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게만 느껴졌지만 사실은 다를 바 없는, 북한이탈청소년들의 이야기
여러분의 버킷리스트는 무엇인가요? 기억을 되짚어 10대 학창시절 여러분의 버킷리스트는 무엇이었나요?
세계 다양한 나라를 여행하기, 해외가수 공연을 보러 가기,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기, 군복 입어보기, 패러글라이딩, 번지점프, 좋아하는 배우 보기, 부자 되기 …
아마 이런 것들이 아니었을까요? 세상에는 누구나 비슷하게 설렘을 느끼고 꼭 해보고 싶을 만한 재미있는 일, 기쁨을 주는 일, 행복한 일이 참 많습니다. 특히 10대 청소년 시기는 아직 제대로 만나보지 못한 세상 앞에서 호기심, 기대감, 설레는 마음, 조금은 두려운 마음이 클 나이입니다.
위에 소개한 목록들은 길게는 몇년에서 짧게는 일년 전 우리나라에 들어와 공부하고 있는 북한이탈청소년들이 작성한 버킷리스트입니다. 북한이탈청소년이라고 하면 우리와는 되게 다른 존재일 것 같았는데, 막상 버킷리스트를 들어보니 우리와 별반 다를게 없죠?
북한이탈주민은 탈북자, 새터민 등 다양한 용어로 불려왔는데 2008년 이후에는 공식적으로 ‘북한이탈주민’이라는 용어가 사용되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는 이들의 안정적 정착을 위해 교육 및 취업 지원, 거주지 지원, 각종 사회보장제도 지원 등 다양한 제도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출처: 기획재정부 시사경제용어사전)
우리 사회는 북한에 대해, 그리고 북한이탈주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최근 남북한 관계가 악화되며 ‘분리주의’ 인식이 최고조에 달했습니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2007년 이후로 ‘통일이 전혀 필요하지 않다’ 혹은 ‘별로 필요하지 않다’고 응답한 비율이 29.8%로 역대 최고 수치였습니다. 또한 북한이탈주민에 대해 ‘친근감을 느낀다’는 응답은 19%로 역대 최저치였으며,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지원 확대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62.5%를 기록했습니다. (출처: 2023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통일의식조사)
그러나 이 연구에서 확인할 수 있는 또다른 중요한 사실은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경험 정도’가 높아질수록 그들에 대한 심리적 거리감이 낮아지고, 북한이탈주민을 만나본 경험이 있을수록 그들에 대한 친근감이 높아진다는 점입니다. 또 북한 인권문제를 개선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볼수록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수용도가 높아진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북한이탈주민과의 교류, 대북인식 개선 프로그램 등이 활성화되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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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탈청소년들은 어떤 남한생활을 보내고 있을까요?
앞서 언급했듯 이들에게는 국가에서 기본적인 교육지원이 제공됩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북한이탈주민의 자녀이지만 북한이 아닌 제3국에서 태어나 남한으로 온 북한이탈청소년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들은 북한에서 태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법률상 ‘북한이탈주민’에 해당하지 않아 각종 정착 지원을 받지 못합니다. 그러나 이들 또한 우리 사회의 일원이기에 교육부는 북한 출생여부에 관계없이 ‘탈북학생’ 범주에 포함하여 교육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출처: 탈북청소년교육지원센터)
2023년 4월 기준 탈북학생 중 북한 출생은 512명, 제3국 출생은 1,257명으로 각각 29%, 71%의 비율을 차지했습니다. 이들은 일반 정규학교나 대안학교를 선택하여 입학하며 초중고 교육과정을 이수합니다. 2022년 남북하나재단의 탈북청소년 실태조사에 따르면 약 9%의 탈북학생들이 대안학교에 재학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대안학교는 전국에 약 10여 곳이 존재하며, 그중 하나로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반석학교’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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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2024년까지 통일부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 대안교육시설로 연속 선정된 서울형 대안학교로 서울시립청소년문화교류센터, 서울외국어고등학교 등 다양한 기관과 교류하고 있습니다. 이곳에는 북한 및 제3국 출생 학생, 즉 ‘탈북 학생’ 모두가 입학할 수 있으며, 탈북 과정에서 발생한 각기 다른 학업 공백을 메우기 위해 수준별 수업이 진행됩니다. 특히 중국에서 성장하여 중국어에 익숙한 학생들은 중국어로 수업을 받을 수 있습니다.
많은 탈북 학생들이 학업 중단 등의 어려움을 겪는데, 반석학교는 이들에게 따뜻하고도 실용적인 학교가 되어주고 있습니다. 다양한 사연의 학생들이 공부에 집중하고 나아가 남한에 안정적 정착을 할 수 있도록 기숙사도 제공되고, 학비는 무료에 기숙사비는 한 달에 5만원입니다. 미인가 학교로 검정고시를 따로 치러야 하지만, 그만큼 학생 개인의 실력에 따라 효율적으로 다음 학업 단계를 수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졸업생들의 대학 진학률은 90% 이상이며 2008년부터 지금까지 총 154명이 수료했습니다.
그리고 저희는 서울대학교 글로벌사회공헌단 산하의 학생사회공헌단, 그 가운데 ‘북소리’팀입니다.
저희 북소리 팀은 부정적인 대북인식이 고조되고 젊은 세대일수록 북한이나 통일에 거리감을 느낀다는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탈북민에 대한 인식 개선을 목표로 기획되었습니다. 그리고 ‘반석학교’와 인연이 닿아 탈북 학생들을 직접 만나고, 수업을 진행하며 활동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북소리’라는 팀명은 책(book) 출간을 통해 북(北)을 배경으로 하는 사람들이 직접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활동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북소리 팀은 각각 문화교류 팀, 글쓰기 수업 팀, 책편찬 기획팀의 3가지 세부팀으로 나누어져 20명의 단원들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매주 목요일마다 반석학교에 방문하여 1교시는 학생들의 목소리를 책에 담아내기 위한 글쓰기 수업, 2교시는 각종 체험으로 구성된 문화교류 시간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내년 초 있을 책 출판을 위해 교내 동아리나 외부 출판사와의 컨택도 진행 중입니다.
아울러 그 과정의 일환으로 저희의 이야기를 보다 많은 분들이 지켜보고 공감하실 수 있도록 브런치스토리에 글을 연재하게 되었습니다. 사회적 소수자이지만 우리 공동체 안에서 함께하는 북한이탈주민들에게 우리 사회가 보다 나은 삶의 터전이 될 수 있도록 팀원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노력하여 ‘북北소리를 담은’ 책 출판이라는 최종 목표를 달성하고자 합니다. 앞으로의 저희 북소리팀의 활동 기대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