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재단과의 환경/생물다양성 연구-교류 프로젝트 연구기록
5인의 예술가와 나인앤드, 아모레퍼시픽재단이 함께 진행하는 ‘생물 다양성(Biodiversity)’에 관한 연구 프로젝트 The Jenga. ‘생물 다양성’을 주제로 한 이번 전시는 깊이 있는 연구와 예술적 해석을 통해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새롭게 조망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연구 과정을 담은 영상 기록물, 전시를 통해 5개월간의 기록을 선보였는데요, 전시와 공개된 영상 이면의 참여 예술가들의 생물 다양성에 대한 참여 예술가들의 연구 기록을 공개합니다.
본 프로젝트를 만든 모든 주체가 생물 다양성에 대한 관심과 시선이 앞으로도 더 넓고 깊게 확장되기를 바랍니다. 지금까지 전시의 연구 여정과 창작의 순간들을 담은 영상을 통해 '더젠가(The Jenga)'를 다시 만나보세요.
김은하 작가는 현대 소비사회에서 빠르게 소비되고 버려지는 의류와 패스트 패션에 주목하며, 쓸모를 잃은 의류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작업을 합니다. 삶과 밀접한 옷처럼 음식, 식물 및 소비재 등 손 뻗으면 있을 법한 대상들을 개인적인 경험에서 비롯된 상상 또는 의미를 부여하여 형상화합니다. 수집한 재료들의 고유한 색감, 무늬, 질감을 활용해 이를 즉흥적으로 해체하고 결합하여 새로운 형상을 만들어내는 과정에 집중하는데요. 익숙한 대상을 과장된 크기로 표현하여 낯설면서도 상상력을 자극하는 이미지를 제시하며, 서로 다른 재료들의 결합은 익숙하고도 이질적인 느낌을 동시에 전달합니다.
김은하 작가는 우연한 유전자의 조합으로 생성된 돌연변이로부터 연구를 시작하였습니다. 엽록소 결핍으로 인해 흰색, 노란색, 분홍색 등 녹색이 아닌 다른 색을 띠는 무늬종은 그 희소성으로 인해 때로는 사람들에게서 환대받았습니다. ‘희귀하고 특별한 것’으로 취급되며 비싼 값에 거래되었지만, 새로운 식물의 등장과 유행으로 버려지고 잊히곤 합니다. 이러한 양상은 작업의 주요 소재가 되는 패브릭에서도 찾을 수 있습니다. 시즌마다 새로워지는 유행으로 폐기물을 생성합니다. 트렌디함과 유행의 상징이었던 패션이 시간이 흐름에 따라 그 상징성을 잃고 쓰레기 매립지를 떠돌아다니는 것입니다.
복제를 통해 강렬한 시사점을 전하는 남다현 작가는 도시 개발로 인해 자생 식물들이 사라지는 모습을 보며, ‘도시 개발 지역 식물 다양성 보존을 위한 자생 식물 명품화 전략’을 주제로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여러 연구 조사를 통해 도시 개발이 가져오는 서식지 파괴와 식물 생태계 훼손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며, 도시 개발 시 자생 식물을 보존하여 식물 다양성을 보호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는데요,
작가는 대중을 합리적으로 설득하기 위해 설문 자료를 참고하여 경제적 가치를 자생 식물들에 투영하는 실험을 전개했습니다. 단순히 자연보호를 주장하기보다, 한국 사회의 물질적 가치관과 명품 소비 트렌드를 고려해 자생 식물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구체적인 전략을 작가 특유의 위트를 담아 제시했습니다.
또한 서울 가로수 자료를 통해 도시에 심어질 확률이 낮은 식종을 선별하고, 그 재료들을 작업에 활용할 방법을 모색하여 자연에서 수집한 자생 식물의 수피와 열매를 사용해 버킨백을 재현했습니다.
금속 버클을 부착해 디테일을 더하고, 다양한 식물 재료의 질감을 활용해 자연과 명품의 조화를 표현하죠. 단순한 복제를 넘어 그 자체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안하는 자연의 버킨백은 자생 식물의 고유한 가치를 경제적 매력으로 승화시키며 윤리적 소비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이끼, 식물, 돌 등의 자연물을 모아 안식을 실체화하는 김준혁 작가의 연구는 ‘현대 산업 속에서 예술이 생물다양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질문에서 출발합니다. 환경 인식, 보존, 자연과의 연대, 창의적 접근, 지속 가능성 등 다양한 관점에서 탐구하고자 설문과 인터뷰를 통해 사람들의 인식을 조사하고, 관련 책과 다큐멘터리, 전시를 참고하며 작품을 통해 표현할 메시지의 방향성을 구축합니다.
