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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정철 Oct 28. 2023

제14화 코르도바의 골목길 산책

로마교-메스키타-알카사르

이동 : 세비아~코르도바, 기차(iryo), 20.08유로

숙소 : Hesperia Cordoba, 79유로(조식 포함)

- 로마 다리와 콰달키비르 강 건너 역사지구가 환히 보이는 전망 좋은 방(+15유로)


역사의 도시, 코르도바

세비아에서 코르도바(Cordoba)로 간다. 세비아에서 코르도바까지는 140km 거리, 기차로 이동하는 것이 편리하다. 렌페(renfe)나 새로 생겼다는 이리오(iryo)를 이용한다. 이리오가 가격이 더 싸다고 하는데 타보니 렌페보다 더 쾌적하고 조용하다. 세비아 ‘산타 후스타(Santa Justa)’역에서 출발한다. 역이 상당히 크다.  마드리드 등 다른 도시로 연결되는 기차의 출발지다.

코르도바 시(스페인어: Córdoba, 아랍어: قرطبة)는 코르도바도의 주도(主都)이다. 콰달키비르 강을 끼고 있으며 고대 로마 시대 때부터 도시가 형성됐다. 오늘날 코르도바는 대도시는 아니지만 오래된 유적이 산재하고 있는 문화의 산실이다. 오래된 구도심에는 전통적인 건축물들이 그대로 남아 있다. 코르도바는 이슬람 세력이 이베리아반도를 지배하던 때에 수도의 구실을 했으므로 이슬람과 스페인 후대 문화의 영향이 강하게 남아 있다. 1984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 되었다. 


코르도바는 8세기 무렵 이곳을 점령한 무어인에 의해 황금기를 누렸다. 당시 건설된 300여 개의 모스크, 수많은 궁전, 공공건물은 콘스탄티노플(Constantinople)과 다마스쿠스(Damascus), 바그다드(Baghdad)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였다고 한다. 10세기 유럽 큰 도시의 인구가 3만명 정도인데 비해  코르도바는 50만 명에 달했다 하니 전성기의 이곳이 어떠했는지 궁금해진다. 현재 코르도바의 인구는 32만 명(2018년 기준) 정도이다.


골목길을 돌고 돌아

코르도바 역에서 내려 숙소까지 걸어서 간다. 관광의 중심이 되는 로마다리까지는 1.8km 거리라 30분이면 충분하다. 작은 도시를 여행할 때는 걷는 것이 좋다. 걸으면 도시의 지리를 빨리 익히게 되고,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모습도 가까이 볼 수 있어 좋다. 


코르도바역이 있는 곳은 신도시쪽이라 주위에는 아파트 단지다. 공원을 가로질러 역사지구 쪽으로 간다. 어디가 역사지구인지 굳이 지도를 찾아보지 않아도 길에 들어서면 바로 알 수 있다. 일단 길이 아주 좁다. 차 한대가 겨우 지날 정도이고 그보다도 더 좁은 골목길이 대부분이다. 잘 보존된 유교회당, 오래된 나무문이 달린 주택, 세월의 흔적을 담은 성당 등 다양한 문화가 공존한다. 코르도바는 사실 볼만한 게 별로 없는 곳이기도 하다. 로마교, 메스키타, 그 옆의 알카사르 정도 뿐이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 건 오랜 역사의 향기가 묻어 있는 역사지구 내의 골목길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무슨무슨 벽화마을이라고 해서 오래된 골목길 투어가 인기다. 골목길은 도심의 고층 건물과 넓은 차도에 짓눌려 있던 인간에게 편안함과 아늑함을 주기 때문일까.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도 누가 사는지 알지 못하는 아파트와는 달리, 골목은 ‘이웃’이라는 강한 유대를 만들어주기 때문일까. 느릿느릿 골목길을 어슬렁어슬렁 걸어 다니는 것만으로도 행복감이 충만해진다.


골목길을 거의 빠져 나올 때 쯤, 알카사르와 메스키타다. 월요일이고 늦은 시각이라 두 곳 모두 문을 닫았다. 강변에 오래된 듯 보이는 로마교가 있다. 코르도바 로마교( Roman Bridge of Córdoba)는 기원전 1세기 초에 건설되어 20세기 중반 남쪽의 산 라파엘 다리가 건설될 때까지 2000년 동안 콰달키비르 강을 건너는 도시의 유일한 다리였다고 한다. 지금은 로마교 오른쪽으로도 다리가 놓여 있다. 다리 위에서 역사지구 쪽으로 돌아서서 보는 경치가 좋다. 다리 끝에는 망루 구실을 하던 칼라오라 탑(Torre Fortaleza de la Calahorra)이 있다.

