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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K May 30. 2020

두 바버의 탄생

어느 30대 두 바버 이야기


 너무 많은 이야기를 나눴던 것인지 다음날 숙취가 오랫동안 지속됐다. 1차로 먹은 막걸리와 2차, 3차로 먹은 맥주가 화학반응을 일으키는 모양이었다. 그 덕에 생생했던 이야기들은 맥주 거품처럼 한 순간에 사라져 버렸다. 다행히 새로운 일을 해보자라는 열정 같은 것이 마음속에 남아 있었다. 술에 취해 나만 이런 착각을 하는 것이 아닌가 싶어 두 번째 만남을 제안했다.


토요일 오후 해방촌에서 박종현을 만났다. 카페에 앉아 가장 먼저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우리의 비슷한 관심사는 독립 출판물과 사진이었다. 갈증은 있었지만 혼자여서 쉽게 시도하지 못했던 출판물을 함께 만들어보기로 했다. 적절한 시기에 파트너가 생겼고 우리는 구체적으로 꿈을 꾸기 시작했다.


먼저 팀 이름이 필요했다. 솔직한 모든 것을 보여주겠다는 의미를 담아 각자의 몸무게를 표시한 75/69. 과학 수업시간에 배웠던 분자식처럼 30대 남자 2명을 표시한 30M2. 종현과 병교의 이름을 따서 종교. 30대 직장인 남자들이 즐겨 입는 바버 재킷을 상징화한 두 바버. 결국 두 바버가 팀 이름이 되었다.


재미있는 사람과 함께하는 재미있는 프로젝트. 이중적인 의미가 되었으면 좋을 것 같아, 편하게 봐주면 좋을 것 같아 한글을 두 바버, 영문은 두 바보가 되었다. 이름까지 정하니 정말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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