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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정철 Oct 27. 2023

제13화 이른 아침의 세비아Sevilla 스페인 광장

세비아 광장~황금의 탑~이사벨 2세 다리~세비아 미술관~살바도르 성당

이동 : 빌바오~세비아, 항공(Vueling Airline, 85분, 112유로)

숙소 :  Hotel Exe Sevilla Palmera(조식포함 2박, 275유로)

- 스페인 광장에서 가깝고 시설도 깨끗하나 조식 뷔페는 좋지 않음. 가격대비 가성비가 낮음


늦은 오후의 스페인 광장

오늘은 빌바오(Bilbao)에서 세비아(Sevilla)로 넘어가는 날이다. 빌바오에서 세비아까지는 비행기로(100유로) 1시간 25분이 소요된다.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는 스페인의 동북쪽, 빌바오는 서북쪽 끝이고, 세비야는 남부에 있으니 끝에서 끝으로 다니는 일정이다. 


세비야는 스페인 남서부 안달루시아 지방에 위치한 대도시다. 세빌리아라고도 불리고 스페인에서 마드리드 - 바르셀로나 - 발렌시아 다음으로 큰 도시다. 서울과 동일 위도(북위 37도)에 있다. 세비야 공항에서 공항버스(4유로)를 30분 정도 타고 가면 세비아 광장 근처에 도착한다. 숙소까지는 환승을 해야 하지만 스페인 광장도 미리 볼 걸어가기로 한다.

세비아 스페인 광장은 마리아 루이사 공원(Parque de María Luisa) 안에 위치하고 있다. 마리아 루이사 공주가 1893년 산 텔모 궁전 정원의 반을 시에 기증하면서 그녀의 이름을 따서 마리아 루이사 공원이 만들어졌다. 마리아 루이사 공원 안에는 1929년 라틴 아메리카 박람회장으로 사용하기 위해 조성된 세비아 스페인 광장이 있다. 


스페인에는 도시마다 스페인 광장이 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광장으로 손꼽힌다. 직접 보니 그런 평가가 전혀 과장된 것이 아니다. 박람회장 본부로 사용된 본부 건물의 양쪽에 있는 탑은 세비야 대성 당에 있는 히랄다 탑을 본 따 만들었다. 탤런트 김태희가 빨간 치마를 입고 플라멩코를 추며 광고를 촬영한 곳이라 한국인에게도 낯익다. 


광장은 마리아 루이사 공원을 바라보며 반원형 회랑으로 이쪽 탑에서 반대쪽 탑까지 쭉 연결되어 있다. 건물과 광장 사이에 역시 반원형의 수로가 있다. 스페인 광장에 도착한 시간은 해가 서서히 서쪽으로 넘어가는 늦은 오후, 석양이 건물의 중앙에 비쳐 황금색으로 빛난다. 석양빛이 내려앉은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의 색이 달리 보이며 더 환상적일 분위기를 자아낸다. 양쪽 탑에서부터 공원 쪽 입구까지는 흰색과 파랑, 그리고 노란색의 도자기로 만든 담장과 가로등이 서 있다. 작은 기둥 하나하나에 들어간 무늬와 색깔은 그 자체가 예술작품이다.


과달키비르강(Río Guadalquivir)을 따라 세비아 산책

다음날, 밤새 바람이 많이 불더니 아침에는 다행히 잠잠하다. 하늘이 맑지는 않지만 오전에는 비가 오지 않을 듯하다. 세비아에는 세비아 대성당, 살바도르 성당, 세비아 미술관, 알카사르, 이사벨 2세 다리, 황금의 탑, 메트로폴 파라솔 그리고 스페인 광장까지 볼거리가 다양하다. 다행히 세비야 구시가의 중심지인 카스코 안티구오(Casco Antiguo) 지역에 몰려 있어 걸어 다니면서 볼 수 있다.


숙소에서 가장 먼 쪽에 있는 세비아 미술관까지 버스나 전철을 타고 가도 되지만, 도시 구경은 걷는 게 제일 좋다. 숙소 쪽에서는 스페인 광장이 제일 가깝지만 이곳은 돌아오면서 다시 보기로 하고 과달키비르 강을 따라 세비아 미술관이 있는 곳까지 걷는다. 4km 조금 넘는 거리라 천천히 걸어도 한 시간이면 충분하다.  


