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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행 Jan 12. 2024

에메랄드 불상을 찾아서

라오스 왓 호파깨우에서 태국 왓 프라깨우로 

라오스

라오스의 유명한 관광지는 대부분 사찰이었다. 

소나무에 둘러싸인 사찰을 보다가 야자수에 둘러싸인 사원을 보니 꽤 이국적이었다. 라오스가 공산주의 국가임에도 인구 60%가 소승불교를 믿는다더니 과연 둘러본 시내 곳곳에 불교사원이 많았다.

왕실 불교사원이라던 왓 호 파깨우를 먼저 들려 에서 2,000여 개의 불상이 모셔져 있는 모습을 보았다.  에메랄드 붓다를 모시기 위해 세웠다는 왓 호파깨우에 정작 에메랄드 불상은 없다. 에메랄드 불상은 태국과 전쟁에서 빼앗긴 후 지금은 방콕 왕실 사원인 왓 프라깨우에 있다. 지금 건물도 전쟁때 건물이 불타 없어지고 대신 프랑스에 의해 재건되었다. 사원은 아니고 현재는 박물관으로 사용되며 라오스 각지에서 가져온 불상을 전시하고 있다. 


비엔티안 시나의 왓 호파깨우 입구


왓(Wat)이라는 단어는 사원이라는 뜻인데 지금은 사원의 의미가 없고 대신 호파깨우라는 미술관 간판이 걸려있다. 

에메랄드 불상을 모시기 위해 만든 대웅전 입구
라오스 각지에서 수집된 불상




태국

태국 공항에서 카오산으로 이동한 후 숙소를 잡고 시내를 돌아다녔다. 방콕에서 가장 훌륭하다는 에메랄드 불상이 모셔진 왓 프라깨우 먼저 들렸다. 과연 태국 본토 사찰의 화려함은 극치를 이루었다. 정교한 문양은 황금색으로 치장되었고 하늘로 치솟은 탑의 규모는 웅장하여 파란 하늘과 황금색 탑은 눈을 부시게 만들었다. 절 내부 벽화는 화려한 채색으로 그려져 있었다. 재미있게도 그림 내용은 힌두교 신화인 라마야나 장면들이었다. 대법전 봇을 지나 경내에서 가장 화려한 황금색 불탑을 둘러보았다. 탑 안에는 부처님의 진신사리가 안치되었다고 했다. 

쿠시나가라에서 입적하신 부처님의 사리가 여기 방콕의 불탑에도 모셔져 있다니 감읍했다. 부처님 육신은 불꽃과 연기로 사라졌지만, 사람들은 부처님에 대한 연모의 정을 차마 잊지 못하고 남은 유골을 추려내어 탑에 모셔 놨다. 법만으로는 그분의 뜻을 알지 못하니 이렇게 탑이라도 높고 웅장하게 만들어 봄으로써 그분의 법을 비로소 상기하게 되니 그것은 어쩔 도리가 없다. 

                                                                                                                                            사원에 들어서면 톳 히라톤 상을 볼 수 있다. 우리나라 사찰 입구에서 무서운 표정을 짓고 있는 사천왕상의 태국 판이다. 그리고 금으로 덮인 5층 탑에는 부처님의 가슴뼈가 안치되어 있다. 사원에서 가장 화려하게 치장할 만하다. 

중앙 우보솟(ubosoth)에는 화려한금색 옷을 입고 있는 불상이 모셔져 있다. 바로 태국의 국보1호 에메랄드 불상이다. 색도 영롱한 옥색이라 신비로운 느낌을 물씬 풍긴다. 


사원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무서운 표정을 하고 있는 히라톤 상



에메랄드 불상, 태국과 라오스

이 에메랄드 불상에 흥미로운 이야기가 얽혀있다. 이 불상은 수천년전 인도에서 제작되어 스리랑카, 캄보디아를 거쳐 태국으로 왔다. 왕은 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사원에 소중하게 모셨고 사원 이름은  에메랄드 불상이 모셔진 사원이라는 뜻의 왓 프라깨우(Wat Phra Kaew)로 불렀다. 

오랜 시간이 자나 태국 치앙마이이 모셔진 에메랄드 불상은 라오스에서 온 왕자가 왕으로 추대되면서 라오스 루앙 프라방으로 가면서 가지고 갔다. 그리고 라오스 수도를 비엔티안으로 천도하면서 다시 옮겨졌다. 한동안 에메랄드 불상은 라오스를 지켜주는 상징으로 여겨져 왓 호파깨우 사원에 있었지만, 태국이 라오스와 전쟁을 치르고 승리하면서 다시 태국으로 가져갔다. 이후 태국 방콕에 에메랄드 불상을 모시기 위해 사원을 세웠으며 지금까지 에메랄드 불상은 태국에서 관리하고 있다.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에서 보기를 원했던 에메랄드 붓다는 지금은 텅비어 있고 대신 각지에서 수집한 불상과 불교 유적을 전시하고 있었다. 대신 에메랄드 붓다가 모셔진 방콕의 왕실사원은 매우 화려하고 번영한 모습이었다. 부처님의 가피력이 실존하는지 모르겠지만, 비엔티안의 프라깨우는 쓸쓸하고 방콕의 프라깨우는 화려하다. 그저 자유로운 붓다는 젊은 날에 있었고 이제 고된 육신의 붓다는 여기 프라깨우에 모셔진 것이라 생각하면 허망한 마음을 잠시나마 달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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