호텔 체크인을 하고 저녁 무렵에 야경을 보러 다시 나는데 비개인 하늘에 무개지가 떴다. 그것도 쌍무지개다. 이렇게 선명한 무지개는 처음 본다. 뭔가 좋은 기운이 있을 모양이다. 


이슬람과 카톨릭 문화의 공존

메스키타 입장(13유로)은 오전 10:00 부터지만 08:30부터 09:20 무료관람이 가능하다. 전날 직원에게 물어보니 그렇다고 하면서도 50분만에 다 볼 수 없을거라고, 표를 사서 입장하는 게 좋을 거라고 한다.  관람 시간이 부족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막상 가 보니 그 시간이면 충분하다. 무료관람 정보를 아는 귀밝은 이들과 부지런한 가이드가 이끄는 한 무리의 관광객들이 미리와서 대기 중이다. 문을 열어 주는데 들어가면서 그 신비감에 다들 탄성을 지른다. 


메스키타(스페인어: Mezquita)는 스페인어로 "모스크"라는 뜻으로, 아랍어 "마스지드"(مسجد)에서 유래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고유명사로 이곳 코르도바의 가톨릭 교회의 주교좌 성당 "코르도바 산타마리아 성당"(Catedral de Santa María de Córdoba)을 가리키는 경우가 많다. 이 메스키타는 스페인에 현존하는 유일한 큰 모스크이다. 외부적으로 봐서는 모스크로 보이지 않는다. 둥근 천장과 모스크 특유의 가늘고 높다란 첨탑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내부로 들어가니 수백개의 기둥이 인상적이다. 건설 초기에는 1200개 였으나, 현재는 856개가 남아 있다고 한다. 기둥과 기둥사이에 있는 아치는 희색과 연분홍색으로 세로로 단순한 무늬를 넣었다. 기둥은 매끈한 화강암이고 기둥과 아치 사이의 기둥머리 장식은 고린트 양식처럼 보인다. 자세히 보니 모양이 일정하지는 않고 다양한다. 이슬람 사원에 로마 건축양식이라니, 게다가 중앙에는 성당이 있고, 사원 내부의 벽면에는 카톨릭 예배공간이 마련되어 있으니 여러 문화가 공존하는 공간이다. 


메스키타는 785년 건설을 시작한 이후로 200년에 걸쳐 증축을 통해 25,000명의 신자가 동시에 기도할 수 있는 규모의 세계 3대 이슬람 사원이다. 13세기 군주 페르디난드 3세(Ferdinand III) 통치 기간에 대성당과 새로운 방어 구조물로 개조되어, 두 문화가 더불어 살게 된 것이다. 

출구에서 강가 쪽으로 내려와 남쪽으로 조금 내려 가면 알카사르다. 알카사르(Alcázar de los Reyes Cristianos, 5유로) 스페인어로 "기독교 군주의 성"이라는 뜻으로 카스티야의 이사벨 1세 와 아라곤의 페르난도 2세가 주로 거주했던 곳 중 하나였던 곳이다. 세비야에도 이 보다도 규모가 큰 알카사르가 있는데, 방문했을 때는 비가 많이 오는데다가 입장을 기다리는 줄이 너무 길어 관람을 포기했다.


왕이 머물던 공간의 규모는 크지 않다. 특히 출입문의 높이가 낮아서 고개를 숙이고 지나가야 할 정도다. 당시의 사람들은 지금의 서양 사람들만큼 키가 크지 않았던 모양이다. 망루로 올라가는 계단이 좁아 오르내기에도 불편하다. 망루에 서면 넓은 정원과 역사지구내 마을, 콰달키비르 강이 내려다 보인다. 정원에는 커다란 잉어들이 노니는 인공 연못과 다양한 화초, 나무들을 잘 가꾸어 놓았다. 줄을 맞춰 각을 잡고 서 있는 나무를 보니 아주 작은 베르사이유 궁전 정원의 보는 듯 하다.


비 오는 날이 많은 가을의 스페인 여행. 이번 여행의 마지막 도시는 아름다운 쌍무지개가 뜬 코르도바다. 마드리드행 기차를 탄 지금, 언제 그랬냐는 듯 구름이 걷히고 파란 가을 하늘이 다시금 나를 유혹한다. 여행을 끝은 출발한 곳으로 돌아왔을 때가 아니라, 여행의 추억이 더 이상 기억나지 않을 때이다. 추억이 계속되는 한 여행은 계속 될 것이다. ADIOS~  


“여행의 끝은

출발한 곳으로 돌아왔을 때가 아니라

여행의 추억이 더 이상 기억나지 않을 때이다.“ -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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