세비아는 빌바오와는 다르게 거리가 지저분하다. 주말이라 청소를 안 해서 그런지 모르지만 거리나 골목을 다니다 보면 쓰레기도 많고, 제때 치우지 않은 낙엽이 비에 젖은 채 여기저기 쌓여 있다. 세계 3대 미항(호주 시드니,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중 하나인 이탈리아 나폴리(Napoli)에 갔을 때도 이런 느낌이었다. 거리에는 소변 냄새가 진동을 하고, 담배꽁초와 쓰레기가 어지럽게 늘려 있어서 ‘미항’이라는 말이 무색했던 기억이 있다. 세비아에서 그때의 느낌을 떠 올리게 된다. 신대륙 발견 이후 많은 금은보화가 세비야를 통해 스페인으로 들어왔고 이로 인해 식민지 지배를 받던 스페인은 식민지를 거느리는 강대국으로 번영하게 된다. 그런 도시 세비아의 영광도 빛을 바란 지 오래인가 보다. 

스페인 광장이 있는 마리아 루이사 공원 사이로 난 도로를 따라가다 고딕양식의 세비아 대학(University of Seville)을 지나면 강가에 우뚝 서 있는 황금의 탑(Torre del Oro)을 만나게 된다. 이곳 스페인 남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석회암석(모르타르와 석회 혼합)으로 쌓은 12 각형의 군사형 망루인데, 1248년 세비야를 점령한 카스티야의 페르디난도 3세(Ferdinand III of Castile)가 이 탑을 황금의 탑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중세시대에는 감옥으로 이용했으며 현재는 위층에 해양박물관이 있다. 


강변으로 산책을 나온 사람과 관광객들로 제법 북적인다. 100m가 넘는 넓고 잔잔한 강물 위에는 조정경기 연습을 하는 보트가 여럿이다. 이 강으로부터 남쪽의 바다까지는 80km나 되는데도 불구하고, 대항해시대에는 이곳으로 배가 드나들었다고 한다. 식민지에서 약탈해 온 금은보화가 이곳으로 들어왔으니, 이곳 세비아에 얼마나 많은 부가 흘러넘쳤을까. 근처의 왕실 투우 경기장에서의 환호성은 식민지 사람들의 신음소리요, 그들이 흥정 망청 마시던 포도주와 맥주는 끌려온 노예들의 흘린 피와 땀이었으리라. 그날의 어두운 영광이 어떠했는지 강물은 말이 없다.


조금 더 올라가면 이사벨 2세 다리다. 트리아나 다리(Triana Bridge)로도 널리 알려진 이사벨 2세 다리( Isabel II Bridge )는 길이가 147m로 도심과 강 건너 트리아나 지역을 연결한다. 19세기에 그 자리에 있던 오래된 보트 다리를 대체하여 이사벨 2세의 통치 하에 1852년에 완공되었다. 


미술관과 맛집

이사벨 2세 다리를 지나 오른쪽 횡단보도를 넘어 골목을 몇 차례 돌아, 세비아 미술관(Museo de Bellas Artes de Sevilla, 입장료 1.5유로, 유로회원국민은 무료)을 찾아간다. 작은 공원을 마주한 미술관의 외관은 아주 소박하다. 하지만 겉만 보고 판단하지 말라는 말이 이 미술관에 딱 어울린다. 오래된 주택 같은 건물인데 내부는 정원이 3개나 있을 정도로 넓고 전시작품도 기대이상이다.

중세부터 20세기에 이르는 예술품을 시대순으로 볼 수 있는 곳으로, 바로크 미술의 거장 '바르톨로메 에스테반 무리요(Bartolomé Esteban Murillo)', '프란시스코 데 수르바란(Francisco de Zurbarán), '의 작품을 비롯해 스페인을 대표하는 화가 '엘 그레코(El Greco)', '프란시스코 파체코(Francisco Pacheco)' 등의 회화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특히 종교화가 많고, 조각 작품도 성모상과 성경의 내용을 묘사한 작품이 대부분이다. 중세 유럽에서 마냥 사냥을 비롯한 종교재판이 가장 심했던 나라가 이곳 스페인이다. 화려하고 숭고한 종교화 이면에서 힘없고 억울하게 희생당한 수많은 서민들이 있었다는 사실 또한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미술관을 나와 골목길을 돌아 커피가 맛있다는 시라 커피점(Syra Coffee)에서 스페인에서는 잘 맛볼 수 없는 에티오피아 커피를 들고 나와 돌계단을 찾아 앉은 곳이 마침 살바도르 성당(Iglesia Colegial del Divino Salvador)이다. 성당 안에 들어가니 제단 쪽의 성상 조각들이 모두 빛나는 황금색이라 눈이 부시다. 예배석 양쪽에 각각 세례를 받으려는 가족들이 앉아 세례의식이 거행되고 있다. 신부님이 이마에 성호를 그어주니 아이가 우렁차게 운다. 오랜만에 듣는 아기 울음소리다.


