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도시' 시리즈가 한국에 존재한다는 것은 어떤 면에서는 참 감사한 일이다. 시리즈가 모두 성공하면서 마석도라는 독보적인 캐릭터를 중심으로 다양한 변주가 가능해진 만큼 안정적인 재미를 보장하는 작품이다. '범죄도시4'는 '범죄도시'의 짙은 향수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며, 더욱 발전한 액션과 빵빵 터지는 유머와 재미를 선사했다. '범죄도시4'를 보면서 앞으로 나올 '범죄도시' 시리즈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범죄도시4'는 괴물형사 마석도(마동석 분)가 대규모 온라인 불법 도박 조직을 움직이는 특수부대 용병 출신의 백창기(김무열 븐)와 IT 업계 천재 CEO 장동철(이동휘 분)에 맞서 다시 돌아온 장이수(박지환 분), 광수대와 함께 펼치는 범죄 소탕작전을 그린 영화다.
'범죄도시' 시리즈는 큰 변화보다 익숙함을 무기로 하는 시리즈다. '범죄도시4'는 '범죄도시'와 비슷한 분위기가 흐른다. 여기서 업그레이드된 것은 잔혹한 무력을 자랑하는 백창기 뒤에 숨은 배후 장동철이 있다는 것이다. 2명의 빌런을 활용한다는 아이디어는 '범죄도시3'에서 나왔지만 마석도와 직접 마주 하지 않는 빌런이 존재한다는 것은 3편의 변주다. 빌런들이 압도적인가에 대한 의문은 남는다.
한국사람들이 시리즈물을 선호하는 것은 안전한 선택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시리즈는 안정적인 선택만 해서는 안된다. 안정적인 작품만큼 침몰하기 쉬운 영화는 없다. 안정적인 선택만 해서 망한 한국 영화 속편은 수없이 많다. '범죄도시'는 형사가 범인을 잡는다라는 한 줄로 설명할 수 있는 단순한 이야기이다. 그렇기에 안정적인 선택만을 고집한다면 절대 흥행할 수 없다.
'범죄도시'는 시리즈는 서로 다른 토핑이 얹어진 전혀 다른 짬뽕처럼 느껴지게 한다. 굴짬뽕, 해물짬뽕, 고기짬뽕, 차돌박이 짬뽕, 문어 짬뽕 등등 세상에 정말 많은 짬뽕이 있다. 이름과 토핑이 바뀌었지만 본질은 짬뽕이기에 짬뽕을 기대한 관객들에게는 충분한 만족감을 선물하고, 바뀐 토핑으로 신선함까지 준다.
결국 '범죄도시4'의 새로움은 시리즈라는 한계를 뛰어넘기 위한 노력이며, 이번 시리즈에서도 그 노력은 충분히 빛을 발했다. 관객들은 '범죄도시' 중 어떤 시리즈가 가장 좋았는지 비교한다. 그것은 시리즈마다 구별할만한 특색이 존재하고 각기 다른 포인트를 견줄 수 있기 때문이다. '가문의 영광'과 그 후속 편을 비교하는 이는 찾아보기 힘들다.
'범죄도시4'에서 마석도의 액션은 변함없이 호쾌하고 거침이 없다. 거대한 몸을 가지고 재빠르게 주먹을 휘두르며 나쁜 놈들을 때려잡는 모습은 '액션' 그 자체다. 전무후무한 기록을 가진 시리즈의 주인공 캐릭터이니만큼 유머나 가지고 있는 매력도 팡팡 터진다. 100편이 훌쩍 넘는 영화를 해오며 가장 자신에게 잘 맞는 옷을 입은 마동석의 존재감은 태산 같다.
한 편 쉬고 다시 돌아온 장이수의 존재감 역시 눈부시다. 조선족 조직폭력배 출신으로 회색지대의 인물이 마석도와 만나 펼치는 콤비플레이는 그 자체로 흥미진진하다. 장이수를 연기한 박지환 배우는 좋은 톤과 목소리를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얼굴과 몸을 정말 잘 쓰는 배우다. 마석도가 액션으로 파괴적인 차력쇼를 보여준다면 장이수는 연기로 코미디 차력쇼를 펼친다. 그래서 둘이 만나는 장면을 기다리게 된다.
서두에 언급했듯이 시리즈물이라는 것은 안전한 선택처럼 보이지만 그 어떤 것보다 위험한 시리즈다. 전편보다 나은 속편이 없다는 속설처럼. 첫 편은 가능한 모든 것들을 다 집어넣어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다. 성공하고 싶기 때문이다. 하지만 첫 편이 성공한다면 이후에는 첫 편보다 더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되고 낯선 이들이 참견하고 그 참견을 듣고 망설이고 흔들리게 된다. 영리하고 현명한 기획과 뚝심이 없다면 아무리 할리우드라고 할지라도 망작을 만들 수밖에 없다. '엔드게임' 이후 마블 시리즈만 봐도 알 수 있다.
'범죄도시' 시리즈는 배우 시절 마동석이 제작을 꿈꾸며 오랜 기간 계획하고 만들었다. 그렇기에 첫 편의 성공에 취하지 않고 흔들리지 않고 뚝심 있게 4편까지 만들어냈다. 그 결과 '범죄도시4'는 조금 더 새롭다. 2024년 한국 영화계 역시 '범죄도시4'로 물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