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내 매일의 목표는 '아프지 않은 것'이다.
태어나서 지금껏 만으로 서른여섯 해를 살면서 이러한 목표로 살아본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처음으로 나는 내 몸을 지키고, 나아가서는 내 삶을 지키기 위해 필사적이다. 나는 삶의 의욕을 완전히 잃을 만큼 자주 심각하게 아팠지만, 정작 병원과 한의원에서는 큰 병 일리 없으며 검사를 해도 원인을 밝히기 어려울 거라 말했고, 약을 먹어도 그때뿐일 거라고 했다. 그곳에서 의사들로부터 들은 단어는 신경성, 위 무력증, 차가운 복부 등이 전부였다.
한의원과 병원에 다녀온 지 3주가 흘렀고,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노력한 결과 그 사이에 크게 체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거의 매일, 속에서 무언가가 얹히려고 하는 위기를 가까스로 모면하고 있는 중이다. 한의사의 말대로 소식을 하며, 차가운 것을 먹지 않고 대신 대추 생강차 같이 복부를 따뜻하게 하고 위의 연동운동을 도와주는 음식들을 먹고 있다. 그러는 와중에 정말 소량이라도 우유가 들어갔거나, 몸을 냉하게 할 만한 음식을 섭취하면 금세 속이 쓰리거나 부담이 와서, 응급 처치를 하듯 약국에서 산 약을 먹기도 했다.
그리하여 요새 내가 나를 살리기 위해 먹는 음식들은 극히 제한적이다. 원하는 것을 먹는 삶은 끝났고(아니, 아직은 끝나지 않았길 바란다), 먹어도 위장에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 음식만을 먹고 있다. 생강차, 바나나, 견과류, 밥, 죽 등등. 과거에 많이 좋아했던 피자나 스파게티, 라면, 고기, 커피, 케이크 등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있다. (고기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이젠 닭고기 밖엔 먹을 수 없을 듯하다. 다른 고기들은 소화를 시키기가 무척 버겁다.)
몸을 돌보기 위해 먹는 것을 조심하는 다음으로는, 몸이 가진 에너지를 아끼고 비축하고자 애쓰고 있다.
보통은 점심시간에 식후 바로 직장 동료들과 탁구를 치곤 했는데, 그게 몸에 상당히 무리가 되어왔다는 사실을 이번 주에 들어서야 깨달았다. 그간 6개월 이상 탁구를 쳤는데 식후에 바로 운동을 하는 게 좋지 않으리란 생각을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니. 하지만 이번 주 수요일 점심에 탁구를 친 뒤 급격하게 몸이 쇠잔해지는 경험을 하며 절실히 깨달았다. 지금 내 몸의 상태로는 아주 가벼운 유산소 운동만을 할 수 있다는 것을. 그래서 집에서 하루에 이십 분에서 사십 분 정도 실내 자전거를 타는 것으로 운동은 제한하기로 했다.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블로그 등에 쏟는 에너지도 많이 줄여가고 있고, 덕분에 조금씩 정상인의 몸상태로 돌아가고 있는 것도 같다. 하지만 여전히 절제해야 할 게 많고, 살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할지라도 스스로가 안타까울 때도 있다. 그럼에도 살려면, 그것도 건강하게 살면서 하고 싶은 일들을 이루려면 감내해야 하는 과정이겠거니 생각하며.
이런 돌봄의 과정을 통해, 부디 더 나은 삶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