세계 3대 성당 중 하나이며 내부에 콜럼버스의 묘가 있다는 세비야 대성당(Catedral de Santa María de la Sede)과 근처 알카사르는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내부 관람을 포기하고, 대신 맛있는 음식으로 대신하기로 하고 맛집(Bar Baratollo)을 찾아간다. 맛집답게 대기줄이 길다. 메뉴는 세비아에서 유명한 소꼬리찜과 새우요리인 감바스와 그리고 포도주다. 소꼬리찜은 우리나라 갈비찜과 비슷한데 맛이 좀 밋밋하다. 올리브기름에 마늘을 넣고 약간 졸인 감바스는 고소 아주 아주 맛나다. 밋밋한 갈빗살을 감바스 소스에 찍어 먹으니 오히려 더 먹을만하다.

허기를 채우고 나오니 비가 제법 온다. 우의를 다시 입고, 버섯을 닮았다는 건축물 메트로폴 파라솔을 찾아간다. 메트로폴 파라솔은 살바도르 성당 뒤쪽에 있다. 메트로폴 파라솔(Setas de Sevilla) 'setas' 스페인어로 '버섯'인데, 세비야 대성당의 둥근 천장과 인근 크리스토 데 부르고스 광장(Plaza de Cristo de Burgos)에 있는 무화과나무에서 영감을 받아 대략적으로 큰 버섯을 닮은 6개의 파라솔로 구성되어 있다. 기대가 큰 탓인지 실망도 크다. 비가 많이 와서 옥상 전망대에는 올라가지 않고, 건물 아래에서 비 구경만 잠시 한다. 아래층에 상가들도 한가롭기만 하다.


이른 아침의 스페인 광장

이틀을 묵고 떠나기 전 아쉬워서 해가 뜨기 전, 스페인 광장을 다시 가 본다. 10월 하순인 이 시기에는 오전 8시가 넘어야 날이 밝아온다. 출근하는 직장인들과 등교하는 학생들이 바삐 움직이고, 도로에 차들도 많다. 주말 아침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30분을 걸어 도착한 스페인광장, 아직 철문이 굳게 닫혀 있지만, 광장 중앙의 뒤쪽은 열려 있다. 광장 건물은 사무실로 사용되고 있는지 출근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건물을 통과해 광장 쪽으로 나가니, 노란 가로등이 켜져 있어서 어둡지만은 않다. 아무도 없는 이른 아침의 스페인 광장. 주말 낮에 사람들로 북적이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다.

날아 밝기 전, 구름이 약간 끼인 푸른색 하늘과 건물의 붉은 벽돌, 그 사이사이 도자기 무늬들이 어우러져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모습을 연출한다. 이 건물을 설계하고 건축한 그는(아니발 곤잘레스 Anibal Gonzalez) 이 모든 것을 고려했을까. 아마도 그랬을 것 같다. 


돌계단의 모서리 부분의 붉은 벽돌은 기역자 모양으로 굽어냈고, 난간 모서리 부분의 그거도 모나지 않게 둥글게 처리했다. 도자기 무늬 하나하나도 어긋남 없이 모두 맞춰져 있어 자세히 볼수록 감탄하게 된다. 건물 아래층 반원을 따라 타일로 장식된 곳은 스페인 모든 도시의 문장과 지도, 역사적인 사건들을 보여 주는데, 그 정교함 다시 한번 놀라게 된다.

 잠시 후, 부지런한 가이드가 이끄는 한 무리의 관광객들이 어디선가 쏟아져 들어온다. 이층 난간으로 올라가서 보니 그사이 더 많은 관광객들이 들어왔다. 난간에 서서 스페인 광장을 내려다본다. 이토록 아름다운 건축물을 본 적이 있었던가. 이토록 아름다운 아침을 맞이한 적이 있었던가. 그렇게 한참을 서 있는다. 그렇게라도 오랫동안 가슴에 담아 두고 싶은 마음으로. 



 “여행의 끝은

출발한 곳으로 되돌아올 때가 아니라

여행의 추억이 더 이상 떠오르지 않을 때이다. “ -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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