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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레이스 Jan 01. 2021

노력을 요하는 딸? 아니, 노력을 요하는 엄마!



'노력 요함'


엄마 이거!

일주일에 한 번씩 가는 학교에서 파일철을 가져와서 건넨다. 초등학교 2학년 딸아이가 시험 본  단원평가 파일이다. 첫 장을 열어보니 딸아이의 수학 성적이 있다. 빨간색 색연필로 표시되어 있는 곳은 '노력 요함' 그 밑에 단계는 없다. 명색이 수학 선생 딸인데 딸아이 수학 성적은 '노력 요함' 예전 우리 성적으로 '가'이다.


저 밑에서 화가 올라왔다가 기가 차서 헛웃음이 났다. 큐리야 엄마랑 다시 같이 풀어보자. 최대한 이성을 찾고 이야기하니 해맑게 '엄마 나 피곤해서 그런데 좀 놀고 와서 하면 안 될까?" 피. 곤. 한. 데 놀고 온다고? 허허허. 덧셈 문제를 멋지게 뺄셈으로 풀어놓고 긴 문장 문제의 식은 잘 적어놓고 답은 다 틀려있다. 시험지가 깨끗한 걸 보니 계산도 안 하고 대충 답을 적었나 보다.



'자책'



난 안 이랬는데.. 남편을 째려본다. 어쩔 거냐며 괜히 책임 전가도 해본다. 아이가 성적이 안 좋으면 다 내 탓 같고 내가 잘못 키운 것 같이 기분이 든다. 제대로 교육 못 한 게으른 어미라 하며 반성도 하면서..


그러다 생각을 해본다.



'성장 예찬'


내 아이가 공부를 무조건 잘해야 하나? 무조건 공부를 잘할 수 있을까?


초등학교 4학년쯤부터는 내가 수학을 가르쳐 볼 계획인데 나는 가르치는 아이들도 그렇고 우리 딸도 본인이 가진 역량보다는 꽤 높게 키워낼 자신은 있다. 아이들이 가진 역량이 1에서 10까지 있다고 하면 큐리는 냉정하게 봐서 타고나게 높은 역량을 가진 아이는 아닌 것 같다. 그럼 1, 2인 아이들 4, 5 까지는 올릴 수 있고 좀 더 노력해서 최대 7, 8까지는 올릴 수 있지만  아마 10까지는 못 갈지도 모른다. 10을 못 간 아이들은 학생의 본분을 다 못한 한심한 아이일까? 그렇게 못 키운 부모의 잘못일까?


난 아니라고 생각한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고 10까지 못 가도 괜찮다. 1에서 5로 8까지로 성장하면 그건 정말 멋진 일 아닌가? 아이들이 공부하며 스스로 발전을 맛보고 성장을 할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히 잘 해냈다고 생각한다.



내 아이의 '매우 잘함'



수학 시험 '노력 요함'을 받았지만 나는 우리 딸의 '매우 잘함'을 10개도 더 알고 있다. 동물을 사랑하고 좋아해서 수의사가 꿈인 큐리는 정도 많고 친구들도 많고 활동적이어서 놀이터에서 인기 최고다. 동생을 좋아해서 동생을 데리고 온 친구가 있으면 친구 동생을 너무 잘 챙기고 놀아줘서 엄마들한테 고맙다는 연락을 받기도 한다. 그림도 잘 그리고 이야기도 잘 지어내는 이야기꾼이다.


난 그렇게 부지런한 엄마가 아니어서 아이 잠자리 동화를 신경 써서 골라주기보다 내가 읽을 책을 먼저 고르고 있다. 브런치에 어떤 글을 쓸까 고민하고 데일리 리포트를 쓰거나 각종 프로젝트를 구상하며 일에 열심이다. 살펴보면 나의 성장에 큰 비중을 두고 있다.



우선 내가 먼저


딸을 너무 사랑하고 딸을 위해 많은 에너지를 쏟고 있기는 하나 우선 내가 성장하고 내 일을 열심히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늘 노력하고 발전하고 성장하고 있는 모습으로 한발 한발 열심히 살다 보면 그 모습을 보고 자연스럽게 성장하는 모습을 닮지 않을까 하는 근거 없는 기대는 있다.


많은 부모님의 자식을 위하는 마음과 사랑하는 열정을 보면 존경심까지 느껴진다. 그런데  모든 책임과 결과까지 부모가 대신 자책하고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 너무 안타깝다. 조금은 나를 위해 살아도 되지 않을까.. 조금은 나만 생각하고 그저 부모가 열심히 살면 아이들은  모습을 보고 잘못되지는 않을  같다.




나는 엄마가 많은 이들에게 존경받는 선생님이라 너무 멋지다고 생각했다. 한 번도 공부하라고 잔소리해 본 적 없는 엄마이고 평소 엄마 모습이 늘 존경스럽고 멋졌다. 엄마에게 누를 끼치면 안 될 것 같아 나름대로 공부도 열심히 했고 그 뒤를 밟고 싶은 마음에 좀 더 제대로 살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나도 내 딸아이한테 부끄럽지 않고 내 딸아이가 닮고 싶은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은 것이 우선 나의 목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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