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헬싱키를 떠나며
다시 숙소로 돌아와 텅빈 헬싱키 시내 거리를 마주한다.
어쩜, 한 도시의 수도에 이토록 사람이 없을수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없다.
봄과 여름이면 이 거리와 테라스가 인파들로 잔뜩 붐비겠지.
하지만 지금, 3월, 한창 겨울인 이 곳엔
텅빈 거리와 함께 호텔의 테라스도 비어있다.
마법학교에나 있을듯한 예쁜 곡선의 형태를 띈 계단을 올라 숙소에 다다른다.
숙소에 들어와 아늑했던 욕조에 따듯한 물을 받는다.
여행의 마감, 그것에 가장 잘 어울리는건 술보다 목욕.
아니, 그 두개가 함께하면 더 좋다.
알콜이 주는 노곤함과 따뜻한 물의 안락함.
여행을 하며 세포가득 새겼던 긴장을 푸는덴 이 두개만한게 없기 때문이다.
따뜻한 욕조에 앉아 핀란드에서 만난 풍경들을 떠올려본다.
희미한듯 선명하게 지나치는 생경한 풍경들.
첫 오로라를 만나게 해준 곳,
북극권의 추위를 처음 살갗으로 느껴본 곳.
그리고
목적을 달성하는 계획된 여행 속에서
정처없이 걷다 만난 우연한 사건들이 우리의 여정을 더 풍요롭게 해주었던 곳.
북유럽, 핀란드,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