작가는 ‘일상과 비일상을 연결하는 통로’이자 ‘미래를 향한 문’을 상징하는 매개체로서 장롱을 소재로 설정합니다. 직관적인 장면을 연출하여 관객들이 각자의 해석을 제시하도록 이끄는 것을 핵심으로 작업을 전개하고 있는데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김준혁 작가가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생물다양성은 단지 '그들'의 일이 아닌, 바로 '우리'의 일이라는 것이죠.
장롱의 통로를 넘어가면 녹색 장면이 펼쳐집니다. 일상과 비일상의 매개체, 신비로운 세계로의 통로인 장롱을 넘어 보이는 장면은 제목과 같이 오래된 미래입니다. 오래됨과 미래라는 상반적인 단어가 낯설게 들릴 수 있겠지만 장롱을 통해 본 녹색빛 장면은 과거의 모습이자 우리가 되찾아야 할 앞으로의 모습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장롱은 통로로써 우리의 방향성이라는 의미를 가지며 이를 통해 펼쳐지는 오래된 미래는 결국 우리로 말미암아 우리가 누릴 아름다움이라고, 누군가가 아니라 나, 당신, 우리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인공물을 주체적인 생태계로 전환하는 박예나 작가는 ‘생물과 인공물의 융합’을 주제로 자연과 인공물이 융합된 미래 생태계의 가능성을 탐구합니다.
이 과정에서 미세플라스틱을 에너지원으로 삼거나 중금속을 저장하는 생물과 같이 인간의 개입으로 환경의 변화에 적응하며 진화하는 생물 사례를 조사하는데요. 조건에 따라 유연하게 변화하며 생존하는 점균류와 같은 원생생물에 주목하며 인공물과 자연의 융합이 단순한 상상이 아닌 현재 진행 중인 변화임을 확인합니다.
작가는 인공물이 생물다양성의 일부로 편입되는 새로운 생태적 가능성을 상상하며 금속, 플라스틱, 케이블 등 현대 문명의 주요 재료를 활용해 미래의 생물종을 시각화합니다.
나아가 가상의 생물을 미래 시점의 연구 표본 형태로 연출하여 미지의 생물종이 출현한 가상의 상황에 깊이 몰입하도록 이끌죠. 수명의 한계로 인해 실제로 목도할 수 없는 거대한 생태적 진화 과정을 작품을 통해 축약적으로 구현함으로써 생물 다양성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인간의 인공적 개입이 지구 생태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 깊이 있는 성찰을 유도합니다.
<E5 - n 연구 캐비넷>은 마치 인공과 자연의 경계가 사라진 먼 미래에서 소환된 듯합니다. 현대 문명 내 익숙한 인공 물질들로 이루어진 이 <E5-n 연구캐비넷>은 다양한 표본의 형태로 캐비넷에 진열되어 있는데, 이 구조조차 자신의 일부처럼 융합해 나가며 계속해서 자라고 있는 듯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캐비넷 한켠, 현미경과 같이 배치된 VR 기기 속 붉은 영상은 이것의 생명력을 직관적으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시공간의 기이함을 감각하여 가상의 거시적인 세계를 그리는 양벼리 작가는 ‘식물기반 생물다양성이 생태계와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에 대한 연구를 진행합니다.
생물다양성의 정의와 생태계의 작동 방식을 깊이 이해하기 위해 다양한 생태학 서적과 자료를 수집하죠. 이후 제주, 강원도, 우포늪, 포천에서 필드트립을 통해 국내 식물종의 실태를 관찰하며 유해식물의 생태적 영향과 식물의 강인한 생명력을 체감합니다.
작가는 연구를 통해 경험한 생태계의 미시적인 영역부터 거대한 에너지와 물질 순환을 회화로 표현합니다. 생성과 소멸, 우세와 열등, 경쟁, 생존과 같은 자연법칙들에 숨어있는 미학을 내포하고 있죠. 치밀하고 역동적인 자연의 순환 시스템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모든 존재, 그 일부인 우리 인간에 삶에도 깊이 적용됩니다.
우주에 대해서 우리가 알고 있는 부분은 극히 작은 것과 같이 우리의 생태계도 우주와 같은 미지의 세계이자, 거대한 에너지가 흐르고 있습니다. 지구의 태초, 눈에 보이지 않을 작은 존재들로 시작한 생명들이 거대한 숲을 이루고 생물들이 번성하기까지 수천번의 생성과 소멸, 경쟁, 진화의 시간을 지나왔습니다.
그렇게 단단해진 그물은 잘 작동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하나의 작은 우주를 형성했습니다. 생명체들은 에너지의 순환 속에서 서로를 연결하며 끊임없는 변화하고 조화와 균형을 이루고 있습니다. <Cycle>은 무한한 생명과 힘들이 순환하는 거대한 생태계를 표현한 작품입니다.
※Editor : Nineand
나인앤드의 프로젝트가 궁금하다면.
WEB : nine-and.com
INSTAGRAM : @ninand.art
BUSINESS : hello@nine-and.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