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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rah Aug 31. 2020

칭다오에서 하루를 삽니다 3

하나의 기억, 두 개의 인상

나는 칭다오를 다녀온 이후 대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원에 진학하여 다시 한 번 중국으로 교환학생을 떠났다. 내가 두 번째로 간 곳은 길림성 장춘이었는데, 칭다오랑은 너무나도 다른 곳이었다. 칭다오는 항상 날씨가 화창하고 바다가 반짝이고, 여기저기 활기찬 소리가 들려오는 번화한 곳이었는데 장춘은 어딘가 우중충하고 조용하며 차분한 분위기였다.


대학원 수업을 하며 어학수업을 청강할 수 있어서 오전엔 어학수업, 오후엔 대학원 수업을 들었다. 어학원에는 우연히 옆자리에 앉아 안면을 트게 된 동갑내기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는 오롯이 어학을 위해 온 케이스였고, 그 친구는 교환학생을 오기 이전에 중국 배낭여행을 하고 왔다고 했다. 서로 가봤던 중국의 여러 도시들을 얘기하다가 칭다오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나는 너무 반가워서 칭다오가 어땠냐고 들떠서 물어봤고 그 친구는 이렇게 대답했다.



난 칭다오가 제일 별로였어.



그리고 내가 받았던 그 때의 그 충격이란! 세상에,  칭다오가 별로였어?






나는 칭다오의 그 유명한 맥주축제가 끝난 8월 말에 칭다오에 도착했다. 그리고 선선한 가을 바람을 맞으며 학기를 보냈고, 크리스마스를 맞이하기 전에 칭다오를 떠났다.


칭다오는 삼 면이 바다이고 독일의 영향으로 지어진 붉은 지붕이 아름다운 곳이다. 신선한 조개볶음이 항상 메뉴판에 자리한 식당을 다녔고, 학교 앞 꼬치집에서 삼겹살꼬치를 포장해 기숙사로 돌아와 제1공장에서 만들었다는 칭다오의 진짜 칭다오 맥주 한 잔을 마셨다. 파란 바다와 푸릇한 잔디가 어우러진 5.4광장에서 야경이 멋진 잔교까지 걸어갔다. 뉘엿뉘엿 지는 해를 뒤로 하고 이안의 물고기자리를 들으며 학교 앞 석노인해변을 거닐었다. 학교 앞 과일가게에서 매일 오후 망고스틴 몇 알, 바나나 하나, 자몽 반 통 등을 사 먹었다. 한국인이냐 묻는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하면 모두가 환영하는 곳에 있었다. 나는 칭다오가 너무 좋았다.

내가 원하는 대로 살 수 있는 중국의 과일가게

사실 외국에 있었던 모든 순간이 좋았다. 그건 그 장소이기 때문인 것도 있겠지만, 나 하나 먹고 사는 것만 걱정하면 그만이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무엇 하나 나 이외의 다른 것을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이제 대학교를 졸업해야 하고, 그 이후에 무엇을 해야하고, 부모님의 기대에 이렇게 부응해야하고, 집에선 장녀로써 어떻게 행동해야하고... 그 어느 것도 자유로운 나를 막아서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처음 겪었던 외국인 칭다오가 좋았다. 그런데 나의 너무나도 멋진 칭다오가 제일 별로인 여행지였다니.


그 친구가 회상하는 칭다오는 나와 정 반대였다. 그가 발을 디뎠던 칭다오는 하루이틀이 고작이었다. 시간에 쫓기는 빡빡한 일정이었고 일정 내내 비가 내렸다. 계절은 언제였는지 듣지 못한 것 같지만 축축하고 추웠다고 했다. 사실 여행은 성공적이고 아니고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날씨가 여행의 일정 소화력을 좌우하고 여행자의 기분 및 여행지의 인상을 결정짓는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는 것은 사실이다. 때문에 그 친구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긴 하였지만, 어쩔 수 없는 아쉬움이 남았다. 내가 경험했던 칭다오를 이 친구는 느끼지 못했구나. 보여줄 수 있다면 좋을텐데, 하는 생각들만 남았다.


칭다오라는 곳은 하나인데 사람들은 모두 가지각색으로 기억한다. 나에겐 아무리 좋았어도 다른 누군가에겐 최악으로 남을 수 있다는 것. 내가 처음으로 사람은 모두 같은 생각을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날이었다. 그리고 나의 경험을 토대로 강요를 할 수 없다는 것도.


세계적으로 코로나19라는 바이러스가 창궐하여 각 나라가 빗장을 걸어잠군 요즘, 오히려 그럴수록 칭다오에서의 짧은 하루가 그리워지고 그 친구가 생각이 난다. 그 이후 그 친구는 칭다오에 다시 갔을까? 장춘에서는 좋은 기억만 남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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