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베짱이J Jan 05. 2022

#11 가시덤불숲 마녀(1)


가시덤불숲 마녀가 어찌 생겼는지 아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혹자는 이드르르한 머리칼에 편도꽃같이 고운 미인이라 했고 다른 이는 한 줌 백발과 거죽밖에 남지 않은 노파라 했다. 수백 년이 넘도록 마녀에 대한 이야기는 차고 넘쳤지만 대부분 저잣거리 뜬소문이었다. 다만 모두가 한목소리로 떠들길, 그녀는 한때 산어귀 마을 주민이었으나 이웃 몇을 찢어죽인 후 숲으로 도망쳤다 했으니, 생김새가 어찌 됐건 그 이력만은 사실일 테다.     


왕은 잔인무도한 죄를 저지른 마녀를 잡기 위해 날쌘 병사 수백을 풀었다. 그러나 군대가 숲에 이를 때면 느닷없이 가시덩굴이 몸을 세우며 일어났고, 덩굴에 발굽이 잡힌 말들은 숲 가장자리에서 동심원을 그리며 죽었다. 공포에 질려 도망 온 병사들을 수차례나 맞이한 왕은 어느 틈엔가 마녀의 존재를 부정했다.


끝내 그녀를 잊지 않은 건 산어귀 마을의 토박이 뿐. 주민들은 아이들에게 절대 숲 근처엔 가지 말라 신신당부했다. 그런 당부를 듣고 자란 아이들은 제 자식들에게, 그 자식들은 또 제 자식들에게 같은 당부를 전했다.      


무엇이든 이룰 수 있고, 누구든 막아낼 수 있으나, 사악하기 그지없는 가시덤불숲 마녀를 조심하라고.      






열 한 살 난 낭아가 마녀 이야기를 들은 것은 그러므로 퍽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한때 마녀가 살았다고 전해지는 산어귀 동리는 그새 제법 커져 시장이 들어서고 길이 닦였다. 눈치빠른 상인, 학자, 의사, 도둑, 사기꾼들이 득실대면서 동네 터줏대감들조차 간혹 마녀를 잊었으나, 상인회장이자 포목점 주인인 낭아의 아비는 전통을 충실히 따랐다. 덤불숲 근처를 얼쩡이다 마녀에게 걸리면 살껍질이 벗겨져 구워먹힐 게다.     


그럼에도 낭아가 가시덤불숲에 발 디딘 건 다름 아닌 오라비 때문이었다. 낭아보다 여덟 살 많고 다부진 오라비는 어릴 때부터 총명했다. 헌데 너무 똑똑한 것이 문제였는지, 다른 속앓이가 있던 겐지, 어느 달밤 일언반구 없이 집을 나갔다. 수소문하던 아비는 찾기를 포기했고, 어미는 드러누웠다. 시간이 가도 장남의 빈자리는 아물긴커녕 곪아갔다.     


"네 오라버니, 가시덤불숲 마녀에게 붙잡혀간 것 아니냐."


어느 날, 같은 동네 동무가 낭아에게 귀엣말로 속삭였다. 나고 자랄 때부터 마녀 이야기를 들은 아이들은 가축이 죽거나 가족이 아파도 마녀의 소행인 줄 알았다. 동무의 말을 듣고 하루 낮 하룻밤을 고민한 낭아는 나갈 채비를 했다. 여느 손윗형제보다 다정했던 오라비를 찾을 수만 있다면 뭐든 하고 싶었다. 어린애다운 용감함이 숲가에 발 딛는 데 도움됐음은 물론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10 사랑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