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말을 들으면 안아줄 수밖에 없다
그 말이 너무 뜨거워서
온몸이 타들어가도 안아줄 수밖에 없는 말이 있다
자주 난 불행과 친구가 되려 애썼다
온몸을 비벼도 꺼지지 않는 불행이 남긴 작은 불티도 못 견디게 쓰라렸다
그 말을 떠올릴 때마다 나는 불행과 가까워졌다
아버지는 불행을 낳고 어머니는 나를 낳고
"불행은 미신이야. 안 믿으면 없는 거야"
그래서 없어진 존재들에 대하여 시를 쓰는 밤이다
어떤 말이 끈적하게 내 마음을 붙잡을 때
끈적끈적한 불행의 흔적을 내팽개치려고 몸부림쳤다
방바닥을 적시는 불행이 아버지의 얼굴처럼 그늘졌다
아무리 눈물을 흘려도 사그라들지 않는 불같은 말이 있었다
막다른 골목에 들이치는 절망이라는 파도에도
뚝뚝 떨어지는 무거운 절망에도 꺼지지 않는 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