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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온 Oct 04. 2019

(그림에세이)누군가의 죽음으로 생각해본 여생의 의미

얼마전, 앞집에 사시던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이른 아침부터 앞집 주변으로 경찰들이 두어명 서성거렸다.

밤새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방안에서 숨져 쓰러져 계셨다고 한다. 

그렇게 어수선한 낮이 지나갔다.

늦은 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무심코 앞집을 쳐다보니, 대문에 불이 켜져있는 것을 발견했다. 

나도 모르게, 평소에 그 대문 앞에 앉아 바깥구경을 하시던 할머니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포개져 보였다.

그 곳에 몇시간씩 앉아계시다 그냥 들어가시는것이  할머니의 일상이었다.

헝클어진 머리, 아무 표정없는 눈빛, 깡마른 몸, 허스키한 목소리는 사실 호감이 가는 모습은 아니셨다.

그래도 동네분이라 인사라도 드리자 싶어 말을 건네도, 그냥 거기 있는 돌처럼  아무 반응이 없으셨다.

언젠가부터 나도 세상에 없는 존재인양 그냥 지나치기 일쑤였다.

분명 살아계시지만, 왠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듯 이질적인 느낌...

그런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할머니의 죽음이 슬프게 다가오는 건 아니다. 

나는 그녀를 모른다. 

단지 내가 아는 건, 내가 보아온  2년여의 시간동안 그 분의 모습은 사는 것도 죽는 것도 아닌 그런 상태였다는 것.

마치 길가의 풀이나 돌처럼 그렇게 존재하셨을 뿐이다. 

그러다 결국 흙으로 돌아가셨다.

왠지 모를 씁쓸함이 느껴져 한동안 앞집 대문앞에 눈길이 머물렀다.

할머니는  어떤 생각으로 매일 거기 계셨을까...

앞집할머니의 죽음으로 나도 잠시 생각에 머물러본다. 

여생을 생각하기에 너무 젊은 나이이긴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여생은

그림으로 봉사하고, 소소하게 여행도 다니며 사랑하는 사람들과 얼굴 맞대며 웃는 시간이 많은 그런 삶이다.

겉모습은 늙었을지라도,  여리여리한 심장으로 매일을 느끼며 사는 삶.

누군가에게 작은 도움을 주고, 그것이 나에게도 큰 기쁨이 되는 그런 삶.그런 삶을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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