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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원인 Jun 06. 2017

샌들, 기억...그리고 여름

민.원.상.담.실







큰아이 샌들이 없다고 아내가 마트에 갈 때마다 신발매장에 들릅니다. 

한여름이 목전이라 알록달록한 신발을 도떼기시장처럼 쌓아놓고 팔고 있습니다. 발목의 벨크로 접착이 잘 되는지 몇 번이고 떼었다 붙였다를 반복하더니, 시선을 옮겨 다른 샌들을 집어 듭니다. 그렇게 이십 여분을 서성대던 아내는 다른 데 가보자며 휑하니 앞장을 섭니다. 


모처럼의 공휴일인데 상설매장을 찾아 나섭니다. 처음에는 아빠 엄마 손을 붙잡고 신나게 공중부양을 해대던 딸아이도 매장을 옮겨 다닐 때마다 시무룩해집니다. 급기야 배가 아프다며 다른 손님들이 앉아 있는 소파 위에 벌렁 드러눕습니다. 둘째 아이는 진열된 신발들을 냅다 던지고 pop를 떼 버립니다. 아이를 들쳐업고는 쪼그리고 앉아 신발을 고르고 있는 아내를 무섭게 째려봅니다. 온 김에 아이 수영복도 보자고 하는 아내에게 일순 폭발하고 맙니다. 먼저 차에 가 있겠다며 지갑이 든 가방을 던지듯 아내에게 주고 밖으로 나옵니다. 후끈한 열기가 콧속을 파고듭니다. 커다란 쇼윈도 안에 큰아이와 둘째 아이를 양팔에 부여안고 낑낑대며 수영복을 고르는 아내가 보입니다. 그 옆에 우두커니 서있는 제 모습이 창문에 비칩니다. 



어릴 적 부모님과 시장에 다녀오면 늘 두 분의 언성이 크게 오갔던 기억이 났습니다. 물건 값을 깎느라, 좀 더 싱싱한 물건을 찾느라 어머니가 발품을 파시는 동안 아버지는 차 안에서 마냥 지루한 시간을 보낸 겁니다. 찢어질 듯 커다란 비닐봉지를 든 양 손은 빨갛게 부어올라 있는데 아버지는 차창 안에서 그런 어머니를 미련스럽게 쳐다보았던 기억..... 다시 매장 문을 엽니다. 

미안해. 

아이를 건네 안습니다. 

그렇게 여름이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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