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 받아” 라는 말을 몇 살 때부터 썼을까.
우리나라 사람들이 스트레스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썼던 때는 언제부터였을까.
요즘 유튜브 알고리즘에 의해 <웬만하면 그들을 막을 수 없다>를 보고 있는데
노구 할아버지가 ‘패딩’은 배달하는 사람들이나 입는 거라며 그런 걸 어떻게 입냐고 하는 장면을 보고,
신기했었다. 당장 지금 바깥으로 나가보면 패딩을 입는 사람들이 더러 보이는데,
아니 지금 내 옷장에 박혀있고, 곧 나올 준비를 기다리는 겨울 필수템 롱패딩을 보면 어떤 말을 하실까.
이걸 보면서 ‘스트레스’라는 것도 패딩처럼 어느순간 우리 삶에 스며들었다고 생각하니
처음 만나면 나이부터 물어보는 우리 나라 사람 특, ‘스트레스’ 조차 같잖아 보인다.
너 몇살이니?
말로만 같잖아 보이면 뭐하니, 난 스트레스에 굉장히 취약한 사람이다. 이걸 안 건.. 얼마 되지않았다.
아르바이트 이후 처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게 되었을 때 모든 게 처음이었고, 긴장의 연속이었다.
힘들었지만 그게 스트레스인 줄 몰랐고, “나는 괜찮아”라는 말을 늘어놓았는데 아니었다.
이건 내 자만이었다, 스트레스 받는 걸 자랑인 듯 여기 저기 떠벌리고 다니는 사람들보다 더 취약했을 것이다.
차라리 입 밖으로 “스트레스 받아, 짜증나”라는 말을 꺼냈으면 달랐을까. 내 몸에선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다.
그리고 불과 작년, 하나의 프로젝트를 하면서 3개월 동안 7-8kg가 빠졌다.
다시 그 이상 살로 채워진 나는 우스갯소리로 그 ‘단식원’ 한번 더 들어가야한다고 하지만 나는 그곳에 다시 들어가고 싶지 않다.
마음이 병들었고, 몸이 망가졌었다.
처음 ‘스트레스’가 몸으로 드러났을 때 누군가 나에게 “괜찮아?”라고 하면 눈물부터 쏟아져나왔고,
이번에도 그러했었다.
지금은 일적인 스트레스가 없는 상태라 그런지 살이 점점 늘어갔고, 인생 최고 몸무게를 찍을랑 말랑 했을 때
그 숫자를 차마 넋 놓고 볼 수 없을 것 같아 헬스장을 끊었다. PT만 받아왔고, 내 스스로 어떻게 운동을 해야하는 지 모르는 나는
그동안 누군가에게 배운 것들과 유튜브를 보며 열심히 근력운동과 유산소 운동을 했다.
스트레스는 받지 않지만 더 행복하고 싶어하는 인간의 욕구는 끝이 없고.. 더 행복하기 위해 나의 소울 푸드 ‘불닭볶음면’을 먹었다.
살이 7-8kg가 빠졌던 그 때, 내가 항상 하는 말은 “슬픔이 소소하지 않아도 행복이라도 소소하게” 였다.
그 당시 퇴근 후 소소한 행복은 집에 들르기 전 편의점에 들러 불닭볶음면 컵라면과 맥주 한 캔을 사는 것이었다.
그래, 내가 먹고 싶은 것 먹자고 돈 벌지. 라며 좋아하는 걸 보고 먹으면서 소소한 행복을 즐긴 게 나에게 큰 시련을 주었다.
살이 10kg가까이 찐 것이었다.
작년 버전으로 여름 옷을 샀던 나는 올해 입을 것이 없었고, 어쩔 수 없이 옷을 샀지만 내 몸을 보며 소소하지 않은 슬픔을 느꼈다.
러닝머신보다 사이클보다 짧은 시간 지방 불태우기를 보장하는 일명 ‘천국의 계단’
목적은 있지만 목적지는 없는 그 계단을 오르다보면 이 정도면 천국의 문 띵동 정도는 할 수 있겠다 싶어 불 태운 칼로리를 보지만
맥주 한캔과 불닭볶음면을 합한 칼로리보다 한참을 못 미친다. 항상 나는 수없이 많은 계단을 오르고 오르지만 내가 목표하는 그곳을 못 올라갔다.
천국의 계단을 오를 땐 음악도, 좋아하는 예능, 시트콤(요즘은 <웬그막>)이 없다.
오롯이 내 호흡에 집중할 뿐이다. 코로 두번 습습 마시고, 입으로 후 - 내뱉는다. 미칠듯이 가빠오는 숨을 삼키고, 이 호흡법을 유지하면 어느순간
이 호흡에 맞춰 한 계단 한 계단 오르는 나를 발견하고, 앞에 보이는 진실의 거울엔 불 타오르는 내 얼굴이 보인다.
방구석 고독한 죄수, 불닭볶음면과 맥주를 먹은 형량에 비해 너무 많은 시련을 주신 게 아닐런지 싶지만..
천국의 계단 22분, 329kcal로 일단 형량을 줄여보고, 다시 그 순간 행복한 음식들로 다시 죄를 짓고마는 나는.. 나는..
톱니바퀴가 장난감이라고 여기는 햄스터마냥 또 천국의 계단을 올라탄다.
햄스터와 다른 점은 너무나도 나의 발이 잘 보인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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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가 추천했다는 책, <트러스트>를 읽었다.
한장 한장 읽을 때마다 왼쪽에 쌓아지는 책 두께, 그리고 그만큼 얇아지는 오른쪽 책 두께를 보니
천국의 계단을 타면 나는 힘들어지고, 이렇게 체지방은 사라지겠구나 싶다. 무슨 소리인지 싶다면 이 매거진 이름을 보시라.
최근 여러 면접들을 보면서 느끼는 건,
내가 근 10년 동안 일하며 쌓아온 나의 평판이 누군가에겐 안좋게 해석될 수 있겠구나 였다.
언젠가는 억울하기도 했었다, 나랑 일을 안해보고, 겉으로 보여지는 나의 순함과 연약함과 그걸 밑받침해주는 나의 평판들만 믿는 게 억울했다.
혹독한 환경에서는 누구보다 적응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내가 나를 바라볼 때, 누군가 나를 바라볼 때 모두 객관적인 건 없다.
그냥 여러 면접들의 실패를 통해 겪은 건 일하기 편한 곳, 혹독한 곳 모두 경험을 해서 나에 대한 평판을 내가 원하는 그 이야기로 채우는 것.
그것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오늘의 뻘소리, 최종 완.
오바마의 추천서라서 읽었는데 노잼이라 오바마의 독서 취향에 대해 의심을 가지는 사람들은
꼭 3장가지 보세요.
오늘의 뻘소리, 최최종 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