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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rah Feb 12. 2020

발굴을 반대하는 이유

2 돈과 애국심, 그 사이의 괴리감

까맣고 긴 파마머리의 고고학자

이 글을 쓰는 나는 현재 주 업무가 발굴조사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글의 전체적인 초점은 발굴조사에 맞춰 진행될 것이다. 그리고 발굴조사는 그 목적에 따라, 기관에 따라 약간씩 그 진행방향과 진행사항, 분위기 등이 다르기 때문에 모든 발굴조사가 이와 같지 않다. 내가 쓰는 이야기는 전국의 수많은 발굴조사현장 중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발굴은 건물이 올라가기 전 의무적으로 시행되는 지표조사에서 확장되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그 외에도 학술적인 목적으로 지자체나 정부기관에서 진행되는 발굴이 있다. 이 같은 경우는 보통 긴 시간에 걸쳐 발굴이 진행되는데, 이렇게 되면 등장하는 문제점이 있다. 바로 지역주민과의 갈등.


사실 학술발굴이 아니더라도 발굴하는 행위 자체에 있어 토지 소유주나 건물주, 지역주민과 갈등은 항상 존재하긴 한다. 그 이유는 크게는 돈 때문이고, 그 다음은 미관 등의 이유를 드는데 아무래도 돈이 제일 큰 이유라고 볼 수 있다.


발굴조사란 현 지표 아래의 유적을 조사하는 것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깊이의 땅을 파 내려가야하고, 이렇게 되면 그 면적만큼의 땅은 활용하지 못하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발굴조사가 이루어지는 땅이 사유지라면 토지 소유주의 허가가 있어야하고, 허가를 받지못하면 진행할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건물을 짓기 전, 그 토지를 점검하는 지표조사는 필수적인데, 문제는 여기서 발굴조사로 확장될 경우이다. 발굴조사가 진행되면 공사가 중단되는 것은 물론이요, 발생하는 비용을 시공자가 부담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문제가 해결되거나, 지자체 혹은 정부 소유의 땅에서 발굴이 진행되어도 갈등이 불거지고는 하는데 그 대표적인 사례가 풍납토성이다.


풍납토성은 국립강화문화재연구소에서 발굴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지역주민의 이익, 그리고 맞은편에 위치한 삼표레미콘공장 이전 등의 복합적인 문제로 큰소리가 오갔다. 주민들은 풍납토성 발굴로 인해 땅값이 오르지 않는 것은 물론이요(바로 앞 잠실과 땅값 차이가 어마어마하다), 섣부르게 재개발을 할 수 없는 현실에 답답해하였다. 지금은 어느정도 해결되었으나(자세한 것은 풍납토성 관련 기사 참조 요망),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익창출이 문화재보다 우선순위가 된 모습을 잘 관찰할 수 있는 사례라고 생각된다.


문화재를 ‘공포’로 표현하고 있는 기사 @집토스


저 기사에 나온 한 줄이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이야기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 가져왔다.



건물 디자인까지 바꾸는 공포의 문화재.



저 사진의 대상은 풍납토성 앞에 있는 아파트인데, 문화재인 풍납토성의 근거리에 있어 문화재법상 높이를 맞추기 위해 저렇게 지어졌다고 한다. 문화재 보호구역 내에 있는 건물은 문화재와의 거리에 따라 건축이 허용되는 높이가 있다. 그렇기때문에 도심 속 문화재 주변의 건물은 대부분 높이가 높지 않다.


그런데 이 문화재법에 따라(혹은 피하기 위해) 건축되어 디자인이 일반적이지 않은 건축물을 ‘공포’로 표현하고 있다. 어째서 문화재가 공포의 대상이 되는 것일까? 아무래도 저 기사가 실린 매거진은 주제가 집이기 때문에 자산 즉 돈과 무관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한들, 저 용어는 적절하게 사용된 것일까?






내가 일하고 있는 현장 역시 학술적인 목적에서 발굴이 진행되고 있는데, 종종 지나가는 주민들이 한 마디씩 하곤 한다.



뭐가 나오긴 나와요?



발굴현장은 펜스가 쳐져 외부인의 출입이 제한되다보니 지나다니며 보시기에는 별 일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저렇게 물어보시는 경우가 굉장히 많은데, 네, 나옵니다. 라고 대답을 하면,



그런데 뭘 몇 년씩이나 하고 있어요?



라는 말이 돌아온다. 더 심한 경우는, 돈 받아먹으려고 죽치고 앉아 있다느니, 저 땅 놀려서 아까워 죽겠다느니, 저 땅에 벼를 심으면 쌀이나 나오지 등등... 의 말이 나온다. 그나마 요새는 덜 한것 같은데 그 이유는 자세히는 모르겠다. 사실 이런 발굴은 지자체나 정부기관의 정책에 따라 진행되는 것이라, 정치와 무관할 수 없어서 지역 의원이나 국회의원의 입김에 많은 영향을 받기도 한다. 한 때 지역 의원이 우리 현장에 부정적인 의견을 표출할 때 저런 말을 많이 들었던 것 같기도 하다.

대부분 저런 말은 4-50대 이상의 중년층이 하시곤 한다.


그래서 뭘 몇 년씩이나 하고 있냐라고 물으면 나는 이렇게 대답한다.



이탈리아는 콜로세움, 폼페이유적지를 아직까지도 발굴하고 있구요, 중국 병마용도 지금까지 발굴 중이구요, 터키에도 그런 유적지가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그렇게 할 수 있지 않나요?
발굴조사가 아직 진행 중인 폼페이유적지



시민들이 어떻게 질문할 지라도 우리는 친절하고 상냥하게 대답해야한다는 암묵적인 지시가 있었지만, 나는 마냥 고운 말이 떠오르지가 않는다. 우리나라는 여러가지 이유로 유적지들의 면적이 앞서 말한 유적지들보다 작고 여러 제약이 따르긴 하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관광상품화가 되지 못하는 이유는 아니다. 다들 우리 동네에, 우리나라에 유네스코 지정 문화유산이 있기를 바라면서, 외국에 여행을 가면 저런 문화재를 보러 가면서 왜 우리나라 것에는 야박한 지 모르겠다.


자랑스러워할 거면 자랑스러워하고, 아닐거면 말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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