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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운동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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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bj Jan 30. 2023

공짜를 바라지 않는 마음

전 머리숱도 많답니다

퇴근길 버스정류장 맞은편 시선을 사로잡았던 한 운동시설의 광고 문구


'20분 운동 6시간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운동으로 이름은 □MS란다. '너무 과장 광고 아냐'라는 전매특허 시빗조 반박이 마렵던 중 직접 검색을 해보았다.


  □MS라 함은 저주파가 흐르는 전기슈트를 입고 하는 운동인데, 소요 시간은 단 20분. 하다 보면 20분 만에 체지방은 줄고, 근육량은 는다는 운동이라고 한다. 저 문구를 그대로 네이버에 쳐보시라. 과연 믿기 힘든 광고문구를 표방하고 있는 건 우리 집 앞 시설만이 아니었다. 학계에서도 어느 정도 이 효과를 인정했다는 문구도 곳곳에 보였다.


  하지만 파격적인 효과만큼 나만큼 이 운동의 실효성을 의심하는 사람이 많아 보였다. 광고를 검증할만한 건 뭐니 뭐니 해도 '내돈내산'으로 궁금한 경험을 미리 산 소비자들의 날 것의 후기. 그런데 어째 찾아봐도 진짜 체지방이 잘 빠지고 근육이 잘 생겨도 신기하다는 후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러던 중 눈길을 사로잡은 한 줄 후기가 하나 있었다.


'나도 해봤는데, 식단과 운동을 병행하면 빠진다'는 게다!


  세상에나. 식단과 운동을 병행하면, 빠지지 않는 살이 있는가? 필라테스도, 요가도, 웨이트도, 러닝도, 숨쉬기 운동도 꾸준히 건강한 식단과 병행한다면 살이 빠지지 않고서야 배기지 못할 게다. 다들 일종의 □MS인 셈이다.


  까지는 농담이고, 특정 운동을 비하하려는 의도는 아니다. 전문가가 아니라 실체적 실험을 해본 것도 아니기에 언제 어디선가 저런 획기적인 기술이 개발됐고 어딘가엔 저 운동을 꾸준히 하며 만족하는 이들도 분명 있으리라 믿는다. 다만 짚고 넘어가고 싶었던 건 해당 문구에 대한 거부반응을 통해 들여다보게 된 내 마음가짐이다.


  주 3회 이상의 고강도 운동을 해온지 이달 말로 꼬박 1년. 한 운동을 이리 오래 해본 적이 없던 나로서는 삶에 긍정적 방향으로 많은 변화가 찾아왔다.


  어떤 운동에도 정착하지 못하고 땀 흘리는 걸 제일 싫어하던 스물일곱쯤 어떤 겨울, 인스타그램 홍보 계정에 혹해 '앉아서 하는 다이어트'를 표방하는 한 인플루언서의 2:1 레슨을 수강한 적이 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사짜 냄새'가 진하게 나던 그녀는 앉아서 호흡을 제대로 하는 것만으로 굽은 등이 펴지고 승모근이 내려가고 부기가 빠질 수 있다며 대단한 비법을 알려주려는 듯 기고만장했다.


  하지만 2인당 10만 원가량에 달했던 50분 간의 수업 중 특별한 차도는 (당연하게도) 찾아오지 않았다. 아쉬운 마음에 추가적으로 집에서 하면 좋은 동작이 있냐니 그런 것도 딱히 없단다. 양치할 때, 칫솔 같은 것도 승모근으로 들지 말고 윗 팔 힘으로 드는 정도의 노력을 기울이고, 다음 주 이 시간에 보잔다.


  순진무구했던 나의 친구와 무언가 잘못돼가고 있단 걸 깨달은 건 3회 차쯤, 친구들의 너네 바보냐는 조롱과 응원에 힘입어 환불요청을 하고 위약금을 꽤 많이 떼인 채 그녀에게 작별을 고했다.


  마지막 인사가 더 웃겼다. "많이 좋아지고 계셨는데 너무 아쉬워요 ㅠㅠ!" 하나도 좋아지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세상엔 쉽게 쉽게 가보자는 게으른 마음을 이용하려는 이들로 가득하다.


  세상에 앉아서 다이어트를 할 수 있다면, 20분 만에 6시간 운동 효과를 얻을 수 있다면 살로 고민인 사람이 왜 있고 비만인 사람이 왜 있겠는가. 만고불변의 진리는 살을 빼려면, 지금보다 건강해지고 싶다면 건강한 식단과 함께 건강한 움직임을 늘려야 한다는 게다.


  근육을 만들려면 꾸준한 과부하를 줘야 한다는 것. 자세를 교정하려면 약화된 근육을 강화시키는 동작을 반복적으로 수행해야 한다는 것. 체지방을 눈에 띄게 감소시키려면  뛰고, 로프를 치고, 로잉머신을 타야 한다는 것이다. 온몸이 땀에 젖고 눈에 땀이 들어가 쓰리도록, 숨이 턱끝까지 차도록.  일주일에 한 번 앉아서 어깨를 밖으로 까뒤집고 깊은숨을 들이쉬고 내뱉는 게 아니라.


  얻어내고 덜어내는 데에 마땅한 노력이 필요한 건 비단 몸의 근육과 체지방뿐이 아니리라. 스물일곱 겨울엔 외면하고 싶었던 그 사실을 이젠 누구보다 잘 안다. 그를 위해 기꺼이 노력할 에너지도 생겼다.


  이런 건강한 마음을 갖게 해 준 건 F45라는 고강도 인터벌 트레이닝 운동, 일명 유사 크로스핏인데 이에 대한 글도 나중에 하나 써봐야지.


  아무쪼록, 무엇도 공짜로 얻고자 하지 않는 성실한 마음이 나를 더 좋은 곳으로 데려다 주리라 믿는다. 그럴 마음의 근육이 생긴 지금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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