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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ang Juha Dec 13. 2021

길에서, 길 대신 번호를 물어보는 남자들에게

올해 들어 세 번째다. 마스크를 쓴 상태에서 내게 번호를 물어보는 이들이 있었다.


이사를 앞두고 있던 8월 초, 그리고 정확히 한 달 전, 그리고 오늘. 8월에는 내가 예쁜 옷을 입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기분 좋은 에피소드라고 생각했고, 지난달에는 피곤에 절어있던 늦은 퇴근길이라 이유가 궁금해서 집요하게 내쪽에서 이유를 물었었고, 오늘은 그냥 내 스타일이 아니라서 번호를 줄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남자 쪽에서 너무 끈질기게 굴었고, 살짝 지치는 기분이 들었다.


결국 세 번의 경우 모두 번호를 주지 않았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번호를 물어본다는 것 자체가 너무 큰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것처럼 여겨지기 때문이다. 지난번과 오늘은 모두 밤에, 버스정류장에서 번호를 물어봤다는 게 비슷한 상황이지만, 오늘은 그분이 내게 거절의 이유를 물었다. "왜 안 되는 거냐"고 "이유를 알고 싶어요."라고. 사실 그분은 내게 카카오톡 아이디를 알려주거나, 자신의 아이디로 카카오톡에 친구 추가를 할 것을 강하게 요구했는데, 카톡이야말로 엄청난 개인정보 노출처럼 여겨져서 꺼려졌고, 그래서 메모장에 그분의 카톡 아이디를 적어달라고 요청했는데 그건 그분이 계속 거부했다. (내가 연락을 주지 않으리라 생각했던 걸까.)  


사실 지난 11월에 내게 번호를 요구했던 분도, 비슷하게 카카오톡 아이디를 달라고 했었다. 만약 버스가 더 늦게 왔더라면 나는 그분에게 결국 설득당했을 것이다. 이유는 없고 그냥 그가 꽤 멋진 차림세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여전히 외모에 약한 나...) 하지만 버스가 왔고 그분의 끈질긴 설득에도 나는 모든 게 너무 피곤하게 느껴졌고, 빨리 집에 가고 싶었고 그래서 서둘러 버스를 탔고, 길거리 인연은 그렇게 사라졌다. 그럼에도 집에 와서 그런 생각을 했지.


남자들은 왜 전화번호나 카카오톡 아이디를 묻는 것인가. 차라리 인스타그램 아이디를 물을 것이지. 인스타그램 속의 나는, 나의 일부만을 드러내고 있기에 그 정도는 모르는 타인에게 오픈할 수 있었을 텐데. 아니면 자신의 명함을 주던가.


그러니깐 혹 이 글을 읽는 남성분들은, 길에서 마음에 드는 여성을 발견하거든 전화번호나 카톡 아이디를 묻는 것에 연연하지 말고, 차라리 인스타그램 아이디를 물어보라. 인스타그램을 안 하는 사람이면 뭐 어쩔 수 없고. 카톡이나 전화번호를 통해 너무 많은 개인정보가 노출될 수 있는 세상에서, 모르는 사람에게 그걸 누가 선뜻 알려줄 수 있을까. 그것도 데이트 폭력 같은 걸로 사람이 죽기도 하는 세상에서, 당신의 무엇을 믿고 번호같이 중요한 정보를 준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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