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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찾기 Mar 29. 2023

막내 수학이야기

내 아이에 맞는 학원 찾기. 천천히 제대로 하는 공부

정형외과 전공의 과정에 있는 큰애 수학공부얘기 일부는 앞에 썼다. 오늘은 막내 수학공부한 얘기를 해 본다.(막내는 고등학교를 용인외대부고 국제과로 갔기 때문에 중학교 3학년  합격 발표 후엔, 바로 미국수학 Pre-Cal을 공부했다. 하지만 합격여부를 모를 때까지, 즉, 중 3 겨울 무렵까지는 한국수학공부를 했다.)


막내는 형들과 터울이 나서, 이쁘다 귀엽다 하고 키웠지, 학업에 크게 신경 쓰지는 않았다. 막내 유아 때 가세가 좀 펴서 영어유치원을 보냈는데(두 형은 일반 유치원 출신?이다) 영어유치원은 매일매일 숙제가 있었다.

막내는 일찍 잠들어서 숙제를 못하고 잔 날은, 다음날 스스로 일찍 일어나서 숙제를 하곤 해서 놀랐었다. 성실함이 있었다.


막내는 유아 때는 미로 찾기, 역할놀이 많이 하고 네 살 위 사촌 누나랑 학교놀이를 통해 한글도 떼고 그랬다. 뭐든 억지로 시키기보다 자연스럽게 공부를 했다.(막내라서 누렸다)


초등 3학년 즈음부터는 좀 깊이 있는 수학도 공부해야겠다 싶었다. 큰애 다녔던 유명한 수학학원은 레벨테스트도 악명 높았고, 숙제양도 장난 아니게 많았다. 막내는 형들보다 좀 섬세한 타입이어서 그 학원에서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거 같았다. 대부분의 막내 친구들은 당연한 듯 그 학원을 갔다.


그 학원을 보내기 싫은 나는 정보력을 총 동원해 수소문해 보고, 상담을 한 끝에, 작은 학원이지만 진도 및 심화가 가능한 학원을 선택했다. 다른 동네에서 가르치던 선생님이 우리 동네에 새로 차린 학원이었는데, 전 동네에서 관리나 학습능력이 이름났었다고 했다. 그 학원을 선택해 그냥 꾸준히 다녔다. 변동 없이. 초 5 때 학교에서 하는 영어연극 스케줄과 안 맞아 쉬다가 끊을 때까지.

그만둔 건 유학으로 인한 공백기 때문이다.( 막내는 영어연극하게 된 계기로 촉발된, 일련의 상황으로 미국유학을 2년 다녀왔다. 유학 후, 중 1 여름에 주요 과목 4과목 시험을 보고 제 학년으로 재취학했다.)


2년간의 공백기가 있어 수학진도가 또래 친구들보다 많이 처져 있었다.

학원은 진도 맞는 데가 없을 듯하여, 과외로 진도를 따라잡았다. 진도를 어느 정도 따라잡은 후엔 학원으로 바꿨다. 개인과외는 자칫 친밀해지면 효과가 떨어진다.

우리 막내는 선생님들과 너무 친해지는 타입이라 적당한 시기에 변화를 주어야 했고, 아이와 의논을 통해 결정했다. 그때가 중2 초였던 거 같다.


선택한 학원은 중학교 학생을 가르치는 학원은 아니었다. 작은 학원이었는데, 원장선생님이 고등학생을 주로 가르치시는 분이었다.

실력은 있으나, 상담실장을 따로 구하지 않고 가르치고 상담하는 걸 혼자 다하시는 분이라(소위, 영업력이 없으셨다) 학생이 많지 않았다.

나는 그때 큰애가 고등학생이다 보니 수학학원을 보는 눈이 좀 생겼고, 우르르 유행처럼 쏠리는, 인기 있는 학원에 연연하지 않았다.

원장선생님과 상담을 하니 4명이면 수업을 시작해 주겠다고 하셨다. 고등전문이니 비어있는 오후시간에 수업이 가능했다.


같이 팀수업을 할 만한, 초등학교 때 아는 엄마 몇에게 전화를 돌렸으나, 완곡히 거절했다. 유학기간 2년 공백으로 수학실력이 처진다고 생각하는 듯하였다.

