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민차 Nov 06. 2020

12년이라는 시간, 그리고 편의점

12년 동안 지에스25와 함께 한 엄마.

엄마는 약 12년 간 편의점을 운영하셨다. 내가 대학생 때 첫 점포를 열었고, 내가 첫 사회인이 됐을 때 두 번째 점포를 시작하셨다. 세 번째 점포를 열 때는 내가 사회적으로 좀 더 높은 자리이지 않을까, 가끔 상상했지만 엄마는 세 번째 점포 대신 손주 육아를 택하셨다. 죄송한 마음도 들면서, 동시에 아쉬운 마음도 든다.


엄마가 가게를 그만두길 늘 바랐다. 가게에 그만 나가고, 다른 모녀처럼 여행도 다니고, 공연도 보러 가고 싶었다. 맛집도 다니고 전시회장도 가고 싶었다. 엄마와 하고 싶은 것이 많았지만, 엄마는 늘 가게를 우선시했다. 그런 엄마가 밉기도 했고, 편의점이 싫기도 했다. 매년 1월 1일 0시는 편의점에서 맞이해야 했고, 추석이며 구정이며 편의점에서 시간을 보내야 했다. "결혼을 하면 편의점을 그만두겠다"라는 엄마와의 약속에 결혼을 결심한 이유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손주의 돌이 지나도 약속이 지켜지지 않아, 왜 가게를 그만두지 않느냐고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막상 그만두겠다는 엄마의 결정은 감정의 큰 파동을 일으켰다.

 

엄마는 늘 열정적이고 늘 열심이었다. 설렁설렁해도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는 편의점이지만, 엄마의 손끝이 닿지 않으면 금세 티가 났다. 엄마는 그렇게 편의점과 12년이라는 시간을 함께 했다. 나도, 오빠도, 아빠도 그리고 내 아이까지 편의점과 함께 한 시간을 품고 산다. 집은 아니지만, 집 같은 곳이었다. 계산하지 않아도 냉장고에서 슥-꺼내 벌컥벌컥 마실 수 있었고, 과자도 고민하지 않고 먹었다. 슈퍼가 아닌 편의점이어서 좋았고, 세븐이나 씨유가 아닌 지에스25라서 좋았다. 그런 지에스25와 함께 한 시간을 정리하고자 하는 엄마에게 추억을 안겨 드리고 싶었다. 정말 잘 쓴 글을 전하고 싶었지만, 아이와 함께 하기에 짧은 시간 안에 마무리할 수밖에 없었다. 기회가 된다면 가게에서 있었던 추억을 시리즈로 풀어서, 더듬어보고 싶다.


-지에스25와 함께 한 12년을 되돌아보며

벌써 12년이 됐어요. 모든 게 어설프고, 서툴렀던 시작, 빠른 손놀림으로 포스기를 두드리던 직영점 학생이 부러웠던 마음이 마치 어제처럼 생생하네요. 손님들에게 건네는 거스름돈, 상품을 비닐봉지에 담아주는 것도 생소했던 시간을 지나, 어느덧 12년의 시간 안에 추억이 돼 버렸어요.

약 3년 간 함께 한 ㅁㅁㅁㅁ에 이어, ㅇㅇ에서 다시 시작했어요. 새로운 시작에 대한 설렘과 떨림으로 밤잠을 설치기도 했는데, 그게 벌써 9년 전이네요. 정든 점포를 정리하면서, 지난 시간을 되돌아볼 수 있었어요. 야구 경기가 있을 때 늘 붐볐던 점포, 몇 주 전부터 준비를 해도 콘서트나 페스티벌로 동이 나 버린 텅 빈 공간. 어떻게 9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는지 실감이 나지 않아요. 마치 꿈을 꾼듯하면서도, 어제 일처럼 생생해요. 아쉬움보다, 감사한 기억이 많고 소중한 순간이 더 떠올라요.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까지. 매 순간 아낌없이 쏟아부은 열정과 마음이, 마치 메아리치듯 제 가슴에 와 닿았기 때문에 느낄 수 있는 감정일 거예요.

더욱이, 좋은 분들과 함께 했기에 더 특별하게 기억돼요. 코로나19로 인해 아쉬움도 크고, 가슴앓이를 많이 했어요. 저 말고도 많은 경영주들이 느꼈을 감정일 거예요. ㅇㅇ은 이런 감정을 아는 듯, 마음을 어루만져 주었어요. 혼자 힘듦을 견디는 것이 아니라, 함께 헤쳐나갈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 주셔서 긴 터널도 잘 걸어 나올 수 있었어요. 방탄소년단 콘서트를 비롯해 크고 작은 행사 때도 늘 자리를 함께 해주신 팀장님, 이 자리를 빌려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어요. 우리 ㅁㅁOFC도요. 밝고 사랑스럽지만, 일도 정말 똑 부러지게 해 준 고마운 우리 편이랄까요. 기쁠 때나, 슬플 때, 혹은 화가 날 때도 한 마음이 되어줘 감사합니다^^

12년이라는 시간을 담은 앨범을 정리해보니, 처음 함께 해준 ㅇㅅOFC와 ㄱㄴ팀장님도 떠올라요. 앞에서 언급했던, 쉽지 않던 초창기 시절부터, 10년이 넘어 베테랑 경영주가 되기까지, 늘 함께 해준 고마운 분들이 있어, 앨범을 닫으면서도 미소가 지어집니다. 이젠 제 아들이 ㅅㅅ에서 다시 시작합니다. 좋은 분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또 다른 시작에 뜨거운 박수를 전합니다.



12년 동안 고생한 우리 엄마, 정말 감사하고 존경합니다:)


작가의 이전글 시가살이 6개월 끝에 나온 사연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