양제도 웬만한 젊은 사람들 못지 않게 철처히 챙겨드신다. 하지만 그 종교에서 파생되는 비이성적인 행위들은 내가 어디까지 이해하고 묵인해야 할까. 그저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괜찮은걸까. 그저 남이 알면 부끄러운 일이 될지도 모르겠다. 술도 담배도 안하고 아무런 탈출구가 없는 아빠에게 이정도 아울렛은 괜찮은걸까. 그저 붙잡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알고 지내는 언니를 만났다. 지금 생각하면 그 언니를 통해 아버지를 이해하려고 했던 것같다. 내 사정을 들은 언니의 첫 마디는 의외였다.


"00야, 그런데 나는 아버지가 너무 걱정되. 아버지가 그 종교에 대한 믿음이 깨졌을때 어떻게 되실지.. 너무 걱정이 되."


 그렇다. 언니도 순탄치 못한 가정환경에서 항상 종교라는 울타리에서 의지하며 누구보다 씩씩하고 굳건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사실 코로나로 인해 세상에 드러난 종교에 언니도 한때 몸담고 있었던 것이다. 코로나가 터지기 전 이미 언니는 곳에 대한 실체를 깨닫고 빠져나오기 했지만 자신이 백프로 믿고 의지하던 것에 대한 믿음이 깨졌을때 그것은 너무 고통스럽고 견디기 힘들다고 한다. 


사이비지만 어쨌거나 믿는것은 사실이니 아버지도 그럴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나마 잠시 아버지에 대한 연민과 걱정이 되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니 아버지는 동생일이 터진이후에.. 공식적인 종교 이외에 무속신앙, 사이비, 신흥종교, 성당에 10년이후 다니시다 지금의 상황에 이르게 된 것이다.



 대체 아버지가 믿는것은 뭘까? 동생이 조현병 환자라는 것을 모르고 정말 귀신에 씌였다고 믿고 그것을 종교로 해결하려는 걸까? 아니면 인정이 너무 힘들어서 그저 도피처를 찾는것일까? 


아니면.. 아버지도 미쳐버린 걸까??

작가의 이전글 아빠에게 보내는 편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