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진 영화 평론가가 자신의 블로그에 장문의 글을 남겼다. 그 글은 해명이나 설명이나 사과가 아닌 '명징하게 직조한' 꾸짖음이었다. '부끄러운 줄 알라는 도덕적 일갈만큼은 제가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그런 말씀은 타인에게 함부로 하는 게 아닙니다'라는 문장으로 그 꾸짖음은 끝이 난다.
이동진 평론가가 몇몇의 사람들을 꾸짖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이동진 평론가는 이동진의 파이아키아라는 유튜브 채널에서 '범죄도시3'의 이상용 감독을 인터뷰했고, '범죄도시3'에 평점 3점을 주고 '기회가 생길 때마다 1점씩 또박또박 따내는 코미디'라는 평을 했다. 그 인터뷰 영상과 평점과 한 줄 평을 본 몇몇의 사람들이 '부끄러운 줄 알라'는 류의 악플이 달렸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는 지금 기이한 음모론들이 유행하고 있다. 유명인의 A라는 행동에 대해 다른 사건의 논리를 그대로 끌고 와서 A의 원인이 B라는 일침성 댓글들이 유통되고 있다. 베스트 댓글이나 공감순 댓글의 폐해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부끄러운 줄 알라는 댓글을 단 사람들은 이동진 평론가의 저 별점 3점을 '범죄도시3'으로부터 대가를 받고 거래한 결과물로 추측하고 있다. 그 근거는 파이아키아 유튜브에서 이상용 감독을 인터뷰했기 때문이다. 그 인터뷰를 통해 돈을 받았기 때문에 부끄러운 평점이라는 논리다. 하지만 이 논리는 추측이고 증거도 없으며 입증이 되기 전까지는 허위 사실일 뿐이다.
이동진 평론가가 수십여 년간 평론가로 살아오면서 지켜온 자존심과 직업의식을 저버리고 협찬이라는 명목에 돈 몇 푼에 별점을 팔아넘겼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믿을 수 없다. 그런 비열하고 수준 낮은 두뇌를 가진 사람의 말을 수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게 전시할 수 있는 것이 x같은 표현의 자유의 X같은 점이다. 평론가라는 직업은 당연히 저런 저열한 비판을 감수해야 하는 직업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x이나 먹었으면 좋겠다.
이동진 평론가는 '유퀴즈'나 침착맨 방송에 출연해 직접 자신의 별점에 대한 기준을 밝혔다. 이동진 평론가는 3점을 평균값으로 본다. 수많은 영화를 본 이동진 평론가는 3점 정도면 추천, 4점은 강력 추천, 4.5점을 아주 좋아요, 5점을 못 일어나겠어로 본다고 밝혔다. 3점은 볼만한 정도의 영화라는 평가다. 또한 국내 천만영화 스무 편을 두고 순위를 매긴 것에서도 '범죄도시2'의 평점은 3점이지만 그 순위는 20개의 영화 중 14위로 낮은 편이다. 아마 '범죄도시3'이 천만을 넘겨도 비슷한 순위일 것이다.
'범죄도시3'이 평점 3점도 못 받을 작품인가에 대해서는 재론의 여지는 없다. 이동진 평론가는 '범죄도시3'의 액션적인 면보다 코미디 적인 면에 주목했다. 물론 이 시리즈의 본질은 액션이기 때문에 코미디에 대한 칭찬이 영화에 대한 칭찬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다만 코미디로서도 점수를 따내고 관객을 웃게 한다는 것이다. 영화는 기능적인 면모와 예술적인 면모가 함께 하는 종합 예술이다. 적어도 '범죄도시' 시리즈는 기능적으로 관객의 마음을 움직인다. 기능적으로 움직이지도 못하는 수 천편의 영화를 보면 '범죄도시 3'을 추천할만하다는 것은 분명하다.
이동진 평론가의 블로그 주소는 'life isn't cool'이다. 삶은 쿨하지 않다는 것이다. 쿨하지 않음을 알고 있는 그이기에 누군가의 삶이 부끄럽다는 저주에 대해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다. 좋은 글을 쓰는 사람이 다 좋은 사람은 아니지만 좋은 태도를 가진 사람은 좋은 사람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이동진 평론가는 좋은 사람이다.
내가 사랑하는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국가이며 놀랍게도 폭넓은 표현의 자유가 보장됐다. 그래서 나도 이런 글을 마음 놓고 쓸 수 있는 것이다. 난 절대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검열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다만 그 자유를 필요이상으로 누리고 있는 이들이 그 사실을 알고 남을 억압하거나 헛소리로 상처 주는 일을 줄이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