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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아 Feb 27. 2024

할머니와 줄넘기

할머니는 밤마다 나를 데리고

줄넘기를 했다

훅훅훅 소리가 빗소리로 들리던 밤

나는 그네만 탔다


할머니의 초라한 땀들이 

우레탄 바닥을 적셨다

나는 그 땀들을 바라보며

그네만 탔다

불이 꺼진 우리집 창문을 바라보며

놀이터를 뒤덮은 밤의 침묵이 만든 웅덩이

나는 그 웅덩이에 모래를 차며

그네를 탔다


그네에서 내린 나는

줄넘기하는 할머니를 쳐다봤다

할머니는 근엄한 표정으로

줄을 넘었다


할머니의 줄넘기는 그칠줄 모르고

나는 다시 그네에 올랐다

어떤 밤에 잠을 자고 

어떤 밤은 우리의 꿈을 파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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