친구들은 거의 유명학원 레벨 높은 반에 있으니 옮길 이유가 없었을 수도 있다. 그래서 막내에게 같이 할 만한 다른 친구를 알아보라 한 후,  엄마들에게 브리핑을 하고 수업을 시작했다.

그러다, 중2 기말고사를 끝나고 그 학원이 운영난으로 문을 닫았다.(선생님 실력은 확실히 좋아서 아이들 수학실력이 훌쩍 향상되었다. 실력과 학원 운영능력은 또 다른 문제인가 보다.) 그래서 큰애가 다녔던 학원으로 중2 겨울에 옮겼다.


나는 솔직히 그때만 해도 막내의 수학실력을 객관적으로 잘 몰랐다. 경시대회에 나가 본 적도 없고 어디 가서 테스트를 받아 본 적도 없어서 더 그랬다.(학교시험은 잘 봤지만, 잘 보는 친구들이 제법 많으니)


내겐 수학공부의 기준이 '우리 집 큰애'였는데, 막내가 문제 푸는 속도가 큰애보다 꽤 느려서, 수학감각이 좀 떨어지는구나 생각했었다. 옮긴 후 몇 달 지나 학원선생님과 상담시간이 있었다.


나 : 선생님 막내가 수학감각이
       좀 떨어지지요?
쌤 : 무슨 말씀, 큰 애보다 오히려
       나은 부분이 많은데요.

나: 예? 좀 느린 거 같고,
      안 풀리면 막 휴지 찢으며  
      자주 답답해하던데.
쌤: 막내는 개념을 제대로 파악하는
     공부를 하는 타입이에요. 잘해요.

     오히려,ㅇㅇ(유명) 학원  최고반에
     있다가 이번에 온 친구는,
     개념에 대한 이해 없이
     문제 푸는 기계처럼 풀어요
     습관이 잘못 들었어요.


막내를 그냥 성실하다고만 생각했고, 마음속으로 큰 애보다는 좀 느리다고 판단하고 있었다. 그런데 차근차근 성실하게 제대로 공부하는 타입이었다.

(외대부고 국제과에 가서도 1학년때  국제파트 교내사고력수학대회( logical thinking)에서 금상을 수상했다. 기대하지 않아서 더 깜짝 놀랐다. )


중 3 여름방학에는 고등학교 수학진도를 더 빼려고 특강을 들었었다.(외대부고 국제과 준비는 하고 있었으나, 떨어질지도 모르니 한국고등수학 선행도 신경 써야 했다)

방학에만 듣는 집중반이어서 진도와 숙제 양이 어마무시했다. 막내는 '양치기'를 안 해봐서 인지, 모르는 문제 별표치고 넘기는 것도 안 하고, 한 문제 한 문제 다 푸는데, 인간적으로 양이 너무 많았다. 너무 오랫동안 방에서 안 나와서 하는지 가보니, 아이가 울면서 수학문제를 풀고 있었다. 해도 해도 끝이 없어 힘들다고 했다. 성실하고 욕심 있는 아이인데, 성격상 그냥 패스하지도 못하고 있었다. 애 잡겠다 싶어서 말했다.


OO(막내)야. 선행이라는 건
퍼펙트할 수는 없어.
절반만 알고 넘어가도 돼.

엄마가 봐도 너무 많은 거 같아.
숙제 중 짝수만 풀면 어떨까?
전체적인 흐름 잡는 선행 하면 되니까.

선생님께는 엄마가 얘기할 수 있어.
너무 많은 양의 숙제는
네 공부하는 스타일하고 안 맞으니,
절반만 하겠다고 미리 양해 구하면 돼.
네가 성실하니까
선생님도 이해하실 거야.


수업을 멈추는 보다는 그렇게라도 마무리하는 게 나을 것 같다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으고 방학특강수업완강했다.

선생님께는 잘 말하니, 성실한 아이인 줄 알고 계셔서 충분히 이해했다.


막내는 학원을 많이 다니는 걸 싫어했다. 스스로 공부하는 시간이 확보되는 걸 좋아했고, 숨 막히듯 빽빽한 스케줄은 절대 거부했다. 결과적으로 돈을 많이 절약했으나, 보고 있기 불안할 때도 많았다.


정답이 없다. 아이마다 공부스타일은 참 다르다. 내 아이를 먼저 바라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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