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0월 31일에 이런 일기를 쓴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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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부터 5월까지는 거의 월 1회, 동일한 작가가 꿈에 나왔다. 첫 꿈은 그와 소설을 비롯한 문학에 대해 즐겁게 대화하다 깨는 꿈이었고 이후 그를 우연히(꿈에선 개연성이 작동하지 않는다.) 버스에서, 카페에서 마주쳐 안부를 묻거나 인사를 나누거나 하는 식의 꿈을 주기적으로 꾸었다. 그러다 5월이었나, 그가 출간 기념 북토크 행사를 연다기에 지인들과 그곳에 갔고, 뒤풀이를 하기 위해 치킨집에 갔다가 해당 작가를 우연히(개연성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가.) 만났다. 그것도 바로 코 앞에서 말이다.
다섯 번 꿈에 나온 그를 여섯 번째에는 실제로 보게 되었을 때, 나는 한 자도 쓰지 않던 소설을 조금씩 깨짝이며 쓰게 되었다. 순전히라고 보기엔 어렵지만 90% 이상 꿈의 영향이었다. 그니깐 결론은 소설을 쓰게 만든 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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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일기에 등장하는 작가는 정지돈 작가다. 나는 한창 소설 습작을 하던, 아마도 2015년 즈음에, 정지돈 작가를 비롯해 오한기, 이상우 작가를 무척이나 좋아했었고, 볼라뇨의 소설 속 ’내장사실주의’를 패러디한 ‘후장사실주의’ 그룹을 그들이 만들었을 당시, 특히 그들에게 관심이 많았다. 최대한 그들의 소설을 작가주의적으로(?) 발표되는 족족 모조리 읽으려고 했던 것 같다.
그러다 2016년 4월, 나는 어떤 사건을 계기로 소설과 아주 멀어지게 된다. 아, 정확히는 2017년 상반기에는 잠시 서울예대에 다니기도 했으므로, 그해 하반기부터 멀어졌다고 봐야 할까. 아무튼 그러던 와중에 아주 간혹 습작을 하려고 맥북 앞에 앉고는 했지만, 미완의 소설들만 양산할 뿐 별다른 성과는 없이 소설 쓰는 일을 아예 접게 되었다. 더 정확히는 소설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삶에 접어들게 된 것이다.
그러던 중 정말 뜬금없이 2019년 1월부터 5월까지 주기적으로 정지돈 작가가 꿈에 나와서, 나의 잠들어 있던 문학에 대한 욕망을 깨워내기 시작했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아무튼 그 무렵 나의 문우 중 한 명이 일하던 도서관에 정지돈 작가가 상주 작가로 함께하게 되었고, 나는 문우를 통해 본의 아니게 작가님의 소식을 자주 접하곤 했다. 그러다 결국 작가님을 지근거리에서 만나게 된 것이다.
그런 이상한 우연들이 겹쳐 나는 다시 소설 습작을 시작했는데, 마지막으로 쓰다가 완성시키지 못한 소설은 아마도 ‘쓰나미 피아노’였던 것 같다(라고 쓰지만 명료히 기억나지는 않는다.)
아무튼, 갑자기 이러한 한참 전의 꿈 얘기를 들먹이는 이유는, 정말 뜬금없는 장소에서 오늘 이상우 작가님과 마주쳤기 때문이다.
전에 신도림역 2번 출구로 내려가다, 정영수 작가님을 마주치고 나 혼자 알아보고는 눈이 휘둥그레 해진 적이 있는데, 이번에도 그랬다. 아는 동생이 회사 근처로 온다기에, 함께 몬드리안호텔 지하에서 식사를 하고 올라와, 곧장 1층 커피빈으로 들어섰는데 들어서자마자 ‘어?! 이상우 작가님이잖아?!’ 했다. 내 쪽에서만 일방적으로 알아보고는 또 눈이 휘둥그레 해졌다.
뭔가 아는 체를 하고 싶었지만, 그냥 아는 체만 하기엔 너무 이상한 상황이 될 거 같아서, 우선 동생과 차를 마시고 점심시간이 끝나 회사로 복귀하고자 나만 먼저 일어나던 차에, 뭐라도 먹을 거라도 드리면서 인사를 건네보자는 마음에 3,800원짜리 초콜릿을 사서 다가갔다.
그는 이어폰을 꽂은 채 작업에 집중하고 있었기에, 내가 두 번째 불렀을 때 그제야 고개를 들어서 나를 보았다. 나는 “작가님이시죠? 이상우 작가님이시죠? 팬입니다. 이거 드세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정도를 이야기하고 뭔가 좀 부끄럽고 멋쩍은 기분에 후다닥 호텔 문을 나섰다. 작가님은 “저인줄 어떻게 아셨냐”며 웃었다.
아무튼, ‘세상이 아무리 좁다고 해도 이렇게 만난다고?’라는 생각이 오후 내내 떠나질 않았다. 시간 관계상 이 기록은 여기서 마무리 지으려 하는데, 최근 내가 다시 소설을 쓸 수 있을까 하고 생각했던 적이 있어, 괜히 의미심장하게 다가오는 작지만 큰 에피소드였다.
나는 아무래도 문학하는 사람들과 뭔가 보이지 않는 실 같은 걸로 연결되어 있는 게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