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어떤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아 Feb 27. 2024

할머니와 줄넘기

할머니는 밤마다 나를 데리고

줄넘기를 했다

훅훅훅 소리가 빗소리로 들리던 밤

나는 그네만 탔다


할머니의 초라한 땀들이 

우레탄 바닥을 적셨다

나는 그 땀들을 바라보며

그네만 탔다

불이 꺼진 우리집 창문을 바라보며

놀이터를 뒤덮은 밤의 침묵이 만든 웅덩이

나는 그 웅덩이에 모래를 차며

그네를 탔다


그네에서 내린 나는

줄넘기하는 할머니를 쳐다봤다

할머니는 근엄한 표정으로

줄을 넘었다


할머니의 줄넘기는 그칠줄 모르고

나는 다시 그네에 올랐다

어떤 밤에 잠을 자고 

어떤 밤은 우리의 꿈을 파괴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주의하지 말 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