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하라는 말 지긋지긋해
화재 주의 비혼주의 뭐가 달라
일어나지도 않은 일 걱정하면 아무것도 못해
수풀에 들어갈 때마다 흔들리는 건
바람 때문인지 나 때문인지
여전히 모르는 걸
바람에 흔들리는 커튼 사이로
피 흘리며 죽어가는 할머니 시체를 본 적이 있냐고
그 할머니의 입관식에서 뭐가 슬프냐고 혼이 났다
내 몸에 모든 구멍이 훌쩍이며 발작했다
할머니의 죽음을 설명하기 위해
형사와 취조실에 마주 보고 앉았다
눈물 한 방울 나오지 않는 죽음도 있지 않냐고 답했고
형사는 경멸하는 눈빛으로 범행 목적에 대해 또 물었다
주의를 지키고 살아가는 인간은
한 마디도 못하는 인간이라고
속에 담아두기만 하는 인간을 인간이라고 불러야 하냐고
어떤 죽음은 이유가 없는 걸
어두운 밤 산길을 운전하면 무언가 튀어나올 것 같은 불안이 덮친다
전조등에 의지 하지 않으면 그 긴 어둠을 벗어날 수 없다
운전대를 놓고 싶은 마음을 조롱하고 싶냐고
어떤 경멸은 밤과 닮았다
주의를 하는 인간들은 서로 닮아 보인다
저 나무 끝에 매달린 영혼을 가글하고 뱉어내면
진실이 뚝뚝 떨어져 나올 줄 아냐고
입 속만 헹궈내면 그 인간이 바로 선 인간이라고
외치는 인간만 조심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